[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교수]
혼란스러운 언론 보도
2020년 8월 초에 섬진강과 낙동강에서 제방이 무너지면서 홍수 피해가 커지자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10월 22일에 준공된 4대강의 16개 보가 홍수를 방지했는지, 아니면 오히려 홍수 피해를 키웠는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언론 보도를 보고 듣는 일반 국민은 매우 혼란스럽다. 보수 성향의 조중동과 경제신문들은 4대강 보가 있었기 때문에 홍수를 그나마 막았다는 보도를 쏟아내고, 진보 성향의 한겨레와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등은 4대강 보는 홍수 방지에 장애가 된다는 주장을 전달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서 단편적인 견해를 언론에 발표하여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필자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4대강 보의 홍수 방지 효과” 논란에 대하여 전문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들의 정확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이명박 정부 “4대강 사업은 치수 사업”
당시 이명박 정부는 특별히 4대강 사업의 홍수 방지 효과를 강조해서 적극적으로 홍보하였다.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본부에서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어록까지 인용하면서 4대강 사업은 치산치수 사업이며, 국토를 홍수에서 보호하는 재해 방지 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하여 2009년 6월 29일에 발표된 라디오 연설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난 5년간 평균으로 보면, 연간 홍수 피해가 2조 7,000억 원이고, 복구비가 4조 3,000억 원이나 들었습니다. 수질도 개선하고 생태 환경과 문화도 살리면서, 국토의 젖줄인 강의 부가가치도 높이면, 투입되는 예산의 몇십 배 이상의 가치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더 이상 오해가 없으시기를 바랍니다.”
4대강 사업의 결과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에 모두 16개의 대형보가 만들어졌다. 정부에서는 보의 상류를 깊이 팠기 때문에 큰비가 오더라도 강의 수위가 낮아져서 이제부터는 홍수를 거뜬히 막을 수 있게 되었다고 홍보하였다. 2011년 준공한 이후에 해마다 하늘이 도왔는지 한반도에는 태풍 피해도 거의 없었고, 홍수 피해도 크지 않았다.
그러다가 올해 8월에 전국적으로 홍수 피해가 발생하였다. 전국 곳곳에서 지천이 범람하고 산사태가 나고 도로가 침수되어 인명 피해와 홍수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낙동강의 합천창녕보 상류 250m 지점에서 본류의 제방이 터진 것은 4대강 사업과 관련이 없을까?
4대강 보는 정말 홍수 방지에 효과가 있을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홍수가 나서 하천에 물이 가득 차서 흐른다. 이때 하천을 가로질러서 한쪽 둑에서 하천의 중간까지에 커다란 철판을 대면 홍수 방지에 이로울까 해로울까? 당연히 수위는 높아지고 물이 둑 위로 넘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하천을 가로지르는 구조물은 홍수가 날 때는 방해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4대강을 가로질러 대형보를 설치하는 것은 홍수 관리에 매우 불리하다는 것은 과학적인 상식이다.
당시 정부 측에서는 4대강 보가 홍수에 불리하다는 문제 제기에 대해 “4대강 보는 가동보(다목적보)이기 때문에 홍수 때에는 수문을 모두 열어서 방류하면 된다.”라고 답변했다.
가동보는 4대강 사업에서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보다. 일반적으로 댐의 수문은 구조물 윗부분에 설치하여 홍수 때 물이 위로 넘치도록 설계한다. 수문의 아랫부분은 콘트리트 구조물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가동보는 수문을 회전시키거나, 들어 올리거나, 눕혀서 바닥에서부터 물이 잘 빠지도록 설계되었다.
물론 이러한 가동보는 만드는 데에 비용이 많이 들고, 유지 관리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구조물이다. 왜 이런 구조물이 등장하였을까? 이에 대해 정부 측은 가동보는 보 상류에 쌓이는 퇴적물의 제거를 쉽게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필자가 볼 때 가동보는 운하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낸 창작품이다. 현재의 가동보 아래쪽에 비슷한 가동보를 추가하면 두 개의 가동보는 한 쌍이 되어서 배가 오르내릴 수 있는 갑문으로 쉽게 변신할 수가 있는 것이다.
4대강 보의 60%는 고정보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4대강의 16개 보와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사실이 한 가지 있다. 4대강 보는 전체가 가동보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의 4대강 보 16개 가운데 여주보 하나만을 제외하고 15개 보는 가동보와 고정보 부분으로 이루어져서 정확히 말하면 혼합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당시 정부 자료에서는 4대강 사업에서 만드는 보를 ‘다기능보’ 또는 ‘다목적보’라고 불렀다.
<그림2>를 보면, 수문이 달린 쪽이 가동보 부분이고 수문이 없이 매끈한 부분이 고정보 부분이다. 고정보는 홍수 때 물의 흐름을 방해하고 수위를 높이기 때문에 홍수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필자가 조사해보니, 고정보의 점유율은 한강 강천보의 20%에서부터 낙동강 강정보의 87%까지 다양하다. 16개 보의 총길이 7,973m 중에서 고정보 부분은 4,765m이며, 비율로 계산하면 4대강 보의 60%가 고정보다.
4대강 보는 훙수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다시 말하지만, 4대강 사업에서 만든 보는 가동보와 고정보로 구성되어 있는데, 고정보는 물의 흐름을 방해하고 수위를 높이므로 홍수 때에 불리하다. 4대강 사업이 완공된 것은 2011년이다. 그후 9년이 지난 2020년 현재, 준설로 인한 홍수 방지 효과는 미미하고 고정보 때문에 수위가 높아지는 효과는 여전하므로 4대강 사업에서 건설된 16개 대형보는 홍수를 막는 데에는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참고: 2020년 9월1일에 발행되는 《월간환경기술》 잡지에 게재하는 논문을 일부 발췌한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