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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사람에게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는 나무

우리나라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모두 221조 원
[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40]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식물은 영양물질을 만들어내는 광합성 작용을 하면서 이산화탄소를 소비하고 산소를 부산물로 만들어낸다. 광합성 작용은 식물의 잎이 태양에너지를 받아 영양분을 만들어내는 반응으로써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반응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스스로 영양분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식물이 만든 영양분을 먹고 사는 의존적인 존재이다. 당연히, 식물은 동물 없이 살 수 있지만, 동물은 식물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다.

 

광합성 반응 : 이산화탄소 + 물 + 태양에너지 -> 영양물질(포도당) + 산소

 

광합성은 식물의 잎에서 주로 일어나지만, 호수나 바다에서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생산자로서 광합성을 통하여 물고기들에게 영양분을 제공한다. 잎이 무성한 나무는 광합성 작용이 매우 활발하게 일어나는 장소다.

 

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진 곳을 수풀이라고 한다. 수풀의 준말이 숲이다. 숲을 한자로는 삼림(森林)으로 표기하는데, 나무 목자가 다섯 개나 들어있다. 그러나 삼림은 일본식 한자어로 간주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산림(山林)을 표준으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는 6.25 전쟁을 거치며 황폐된 숲을 지속적인 조림사업으로 복원하는 데 성공하였다. 우리나라는 현재 국토면적의 63.2%가 산림이다. 산림 면적은 633만5,000㏊로, 국토 면적 대비 산림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핀란드(73.1%), 일본(68.5%), 스웨덴(68.4%)에 이어 제4위를 차지한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모두 221조 원으로서, 국민 1인당 연간 428만 원의 혜택을 받고 있다고 한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산림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을 목재 생산을 빼고 모두 12가지로 분류하였는데, 1위는 온실가스 흡수와 저장 혜택으로서 75조 원에 달하였다. 이어서 산림 경관, 토사유출 방지, 산림 휴양, 수원 함양, 산림 정수, 산소 생산, 생물다양성 보존, 토사 붕괴 방지, 대기질 개선, 산림 치유, 열섬 완화 등이 우리가 산림으로부터 받는 공익적 혜택으로 평가되었다.

 

 

숲이 가진 여러 가지 혜택 가운데 치유 혜택에 주목하고자 한다. 숲은 종합병원이다. 숲에 들어가면 풀과 나무들이 뿜어내는 특유의 향들이 우리를 감싼다. 숲속에는 식물들이 미생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살균 물질인 피톤치드(phytoncide)가 있고, 테르펜(terpene)이라는 정유성분이 많이 있어서 산림욕을 하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

 

집안의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등 전자제품에서는 몸에 해로운 전자파가 나오지만, 개울물이 흐르는 숲에는 몸에 좋은 음이온이 많아서 건강에 좋다. 색치료라는 것이 있다. 초록, 파랑, 노랑 등 다양한 색깔로 사람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 숲에는 최고의 명의라고 부르는 초록색이 가득하여 눈이 피곤한 사람은 숲을 바라보면 도움이 된다. 향치료라는 것이 있다. 꽃에서 추출한 향으로 우울증 두통 등 많은 질병을 치료하는 데 사용한다.

 

필자가 사는 집 가까이에 있는 흥정계곡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흥정계곡을 따라서 모두 90개의 펜션이 있고 캠핑장도 여러 개가 있다. 펜션 주인들 가운데는 서울에서 살다가 암에 걸려 투병하다가 의사로부터 치료 불가 판정을 받고 흥정계곡으로 들어왔다가 병이 나아 눌러앉은 사람이 많다. 어떤 사람은 3가지 암을 지닌 채 흥정계곡으로 들어왔다가 암이 모두 나아서 눌러앉아 잘살고 있다. 산림 속에서 맑은 공기 마시고, 맑은 물 마시고, 스트레스 없이 살다 보면 면역력이 향상되어 현대 의학으로 고칠 수 없는 병이라도 나을 확률이 높아진다고 생각된다.

 

나무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 많은 것을 준다. 푸른 잎은 바라보는 즐거움을 주고, 산소를 만들어 제공하고, 봄에는 예쁜 꽃을 피워 눈을 즐겁게 한다. 가을에는 열매를 맺어 동물과 사람에게 먹거리를 주며 인간에게 건축자재와 종이의 원료인 목재를 제공한다. 새에게는 앉을 장소와 집을 지을 장소를 제공하고, 덩굴식물에는 버팀목을 제공한다. 숲에 있는 모든 동물은 음으로 양으로 나무의 혜택을 받으며 살고 있다. 미국의 동화 작가 실버스타인(Silverstein)이 1964년에 쓴 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나무가 인간에게 조건 없이 주는 혜택을 우화로 표현하여 많은 사람을 감동시켰다.

 

 

“나무를 키워 봐야 사람 가르치는 기술을 배울 수 있다.”라는 옛말이 있다. 우리의 선조는 나무를 기르면 자녀 양육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보았다. 나무를 기를 때에는 나무의 본성을 다치지 않게 하는 것이 기본이다. 마찬가지로 자녀를 기를 때에는 개성을 잘 파악하여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도 요즘 젊은 부모는 자녀에게 너무 과중한 목표를 강요하거나 과잉으로 보호하여 자녀가 타고난 재능과 본성에 맞게 자라는 데에 오히려 방해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

 

중세의 기독교 성인인 성 프란체스코(1182~1226)는 다음과 같은 짧은 시를 남겼다.

 

나는 나무에게 물었다.

하느님에 대해 말해 주겠니

그러자 나무는 꽃을 피웠다.

 

20세기 초 미국의 음유시인 킬머(Kilmer)는 ‘나무들’이라는 시에서 “시는 나 같은 바보가 쓰지만, 하느님만이 나무를 만들 수 있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수필가 이양하(1904~1963)는 1960년에 펴낸 수필집 제목을 《나무》라고 이름 붙였으며, ‘나무’라는 제목의 수필에서 여러 가지로 나무를 칭찬한 뒤 마지막으로 “불교의 윤회설이 참말이라면 나는 죽어서 나무가 되고 싶다.”라고 썼다. 인도의 명상철학자 크리슈나무르티는 “진리를 알려거든 나무를 보라.”고 말했다.

 

세상에는 나무가 있어서 사람이 있고, 문명이 있고, 미래가 있다. 나무가 없는 세상에서 인간은 살 수가 없다. 나무가 있어서 나는 이 글을 쓸 수가 있고, 여러분은 이 글을 읽을 수 있다. 인간이 나무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숲을 파괴한다면, 그러한 문명은 지속할 수 있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