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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그리고 우리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살갗 붇다 힘살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의 쉬운 배움책 만들기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살갗 붇다 힘살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과학공부 5-2’의 47쪽부터 48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47쪽 첫째 줄부터 둘째 줄에 걸쳐 ‘살갗 아래 쌓여서 열이 밖으로 흩어짐을 막고, 또 뼈와 뼈 사이에 붙어서 팔다리의 운동을 부드럽게 해 준다.’가 나옵니다. 이 가운데 ‘살갗 아래 쌓여서 열이 흩어짐을 막고’는 어려운 말을 썼다면 어떻게 썼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마 ‘피하에 축척되어 열 발산을 차단하고’와 같이 쓰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옛날 배움책에서는 보시다시피 ‘피부’라는 말을 ‘살갗’이라 했고 ‘발산’은 ‘밖으로 흩어짐’이라고 했으며 ‘차단’은 ‘막고’를 써서 아주 쉽게 만들었습니다. 그 뒤에 나오는 ‘뼈와 뼈 사이에 붙어서 팔다리의 운동을 부드럽게 해 준다.’도 ‘운동’을 빼고는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지만 참 쉬워서 좋습니다.

 

일곱째 줄과 여덟째 줄에 걸쳐 ‘우리 몸이 자라고 붇게 해 주는 흰자질’이 있습니다. 여기서 ‘자라고’도 요즘 흔히들 쓰는 ‘성장하고’라는 말을 쓰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 ‘붇게’라고 했는데 ‘붇다’가 ‘살이 찌다’는 뜻이니까 ‘붇게’는 ‘살이 찌게’라는 뜻입니다. 이처럼 옛날 배움책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뜻이 비슷한 말을 써서 다른 글맛을 느끼게 해 주는 것도 참 좋습니다. 요즘 배움책을 쓰는 분들이 거울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열셋째 줄에 있는 ‘몸을 만드는 성분’도 요즘 배움책이나 다른 책에서는 ‘몸을 구성하는 성분’으로 나오는 것을 ‘만드는’이라는 쉬운 말을 써서 풀이를 해 주고 있습니다. 열다섯째 줄과 열여섯째 줄에 있는 ‘흰자질이 섞이지 않는 곳이 없다’도 쉬운 풀이입니다. 이어서 나오는 ‘힘살’은 ‘근육’을 뜻하는 토박이말이라는 것을 앞서 알려 드린 것이 있어 이 글을 죽 봐 오신 분들은 잘 아실 것입니다.

 

48쪽 첫째 줄에 있는 ‘자라는 때’도 요즘 책이나 다른 책에서는 ‘성장기’라는 말을 쓰는데 ‘자라는 때’가 아이들 자리에서 보면 훨씬 쉬운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째 줄에 있는 ‘될 수 있는 대로’도 다른 곳에서 ‘가능한 한’을 많이 쓰는데 이렇게 쓰는 것이 훨씬 쉽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여섯째 줄과 일곱째 줄에 걸쳐 있는 ‘우리가 잘 자라고 튼튼하려면’도 다른 곳에서는 ‘우리가 잘 성장하고 건강하려면’이라고 했지 싶은데 그렇게 하지 않아서 참 쉽고 좋았습니다.

 

‘어린이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어린이날 손씻이(선물)로 무엇을 할까 생각하느라 머리가 아프다는 분들이 많지 싶습니다. 올해는 틀렸지만 머지않은 때 어린이날 손씻이(선물)로 쉬운 토박이말로 된 배움책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는 기별을 들려 줄 수 있도록 여러분의 힘과 슬기를 보태 주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경남신문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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