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살리기]1-44 단물곤물
지난 엿날(토요일)은 어버이날이었습니다. 가시어머니, 가우남편과 함께 밭에 가서 고구마를 심고 고추 버팀대를 세우고 왔습니다. 자잘먼지인지 흙비인지 잘 모르겠는 것이 뿌옇게 끼인 가운데 바람까지 많이 불었지만 자꾸 미룰 수가 없었습니다. 운김에 해서 그런지 일도 생각했던 것보다 일찍 끝이 나서 시골 아버지, 어머니께 다녀올 수도 있었습니다.
밝날(일요일) 날이 바뀐 뒤에 잠이 들어서 늦게 일어나지 싶었는데 일찍 잠이 깨어서 여느 밝날과 달리 긴 하루를 보냈습니다. 아침을 챙겨 먹고 설거지를 한 다음 가시아버지께 다녀와서 뒤낮에는 스승님을 만나 뵙고 왔는데도 해가 한참 남아 있었으니까요. 어머니 기림날(제삿날) 이었지만 빛무리 한아홉(코로나 19) 때문에 모이지 못해 저마다 집에서 어머니를 생각하며 보냈습니다. 하늘나라에서 고이 잘 쉬고 계실 거라 믿습니다.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단물곤물'입니다. 이 말은 말집(사전) 가운데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단맛이 나는 물과 푹 삶긴 물이라는 뜻으로 알짜나 잇속을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고,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단맛이 나는 물과 무엇을 푹 고아 낸 물이라는 뜻으로 아주 중요하거나 실속 있는 알짜나 잇속을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했습니다.
이런 뜻이 있는 말이니 쓴 사람이 많음직 한데,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보기가 없고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단물곤물 다 빼먹고 이제 와서 딴소리냐?"는 보기가 있습니다.
다들 잘 아시다시피 '단물'이 '1)소금끼가 없는 물'을 가리키기도 하고 '2)단맛이 나는 물'을 뜻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3)알짜나 실속이 있는 부분을 빗대어 이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거기에 '곤물'은 '고기나 뼈 따위를 무르거나 진액이 빠지도록 끓는 물에 푹 삶다'는 뜻을 가진 움직씨 '고다'의 줄기 '고'에 매김씨끝(관형어미) 'ㄴ'에 '물'이 더해져서 '푹 삶아 진액이 빠져 나온 물'이 됩니다. 이 두 말을 더했으니 '알짜나 잇속'을 빗대어 이르기에 알맞은 말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위의 두 말집(사전) 풀이를 알맞게 섞어서 다음과 같이 풀이를 해 봅니다.
'단맛이 나는 물과 무엇을 푹 고아 낸 물이라는 뜻으로 알짜나 잇속을 빗대어 이르는 말'
이제 '단물곤물'에 이른 뜻이 있다는 것을 아셨으니 앞으로 '알짜'나 '잇속'이란 말을 써야 할 때 '단물곤물'을 떠올려 써 보시기 바랍니다.
4354해 들여름달 열흘 한날(2021년 5월 10일 월요일) 바람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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