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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탄소발자국과 탄소성적표지제

기후변화 위기는 인류를 멸절시킬 수 있어
[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55]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영국의 식품회사인 워커스사는 2007년에 감자칩 한 봉지를 생산하는 전 과정에서 75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고 봉지에 표기하였다. 영국 소비자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탄소발자국이 표시된 상품을 우선 구입하고, 탄소배출량이 적은 제품을 사서 지구환경보호에 자발적으로 동참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후 다른 회사들도 제품에 탄소발자국 표시를 하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탄소발자국이라는 용어 대신 ‘탄소성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2009년 2월부터 환경부 고시 <탄소성적표지 인증업무 등에 관한 규정>에 근거를 두고 탄소성적표지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의 목적은 ‘제품과 서비스의 생산 및 수송, 유통, 사용, 폐기 등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제품에 표기하여 소비자에게 제공함으로써 시장 주도로 저탄소 소비문화 확산에 이바지하기 위한 것’이다. 탄소성적표지제도는 법적으로 강제하는 인증제도가 아니라 기업의 자발적 참여에 의한 임의적인 인증제도이다.

 

이 제도는 1단계 탄소배출량 인증, 2단계 저탄소제품 인증, 3단계 탄소중립제품 인증의 세 단계로 구성되어 있는데, 시차를 두고 시행되고 있다.

 

 

탄소성적표지제도의 제1단계는 탄소배출량 인증이다. 탄소배출량 인증은 제품 생산의 전체 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산화탄소 양으로 환산하고 그 양을 제품에 표시해주는 제도이다. 2009년 4월에 대형 유통회사인 신세계 이마트와 홈플러스가 탄소배출량 인증 상품을 선보이고 고객들에게 친환경적인 소비에 대해 알리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생수 1병의 탄소배출량은 115g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그림3>

 

탄소배출량의 표시는 제품은 물론 서비스에 대해서도 가능하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KTX 기차를 타고 한 사람이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여행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계산하여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서울-부산 이동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은 9.98kg이나 된다.

 

 

탄소성적표지의 제2단계는 저탄소제품 인증이다. 저탄소제품 인증은 1단계의 탄소 배출량 인증을 받은 제품 가운데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탄소 배출량이 동종 제품의 평균 배출량보다 적은 제품에 부여하는 인증이다. 소비자가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상품을 선택해 녹색소비를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2011년 11월에 세계 처음 도입되었다. 두 회사에서 똑같은 제품을 만드는데, 한 회사 제품이 저탄소제품 인증을 받고 소비자들이 이 상품을 선호한다면 다른 회사에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기업에서는 공정 운영의 최적화, 에너지효율 향상 등을 적용하여 이산화탄소를 적게 발생시키려고 노력하게 된다.

 

세계 처음 저탄소상품 인증을 받은 제품은 CJ제일제당 햇반 등 생활밀착형 제품 4종, 리바트 가구 등 생산재 및 내구재 2종, LG전자의 가정용 전자제품 3종 등 모두 9개 제품이다. 이 제품들은 “생산 공정 에너지효율 개선”, “폐열회수 시스템 적용”, “제품 및 포장재 경량화”, “저탄소 원자재 사용 비중 확대” 등 품목별 특성에 맞는 온실가스 감축 기술이 적용되었다. 처음 인증을 받은 9개 저탄소 상품이 1년에 감축하는 이산화탄소는 약 16만 4천 톤이다. 이러한 감축량은 어린 소나무 5,700만 그루를 심어 흡수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환경부 누리집을 검색해 보니 2019년 12월 말 현재 탄소배출량 인증을 받은 제품의 수는 2,224개, 저탄소제품 인증을 받은 제품과 서비스의 수는 547개로 집계되었다.

 

탄소성적 표지의 제3단계는 탄소중립제품 인증이다. 탄소중립제품 인증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도입된 탄소성적표지 제도의 마지막 단계인데, 기업의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확대하기 위해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2015년에 도입하였다.

 

탄소중립제품 인증은 제품 전체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에 상응하는 만큼 탄소배출권을 구매하거나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하여 실질적인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든 제품에 부여하는 인증이다. 기업의 처지에서는 제품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다른 방법으로 상쇄시켜서 총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0으로 만들어야 탄소중립 인증을 받을 수 있어서 매우 도전적인 제도라고 볼 수 있다.

 

2015년에 처음으로 탄소중립제품 인증을 받은 제품은 삼성전자ㆍLG전자의 가정용 전자제품, 광동제약의 음료제품 등 모두 13개 제품이다. 이들 13개 제품이 1년 동안 상쇄하는 온실가스는 모두 12만 톤 규모로, 이는 30년생 소나무 1,800만 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 양과 같다.

 

 

탄소중립제품이 등장하면서 탄소성적표지 제도는 제품의 온실가스를 측정하고(1단계 탄소배출량 인증), 줄이고(2단계 저탄소제품 인증), 이를 상쇄하는(3단계 탄소중립제품 인증) 제품에 인증을 부여할 수 있는 체계를 세계 처음 갖추게 됐다. 현재 탄소성적표지와 비슷한 제도는 모두 11개 국가에서 운영되고 있는데,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산정-감축-상쇄'의 단계적 인증을 부여하는 선진적인 체계는 우리나라가 가장 앞서서 마련했다.

 

탄소성적인증 제도의 성공 여부는 소비자에게 달려있다. 소비자들은 제일 먼저 이산화탄소 배출이 지구온난화를 일으키고 현재의 기후 위기의 원인임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알기만 해서는 부족하다. 실천이 필요하다. 시장이나 마트에 가서 물건을 살 때 제품을 견줘 탄소배출량이 적은 제품이나 탄소배출량이 0인 제품을 구입하는 행동을 실천해야 한다.

 

이산화탄소 증가로 인한 기후변화가 당장 “나의 구체적인 일상을 바꿀 것이다”라고 위기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2019년 실시한 국민환경의식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91.4%는 “현시점에서 기후변화가 심각하다”고 답하였다. 그러나 “본인 입장에서 기후변화가 심각한가?”라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대답한 응답자가 69.6%로 뚝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환경에 관한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경고한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세상을 다 죽일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더 큰 문제는 기후변화 위기”라고 말하면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인류에게 위기 수준이라면, 기후변화 위기는 나를 포함한 인류를 멸절시킬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작은 물방울이 모여서 강물을 이룬다. 기후위기는 남의 문제가 아니고 바로 나의 문제, 나의 자손의 문제이다. 의식이 깨어있는 소비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행동을 실천해야 한다. 깨어있는 시민이 많아져야 기업을 변화시키고, 국가를 변화시키고, 궁극적으로는 기후 위기를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