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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원의 우리문화책방

재미난 우리술 이야기, '건배'가 아닌 '수작'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명욱, 박하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젊은 베르테르의...술품?”

그렇다. 젊은 베르테르는, 슬프다 못해 술펐다(?). 슬픈 나머지 술을 퍼마셨다고 볼 수도 있겠다. 베르테르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이 기발한 제목 덕에 이 책을 펴들게 된 것도 사실이다. 베르테르가 술 푸겠다는데(?),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으랴?

 

이 책은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이란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우리 술의 매력을 베르테르와 같은 젊은 청년의 감각에 걸맞게 요모조모 풀어낸 책이다. 가객 김창완과 전통주 전문가 명욱이 SBS 라디오,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의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꼭지에서 2년 동안 주고받은 우리 술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우리 술 입문서로 손색이 없거니와, 내용도 알차다. 1부 <술에 대해 궁금했던 모든 것>에서는 술의 어원과 유래부터 술의 역사까지 두루 다룬다. 발효주와 증류주의 차이, 삼국시대부터 시작된 술 문화의 역사,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 3곳 등 우리 술 전반에 대한 기초 지식을 알차게 담았다.

 

2부 <전통주 만나러 가볼까?>에서는 조선 3대 명주인 감홍로와 이강주, 죽력고에 관한 이야기와 다양한 종류의 전통주를 주제별로 다룬다. ‘종교와 연관 있는 유서 깊은 전통주’, ‘만찬주로 선정된 전통주’, ‘역사적 명소에 있는 우리 전통주와 양조장’ 등 주제별로 흥미롭게 정리된 우리 술을 보노라면 그 깊이와 다양성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3부 <온 가족이 놀러가는 한국의 와이너리> 에서는 대부도 그랑꼬또 와이너리, 파주 산머루 와이너리 등 가족 여행지로 맞춤한 양조장(와이너리)을 소개한다. 주말에 어디 갈지를 고민하는 가족이라면 이번 주에는 양조장을 생각해봐도 좋을 것 같다.

 

4부 <우리술과 외국술의 차이>에서는 사케와 막걸리의 차이, 생맥주와 생막걸리의 차이 등 우리술과 외국술을 비교하며 그 차이를 친절하게 알려준다. 평소 즐겨 마시면서도 각 술이 어떻게 다른지는 잘 알지 못했던 독자라면 그 차이를 살펴볼 좋은 기회다.

 

책을 읽다 보면 일상에서 무심코 쓰는 표현의 유래나 신기한 사실을 알고 무릎을 '탁' 치게 될 때가 많다. 이 책에 나오는 각종 재밌는 정보를 인기 퀴즈 프로그램이었던 <스펀지> 형식을 빌려 정리해봤다.

 

<우리 술 스펀지 퀴즈>

 

1. ‘건배’란 말 대신 ‘□□’을 썼다.

정답: 수작(酬酌)

해설: 요즘은 술을 마시며 ‘건배!’를 외치지만, 조선왕조실록에는 건배란 단어가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등장하는 단어는 바로 ‘수작’. 갚을 수(酬), 따를 작(酌)을 써서 술을 주고받고 나눈다, 술잔을 돌린다, 술을 통해 대화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건배는 본래 바이킹족의 문화로 알려져 있는데, 당시 쓰던 잔은 대부분 뿔잔으로 잔을 세울 수 없어 한 번에 다 마셔야 했다. 곧, 잔 바닥이 마를 때까지 다 마신다는 뜻의 건배(乾杯)와 의미가 통한다. 잔을 부딪치는 풍습은 적들과 화친을 할 때 술잔을 부딪쳐 술이 서로 섞이게 함으로써 독을 탔는지 확인하던 것에서 유래했고, 이 문화가 대륙을 건너 한국에까지 전해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2. 이몽룡을 위해 춘향이 차린 주안상에는 조선 3대 명주인 ‘□□□’가 있었다.

정답: 감홍로

해설: 감홍로는 가람 이병기 선생의 《춘향전》에도 등장한다. 이몽룡을 위해 춘향이 차린 주안상에는 다양한 전통주가 등장하는데, ‘술 중의 술’로 특별히 준비한 술이 바로 감홍로이다. 육당 최남선은 《조선상식문답》이라는 책에서 조선에서 가장 유명한 3대 술로 죽력고, 이강고, 감홍로를 꼽았다. 감홍로는 말 그대로 단 술이며, 열대과일 리치(용안육)가 들어가 단맛을 낸다. 용안육은 신경과민, 불안, 우울증을 해소하는 약재로 효능이 좋아 조선시대부터 수입해서 썼다. 감홍로는 특히 아이스크림과 잘 어울린다고 하는데, 언젠가 꼭 먹어보고 싶다.

 

(p.123)

창완: 감홍로를 더 특별하게 즐기는 법이 있을까요?

명욱: 아이스크림에 뜨거운 에스프레소 샷을 부어서 먹는 아포가토처럼 아이스크림 위에 부어서 같이 먹는 방법이 있어요. 아, 이건 정말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맛입니다.

창완; 아이스크림이랑 잘 어울린다면, 다른 달콤한 디저트와도 잘 맞겠네요.

 

 

 

3. 고려 개국공신 복지겸은 딸이 빚은 ‘□□□□□’를 마시고 병이 나았다.

정답: 면천두견주

해설: 충남 당진 면천 복 씨의 시조로 알려진 복지겸 장군이 병이 들자 딸은 당진의 아미산에 올라가 100일 기도를 드렸고, 진달래꽃과 ‘안샘’이라는 면천면의 우물물로 100일 동안 술을 빚고 은행나무 암수 두 그루를 심으라는 계시를 받아 그대로 따르자 복지겸 장군의 병이 나았다.

 

이후 두견주는 대를 이어 내려오다 김포의 문배술(86-1호), 경주의 경주교동법주(86-3호)와 함께 국가무형문화재 86-2호로 지정되었다. 두견새는 봄이 되면 우는 뻐꾸기 가운데 한 종류로, 두견새가 울 때쯤 진달래가 피어 두견주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찹쌀을 주원료로 한 술덧에 진달래를 넣어 두 번을 빚고 100일 동안 발효 숙성시키면 두견주가 완성된다.

 

4. 제주도의 대표적인 토속 술에는 오메기술과 고소리술이 있다. 여기서 ‘오메기’는 □□을 뜻하며, ‘고소리’는 □□□□를 뜻한다.

정답: 좁쌀, 소줏고리

해설: 제주 오메기술과 고소리술은 둘 다 제주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오메기란 좁쌀의 제주 방언으로 오메기술은 좁쌀로 빚은 술을 뜻한다. 또한 소주 증류기(소줏고리)를 제주 방언으로 고소리라고 하는데, 술독에 묻어둔 오메기술을 솥에 넣어 소줏고리(고소리)로 내린 것을 고소리술로 부른다. 오메기술은 발효주인 만큼 도수가 6~13도이며, 증류주인 고소리술은 40도가 넘는다.

 

이렇듯 우리 술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가 많은데, 그동안 너무 몰라봤던 것 같다. 취미로 와인공부를 하는 사람은 많지만, 전통주 공부를 하는 사람은 드문 것이 현실이다. 이제는 한국 전통주에도 더 관심을 두고, 주말에는 막걸리 양조장도 찾아가 보면서 전통주를 즐겨보면 어떨까? 허균이 쓴 아래 주도(酒道)만 잘 지킨다면,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슬프면 어떠하고 술 푸면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술 푸며 백년 동안 누리리라.

 

(p.114) 기뻐서 마실 때는 절제가 있어야 하며, 피로해서 마실 때는 조용해야 한다. 점잖은 자리에서 마실 때는 소쇄(瀟洒, 기운이 맑고 깨끗함)한 풍도가 있어야 하며, 난잡한 자리에서는 규약이 있어야 한다. 처음 만난 사람과 마실 때는 한가롭고 우아하게 하면서 진솔하게 마시되, 잡객들과 마실 때는 꽁무니를 빼야 한다. - 허균 《한정록》 -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명욱, 박하, 1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