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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내포제(內浦制)시조 연례강습회를 다녀와서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530]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까지는 성남의 경기소리꾼, 방영기 명창에 관한 이야기를 해 왔다.

 

어려서부터 춤과 노래 부르기에 뛰어나 이창배, 정득만, 김옥심 등, 서울의 명창들을 찾아다니며 소리공부를 해 왔고, 30여년 만에 전국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고, 그 기념으로 매해 <우리소리를 찾아서>라는 개인 발표회를 열어오고 있다는 이야기, 그는 <이무술 집터다지는 소리>, <판교 쌍용 거 줄다리기놀이>를 발굴, 재현하였고, 앞으로도 <숯골 축제>를 비롯한 성남지역의 전통소리나 놀이를 발굴, 전승해 나갈 계획이란 이야기를 했다.

 

또 방영기는 경기권 음악의 남성 소리꾼으로는 흔치 않은 공력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으며 전문예술인으로는 흔치 않게 성남시의원, 경기도의원 등을 역임하며 성남아트센터, 문화예술의 발전기금 조성, 시립국악단의 창단, 등 지역사회를 위해 열심히 봉사하였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충남 부여에서 열린 2021년도 정례 강습회에 관한 이야기가 되겠다. 동 시조보존회는 강습을 개회함에 앞서 언제부터인가 회원들의 정례발표회를 열고 있다. 이번 강습회에도 김연소 예능보유자를 비롯하여, 강통모, 조순자, 오성섭, 윤석순, 구보경, 이규환, 김종범, 안학준, 김영숙, 조일행, 김윤희, 정복영, 김유재, 조성조, 고계순, 윤소리 회원들이 독창, 혹은 제창으로 다양한 시조창 발표를 해 주었다.

 

 

글쓴이는 해마다 열리는 이 행사에 참석해 오고 있다. 내포제 시조를 부르며 여생을 즐기는 노년의 멋쟁이들과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인연이란 내포제 시조창을 지방문화재로 지정할 당시, 그 필요성이나 음악적 특징 등을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이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대 최고의 시조창 권위자로 알려진 소동규 명인은 물론이고, 그가 타계한 후에도 그의 후계자들이나 제자들이 잊지 않고 초청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시조(時調)란 무엇이고, 시조창이란 또한 무엇인가?

 

같은 의미로도 해석되지만, 구체적으로 구분하면 시조란 초장, 중장, 종장 등 3장 형식을 취하고 있는 고유의 정형 시(詩)를 말하는 것이고, 시조창이란 이 시에 가락을 얹고 길고 짧은 시가(時價)의 장단을 넣어 부르는 창(唱), 곧 노래를 말한다.

 

우리의 고전 성악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구전심수(口傳心授, 말로 전하고 마음으로 가르친다)의 방법으로 전해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궁중의 성악이나 민간의 가곡, 시조와 같은 분야는 악보가 있어서 악보로 그 노래의 변천과정을 알게 하는 것이다.

 

시조창을 위한 대표적인 악보가 조선조 순조(1800~1834) 때 서유거(徐有渠)의 《유예지》와 이규경(李圭景)의 《구라철사금자보》가 현재까지 알려진 첫 악보이다. 그 이후 《삼죽금보》의 거문고보, 《서금보》의 양금보, 그리고 《방산한씨금보》의 양금보, 기타 금보(琴譜) 등에 거문고나 양금의 악보로 시조창을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옛 시조악보들을 해독하여 발표한 바 있는 장사훈은 이것이 현재 불리우고 있는 <경제(京制)의 평시조(平時調)>이며 이것이 곧 여러 종류의 시조 중에서 원형이라고 하였다. 경제라고 하는 말은 서울, 경기지방에서 불려온 시조창을 말한다.

 

<평시조>는 3장 6구체, 곧 각 장(章)의 안 구(句)와 바깥 구를 합하면 6구가 된다. 그리고 각 장은 15글자 안팎이 되어 전제적으로는 44~45자 안팎의 단형시조를 말하는 것이다.

 

최초의 시조악보에 기보되어 있는 시조가 <경제의 평시조>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다면, 가장 오래된 시조는 경제시조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시조가 지방으로 퍼져나가면서 해당 지방의 특징적인 시조로 자리를 잡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경제>의 대칭개념인 <향제>, 곧 지방제 시조다. 그러므로 향제시조는 경제시조가 지방으로 퍼져나가 그 지방의 환경이나 풍속, 성격, 기호에 따라 토착화되면서 지방의 특징을 지니고 전승되어 오는 시조로 볼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시조가 충청지방의 내포제, 전라도 지방의 완제, 그리고 경상도 지방의 영제로 불리는 시조 등이다.

 

다음의 글은 이혜구의 「시조 감상법」에 나오는 내용인데, 지방제 시조의 종류나 그 성격을 짐작해 볼 수 있는 재미있는 내용이어서 소개해 본다.

 

“악보상으로는 간단해 보이지만, 시조처럼 시비(是非)가 많은 것도 없을 것이다. 원래 시조에는 명창이 없다 하지만, 유명하다는 갑(甲)이 방송한 후에는 을(乙)이 그것을 비난하고, 을(乙)이 하고 나면, 또 병(丙)이 냉소하여 명창의 표준을 종잡을 수 없었다.

 

또 <경판시조>는 지름시조나 들을까?, 그 평시조는 노랑목을 써서 듣기 싫다는 사람도 있고, <내포제시조>는 단가제(短歌制)라고 깎아내리는 사람도 있고, 전라도 시조, 곧 <완제시조>는 사설시조를 치지, 평시조는 안친다는 사람도 있고, <영판평시조>가 꿋꿋하고 속 깊고 구성져서 <평시조>로는 으뜸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왼 영판은 너무 뻣뻣하여 <경판>을 섞은 <반영판>이라야 듣기 좋다는 사람도 있어 각각 지방에 따라서 평가가 다르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