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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나들이

영모당 - 현대적 유교식 장례에 참여하다

정성은 그대로, 관리는 편하게

[우리문화신문=양인선 기자]  그날 하늘은 더없이 푸르고 공기 또한 깨끗하고 상쾌했다. 영모당 뒤로는 조선송으로 아늑하게 둘러쳐져 있고, 그리 넓지 않고 아담한 영모당 앞뜰엔 잔디로 정갈하게 다듬어져 있어 바쁜 후손들이 묘역 관리하기에 힘들지 않겠다고 생각해본다.

 

우선 영모당 앞뜰에 세워진 비문의 내용을 살펴보자.

 

“~~~~~ 평성도정께서 가재마을에 정착하시고 400여 년이 흘렀습니다. 이번 우리 문중에서 종래의 장제를 개선함에 시대에 따라 우리 종현들의 의결로 문중 묘지의 중원에 영모당을 건립하여 위로는 조상님을 받들어 모시고 후손도 함께할 유택을 마련하니 자손 대대로 후손 간에 화목하여 숭조돈목하는 덕목을 실천하고 만세 번영하기를 기원하며 이 안식처에 모신 영령들께서 영원히 평안하시도록 삼가 이 비를 세웁니다. 2005년 가재 종중 일동 건립”이라고 새겨져 있다.

 

그리고 옆면에 '같은 뿌리 한 줄기, 많은 가지 영원히 서로 화목하고 즐겁게'라고 아름다운 글귀도 새겨져 있는 게 눈에 들어온다.

 

 

 

 

야트막한 언덕에 자리 잡은 영모당으로 오르는 오솔길도 고즈넉하고 운치 있다. 여러 갈래 숲길을 따라 내려가면 집성촌을 일구며 살아온 후손들의 농사짓는 생활 터전이 펼쳐진다.

 

일가친척분들이 오늘만은 일손을 놓고 영모당을 향해 올라온다. 타향에 나가 살던 친척들도 서둘러 오신다. 인사를 나누기에 앞뜰이 비좁을 정도다. 뜰에 긴 돗자리를 펴고 유족과 일가친척들이 무릎 꿇고 엎드려 가신님을 애도하며, 가재리 소종회 총무(이호락)님의 사회로 봉안식을 거행한다.

 

분향재배 뒤 독축이 있었다.

 

“서기 2021년 신축년 6월 22일 음력 5월 13일 후손 호욱은 영모 유택에 계신 선조 영령님들께 감히 밝혀 아뢰나이다. 저의 아버지 민자 재자를 선조 영령들이 계신 영모당 유택에 모시고자 하오니 함께 편히 지내시길 기원드리옵니다. 혼령들이시여 영원히 평안하시기를 바라오며, 우리 후손들이 더욱 번창할 수 있도록 지켜보시고 힘을 실어 주시고 어여삐 여겨주시고 굽어살펴 주시옵소서. 앞으로 저희는 가족을 비롯한 일가친척들이 더욱 화목하고 단합하여 희망찬 포부를 갖고 살아나갈 것을 다짐합니다. 새해 차례가 바뀌어 신축년 여름이 왔습니다. 녹음이 짙어가는 계절에 영원토록 사모하는 마음 가눌 길 없어 가족 모두가 삼가 맑은 술과 과일을 펴고 전을 드리오니 흠향하시옵소서.

이제 영원한 이별을 고하나이다.

2021년 6월 22일 소자 이호욱의 가족일동”

 

이어서 가재 소종회 회장님의 고별사가 있었다.

 

“민자 재자 형님! 형님은 항상 건강하시고 언제까지나 생존하실 줄 알았는데, 하늘의 뜻을 거역 못 하시고 저세상으로 떠나시는군요. 후배들을 항상 바른길 정직한 사람이 되라 조언 많이하셔서 우리들은 최선을 다하여 살겠습니다. 또한 조상님을 숭배하고 예절 바른 전주 이씨 덕원군 숭선도정 자손 모두는 형님 뜻을 본받아서 최선을 다하는 숭선도정 자손 모범이 되는 우리가 되겠습니다. 형님, 이제는 아프지도 않은 저세상 아름다운 꽃길 하얀 구름을 타시고 편히 가시옵소서. 영모당에서 이운재”

 

소박하며 진심 어린 아름다운 고별사였다.

 

다음으로, 유골함을 예를 갖추어 유택에 안치한다. 영모당 내부엔 윗대로부터 질서 있게 자리 배정이 잘 되어있다. 유골함 500여 구가 안치될 수 있는 규모다. 영모당 앞에서 전에 없이 편안함을 느낀다. 나이 들어가는 탓인가 보다.

 

 

마지막으로, 음복하고 떡과 과일을 나누며 영모당 봉안식을 마쳤다. 봉안식 전 과정이 요즘 보기드문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바람직한 장례문화의 전형이 아닐까?

 

영모당에서 가재골로 5분 정도 걸으면 평성도정 묘소에 닿는다. 입향조의 위상에 걸맞게 묘역이 넓고 멋지다. 향로석과 상석 그리고 묘비가 400여 년 전에 세워질 당시 그대로 모습이다. 묘비 머리 부분을 둥글게 다듬은 형태다. 마모가 심해서 오랜 세월의 풍파가 느껴진다.

 

 

 

 

집성촌을 일구며 사는 가재골로 10분 정도 걸어 내려가면 '연원사당'도 있다. 사당 앞에 큰 대리석에 새겨진 '평성도정 문중계보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계보도를 도표로 대리석에 새긴 건 흔치 않은 경우다. 세조대왕에서 출발하여, 덕원군-숭선군-연원군-평성도정으로, 계보도를 따라 읽어 내려가다 보면 익숙한 항렬자가 보인다.

연○, ○근, 우○, ○재, 호○ , ○영, 상○

나의 위치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갈수록 묘역을 가꾸고 벌초하며 잔디를 다듬고 관리하기는 점점 어렵고 부담으로 느껴지는 세상이다. 거기에 더하여 성묘는 부담스럽다고 생각들 한다. 오래전에 조성된 묘지는 잡풀이 무성하여 비문을 읽어 보기 전에는 어느 분의 묘인지 알기도 힘들다. 파묘하여 화장해서 영모당으로 모시는 추세다. 명절이나 기일엔, 어느 계보 후손인지 구분 지을 필요 없이, 영모당 앞뜰에 모여 간단히 재배한 뒤 떡과 과일을 나누며 살아가는 얘기를 나눈다. 같은 뿌리에서 자라난 가지임을 확인하고, 앞으로 살아갈 날의 힘을 얻는다. 조상의 음덕에 감사하며 올곧은 삶을 살기를 다짐하며 헤어진다.

 

집안 어른의 장례에 참석한 뒤의 소감과 더불어 장례문화의 일례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