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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대나무의 죽성(竹聲)ㆍ인성(人聲)의 조화와 시조창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535]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시조의 세청(細淸)창법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경제 평시조에는 중장과 종장 첫 부분에 고음(高音)이 나오기 때문에 이를 세청(또는 가성(假聲)이라고도 함)창법으로 부른다는 점, 이것은 곧 속소리 창법으로 일종의 변통창법이란 점, 그러나 내포제 평시조에는 고음(高音)이 출현하지 않아 이러한 창법이 쓰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고음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가성창법을 쓸 필요가 없다는 말을 뒤집어 보면, 세청창법을 쓰지 않기 위해 고음을 기피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 된다. 정가의 대표적인 장르, 남창가곡도 세청의 창법은 금지하고 있는 창법이다.

 

평시조에서는 고음이 청황종(潢)이지만, 가곡에서는 황(潢)보다 훨씬 높은 청중(㳞)이나 청임(淋)의 소리도 절대 가성으로 처리하지 않고, 육성으로 내야 한다. 내포제 평시조에서 세청 창법을 불허하는 점에서 보면, 창법에 있어서는 내포제시조가 오히려 가곡의 창법과 유사하다는 점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발음법에 있어서는 가곡의 예와 다르다.

 

가령, 경제시조에서는 소치는 <아희 놈>이나 <재 넘어 사래 긴 밭>과 같은 노랫말을 옮길 때, <희>나 <재>, <사래>와 같은 중(重)모음은 풀어서 발음을 하는 것이다. 곧 <희>는 <흐+이>로, <재>는 <자+이>로, <사래>는 <사라+이>로 풀어서 발음한다. 그래서 주의 깊게 듣지 않으면 노랫말을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그러나 내포제시조는 모음을 풀지 않고, 곧바로 <아희 놈>,<재 넘어>,<사래> 등으로 발음해서 그 의미를 분명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시조와 내포제의 또 다른 차이점을 든다면 초장(初章)이나 중장(中章)을 끝내는 박의 위치가 다르다는 점이다. 이것은 반주악기들의 참여여부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곧 시조의 반주 악기들로는 박을 짚어주는 장고 외에 선율악기들로 세피리, 대금, 해금, 단소와 같은 악기들이 참여한다.

 

반주악기들의 역할이라면 창자의 음 높이를 제시해 주거나 음악적 분위기를 유지해 주는 일이라 할 것이다. 반주악기가 전주(前奏)에 해당하는 가락을 제시해 주면, 창자(唱者)는 그 제시된 음 높이에 충실하게 불러야 한다. 만일 기본음을 높이고자 하는 창자나, 낮추고자 하는 창자는 특별히 반주자와 사전에 약속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별한 약속이 없는 경우, 대부분은 일반적인 높이, 곧 남창의 경우, 중(仲)을 제시하게 되는 것이다. 그 밖의 반주 가락들은 노래의 선율을 따라가며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수성(隨聲)가락으로 연주한다.

 

특히, 초장과 중장, 중장과 종장(終章)을 연결하는 여음가락을 연주하는 것도 반주악기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반주악기를 갖추고 시조창을 부르느냐, 그렇지 못한 상태에서 시조창을 부르느냐, 하는 문제는 곧바로 여음가락을 연주하느냐, 생략하느냐 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왜냐하면 반주악기들이 여음가락을 연주하는 동안, 창자는 노래를 부르지 않고 호흡을 가다듬게 마련이지만, 그렇지 못한 상태에서는 종지음 이후의 남는 박자들을 생략하고 다음 장(章)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시조창 반주와 관련하여 강조하고 싶은 말은 반주악기 연주자들은 반드시 시조창의 가락과 그 표현법, 그리고 그 분위기를 잘 알고 반주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곧 대나무의 죽성(竹聲)과 인성(人聲)의 조화가 시조창의 품격을 더더욱 고조시키기 때문이다. 이것은 반드시 시조창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반주를 필요로 하는 모든 성악이 동일하겠지만, 가곡은 더더욱 엄격하다고 하겠다. 가곡의 반주악기들은 거문고, 가야금, 양금, 세피리, 대금, 해금, 단소, 장고와 같은 악기들이 각각 1인씩 편성되는 것이 관습이다. 반주진들의 대여음(大餘音) 연주 뒤에, 창자의 1장 노래가 시작되며, 3장이 끝나면 반드시 중여음(中餘音)연주가 나오고 4장으로 이어간다. 이처럼 가곡에 있어 반주악기들의 역할은 분명하게 나누어져 있고 노래의 분위기에 맞는 적절한 연주가 가능해야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반주음악이라고 하면, 가곡과 가사, 시조와 같이 방안에서 이루어지는 조용한 노래의 반주가 있고, 궁중무나 일반 민속무와 같이 옥외의 반주음악이 있다.

 

일반적으로 노래의 반주는 음량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피리의 경우, 음량이 작은 세피리를 써야 하고, 대금의 경우에도 낮은 음역으로 소리를 내야 하며 해금의 경우에도 울림통 가장자리에 원산을 연결해서 음량을 조절해야 한다. 물론 장고는 복판이 아닌 변죽(가장자리)를 쳐서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러나 옥외에서의 무용반주 경우에는 전통적으로 삼현육각(三絃六角)의 편성이었다. 음량을 최대화해야 하기 때문에 피리는 향피리를 쓰되, 2인이고, 대금 1인, 해금 1인, 북과 장고가 각각 1인씩 편성되어 모두 6인 편성의 반주팀이었다. 소리가 멀리 멀리 퍼져나가야 하기 때문에 일부러 소리를 줄일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다음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