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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의 한국어 사랑 50년, 아사히신문에 소개

재일동포 김희로 사건을 알게 되면서 ‘현대어학숙(現代語學塾)’ 창립
[맛있는 일본이야기 617]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지인 구라하시 요코(倉橋葉子, 71)씨로부터 신문 기사 한 장이 카톡으로 날아왔다. 어제(7일) 석간 아사히신문이었다. 기사 내용은 50년 전부터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일본인 기사였다. 이 기사는 6일(월)과 7일(화)에 걸쳐 2회로 연재했는데 구라하시 씨가 보낸 것은 2회차였다.

 

50년 전에 한글 교실을? 그렇다. 이날 기사는 일본인들이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계기와 그들이 현재 지속하고 있는 일을 두 팀으로 나눠 소개하고 있었다. 한 팀은 한국어를 배워 현재 한국의 소설가 황석영 씨의 수필을 읽고 있는 팀이고, 다른 한 팀은 관동대지진 때 일본인에 의해 학살당한 조선인을 추도하는 모임의 니시자키 마사오(西崎雅夫, 61) 씨 이야기다.

 

 

이들은 1970년부터 ‘현대어학숙(現代語學塾)’이라는 한국어교실을 만들어 꾸준히 한국어 실력을 쌓아 왔다. 한국어교실은 김희로공판대책위원회가 사무실로 쓰기 위해 빌린 도쿄 요요기역 근처의 사무실이었다. 이들이 한국어교실 문을 연 계기는 1968년 재일동포 김희로 사건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김희로는 가난한 집안형편과 일본사회의 차별과 천대를 겪어내면서 여러 차례 감옥살이를 했다. 그가 세상에서 주목을 받은 사건이 일어난 것은 1968년 2월 20일, 시즈오카현에서 야쿠자 2명을 죽인 일이다. 김희로는 야쿠자와 싸움이 붙었는데 그가 ‘조센진, 더러운 돼지새끼’ 라고 모욕하자 그들을 총으로 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

 

이후 김희로는 다이너마이트와 실탄을 들고 후지미야 여관으로 도주해 투숙객 13명을 인질로 잡고 경찰과 대치했다. 이 인질극은 텔레비전을 통해 생중계되었다. 이때 김희로는 경찰관의 한국인 차별을 고발하기 위해 사건을 일으켰다고 주장하여 끝내 경찰의 사과를 받아냈다. 재일동포들의 차별과 멸시에 저항한 김희로 사건은 일본 사회의 커다란 울림을 주었다.

 

바로 이 사건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가장 가까운 나라 사람들(한국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언어부터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생각하여 문을 연 것이 한국어교실 곧 ‘현대어학숙’이었다. 이 한국어교실의 1기생이 구라하시 요코 씨다. 그는 대학에서 조선사를 전공하였고 이후 한국에 건너와 1년간 한국어 공부를 했다. 지금은 일본에서 한국어 번역가로 활약 중이다. 구라하시 요코 씨는 말한다. “차별과 빈곤에 괴로워하던 김희로 씨의 성장과정을 알면 알수록 일본인이 그의 죄를 물을 수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이다.

 

아사히신문이 소개한 두 번째 팀은 해마다 9월 1일, 관동대지진 때 학살된 조선인 추도회를 이끄는 모임인 “관동대지진시 학살당한 조선인의 유골을 발굴하고 추도하는 모임 <봉선화>”다. 모임을 이끄는 이는 현재 이사직을 맡은 니시자키 마사오 (西崎雅夫, 61) 씨다. 니시자키 마사오 씨는 메이지대학 자주강좌조선어(明治大学自主講座朝鮮語: 1978년부터 5년간 학생 주관으로 실시했던 외국어강좌) 팀에서 한국어를 공부했다. 이들은 한국어 외에도 재일한국인 역사와 차별 문제를 공부해 나갔다.  1982년의 일이다.

 

 

신문기사를 다 읽고 나서, 도쿄 후츄시(府中市)에 사는 구라하시 요코 씨와 전화 통화를 했다. 그는 대뜸 “특히 관동대지진 때 일본인에 의한 조선인 학살 건은 국가(일본)가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지만 국가가 하지 않고 있기에 우리들이 나서서 조선인 학살 사실을 알리고 추도회를 열고 있지요. 정말 죄송한 일입니다. 올해는 9월 4일 토요일 낮 3시부터, 조선인학살이 있었던  아라카와 강변 다리 아래서 관동대지진 98주년 한국·조선인희생자추도식을 거행했습니다. 원래는 저도 가서 풍물을 칠 예정이었습니다만 비가 내려서 참석하지 못해 아쉽게 되었어요.”라며 유창한 한국어로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들을 소개하면서 올가을부터는 한국어교실을 공공시설로 이전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어교실 ‘현대어학숙(現代語學塾)’의 새 장소로의 이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무궁한 발전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