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살리기]설거지와 아랑곳한 토박이말
한가위 잘 쇠셨는지요? 보름달처럼 밝고 넉넉하게 잘 쇠셨길 바랍니다. 날도 맑아서 밝은 보름달을 보면서 여러 가지 바람이 이루어지길 빌었다는 말도 들었는데 여러분은 어떤 것을 비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늘 그렇듯이 토박이말이 온 누리에 퍼져 모든 사람들이 다 잘 알고 써서 막힘이 없는 나라가 해 달라고 빌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토박이말바라기에서 마련할 여러 가지 일들이 잘 되고 널리 알려져 많은 분들이 토박이말 살리기에 함께하게 해 달라고 빌었습니다.
한가위 때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좋은 날 살붙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맛있는 것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까지는 참 좋습니다. 지난해와 올해는 빛무리 한아홉(코로나 19) 때문에 모일 수가 없게 되어서 한결 덜했을 것입니다. 그래도 몇 사람이든 모여서 함께 먹고 나면 반드시 따라오는 이것 때문에 얼굴을 붉히기도 한다는 이야기는 더러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바로 ‘설거지’입니다. 어떤 집안에서는 차리는 일과 설거지를 나눠서 차리는 일은 안사람들이 하고 설거지는 바깥사람들이 겨끔내기로 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조금씩 서로를 생각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설거지’와 아랑곳한 토박이말 몇 가지를 먼저 알려드리겠습니다.
‘설거지’라는 말은 잘 아시다시피 ‘먹고 난 뒤의 그릇을 씻어 갈무리하는 일’을 뜻하는 말입니다. 비슷한 말로 ‘뒷설거지’라는 말이 있으며 ‘비가 오려고 하거나 올 때 비에 맞으면 안 되는 물건을 치우거나 덮는 일은 ‘비설거지’라고 합니다.
설거지라는 말의 뜻풀이에 나온 것처럼 우리가 먹고 난 뒤 그릇을 ‘씻는’ 것과 아랑곳한 말 가운데 ‘가시다’와 ‘부시다’가 있습니다. ‘가시다’는 ‘물 따위로 깨끗이 씻다’라는 뜻을 가진 말입니다. 이 말에서 나온 ‘입가심’과 ‘볼가심’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입가심’이란 말은 자주 듣고 쓰시기도 할 것입니다. 우리가 밥을 먹고 “입가심’으로 뭐 먹을까?” 또는 “우리 입가심으로 ‘과일’ 좀 먹자‘”라는 말을 하곤 할 것입니다. 이때 입가심은 ’입 안을 개운하게 가시어 냄‘이라는 뜻입니다. ‘볼가심’은 ‘물 따위를 머금어 볼의 안을 깨끗이 씻음’이라는 뜻도 있고 ‘아주 적은 양으로 배고픔을 없앰’이라는 뜻도 있답니다.
‘가시다’의 이름씨꼴(명사형)은 ‘가심’입니다. ‘가심’은 ‘깨끗하지 않은 것을 물 따위로 씻는 일’이라는 뜻이 되지요. ‘청소’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더럽거나 어지러운 것을 쓸고 닦아서 깨끗하게 함’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두 낱말의 공통점을 찾으셨을 겁니다. 바로 ‘깨끗하게 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청소’라는 말을 써야 할 때 ‘가심’도 쓸 수 있을 것입니다.
‘부시다’도 ‘그릇 따위를 씻어 깨끗하게 하다’라는 뜻을 가진 말입니다. 앞에서 ‘가시다’에서 ‘가심’이라는 말이 나온 것처럼 ‘부심’이라는 말도 있을 법한데 말집(사전)에는 올라있지 않습니다. 앞에 ‘씻-’을 두고 ‘가시다’, ‘부시다’를 더한 ‘씻가시다’, ‘씻부시다’는 말도 있습니다. ‘가시다’, ‘부시다’ 뜻을 안다면 ‘씻어서 가시고’ ‘씻어서 부신다’는 뜻을 어림할 수 있는 말이긴 합니다. 하지만 말모이 사전에는 ‘가시다’와 ‘부시다’가 비슷한 말이라는 풀이를 해 놓지 않았습니다. ‘씻가시다’와 ‘씻부시다’도 마찬가지여서 아쉬운데 앞으로 말집(사전)을 만드는 분들이 마음을 써 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토박이말에 마음을 써 봐 주시고 좋아해 주시며 둘레 사람들에게 나눠 주시는 여러분 모두 고맙습니다.
4354해 온가을달 스무사흘 낫날(2021년 9월 23일 목요일)바람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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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경남일보에도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