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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각 지역마다 다른 현악영산회상(줄풍류)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543]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  지난 주에 영산회상(靈山會相)이란 말은 넓은 의미로 석가의 교설(敎說)이지만,『악학궤범(樂學軌範)』이나『대악후보(大樂後譜)』등에는 음악의 악곡 이름으로도 나타나고 있다는 점, 조선조 후기에는 점차 세속화되면서 가사를 잃고, 기악곡화 되어 현재는 9곡의 모음곡(組曲)이 되었다는 점, 현재는 국악연주회나 개인발표회에서 가장 빈번하게 또한 가장 널리 연주되고 있는 음악이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영산회상은 세 갈래의 음악으로 구분된다. 이 음악은 조선조 후기로 내려오면서 현악기 중심으로 연주되는 형태와, 관악기 중심으로 연주되는 형태, 그리고 관현악 편성으로 연주되는 형태가 있는 등, 악기 편성이 각각 다르게 연주되고 있는 음악으로 확대 발전되었다. 현악기가 중심을 이루는 악곡의 이름이 바로 <현악(絃樂)영산회상>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관악기들이 중심이 되는 음악은 <관악(管樂)영산회상>이다. 또한 현악영산회상은 웃조로 되어 있는 음악인데, 이를 조금 낮추어 평조로 만들고, 관악기와 현악기들이 함께 연주할 수 있도록 만든 <평조(平調)회상>이 있다.

 

 

먼저, 현악영산회상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이 음악을 민간 음악계에서는 줄풍류로 통하고 있다. 현악이라는 말이나 줄이라는 이름은 현악기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즉 국악기 중 명주실을 꼬아 만든 줄 악기라면 거문고, 가야금, 양금 등이 중심을 이루고 있으며 세피리, 대금, 단소, 해금, 등이 포함되는 편성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다만, 해금은 제작 재료로 보면 현악기이지만, 주로 관악기들과 함께 편성되어 관악곡조들을 연주하고 있음으로 관악기로 분류되고 있다.)

 

영산회상은 현악기 중에서도 거문고가 중심이 된다. 그래서 이 곡을 <거문고 회상>이라고도 부른다. 이 곡의 아명(雅名)은 <중광지곡(重光之曲>, 또는 줄여서 <중광>이라고 부른다. 아명이란 궁정에서 불려지고 있는 아정한 이름이란 뜻이다.

 

이 현악영산회상을 민간에서는 줄(絃)악기 중심의 합주란 의미로 <줄풍류> 라 불러 왔다. 그러므로 줄풍류라고 하면 곧 <민간풍류>, 더 줄여서 <풍류>라고 해도 통한다. 그러나 정악계에서 연주되고 있는 현악영산회상과 각 지역에 전래해 오고 있는 민간 줄풍류는 동일한 음악이기는 해도, 그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음악적 분위기뿐 아니라 구성하고 있는 각각의 악곡 명칭이라든가, 또는 각 악기의 가락, 장단의 구성, 특징적 표현법 등에 차이를 보이고 있어 대비가 되고 있는 것이다.

 

 

예부터 민간 음악계의 가야금 산조나 거문고 산조, 또는 가야금 병창, 경서도 민요, 판소리, 등의 명인, 명창들은 그들의 전공분야에 본격적으로 도전하기 전, 기본적으로 <줄풍류>를 익혀야 하는 것이 공공연한 과정처럼 생각해 왔던 것이다. 이처럼 정악계나 민간 음악계를 가리지 않고, 전공분야에 들어가기 전, 풍류를 먼저 익혔다고 하는 점은 그만큼 이 음악이 모든 음악의 기본이 된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반드시 전문가가 아니라 해도 교양이나 취미로 음악을 좋아하던 사람들 대부분이 영산회상을 즐겼다. 거문고나 가야금을 서재에 걸어두고,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이 곡을 연주하였고, 때에 따라 사랑방에 지인들이 모이게 되면 한바탕 풍류가 벌어지게 마련인데, 그 주된 레퍼토리가 바로 영산회상이었던 것이다.

 

그만큼 영산회상이나 민간의 풍류음악은 모든 사람들이 즐기는 기본적인 음악이었고, 생활 속에서 즐기는 음악의 기초요, 필수였다는 점을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별도의 명칭을 사용하지 않아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고 있는 영산회상이란 음악은 바로 이 <현악영산회상>을 가리키는 이름이다.

 

『대악후보』에 따르면 최초의 영산회상은 현재와 같이 9곡이 아니라, 첫 곡인 <상령산>이었다. 즉‘영산회상불보살(靈山會上佛菩薩)’이란 7글자를 매 글자마다 20정간(井間) 1행에 붙여 기보하고 있는데, 장별(章別)에 대한 구분 없이 전해 오고 있기 때문에 지금과는 차이를 보인다.

 

이 음악은 후대로 내려오면서 많은 변주곡들을 만들게 된다. 악곡의 수가 확대되었고, 이에 따라 연주하는 방식도 다양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모두 9곡의 구성인데, 각 곡의 이름을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상령산(上靈山), 2 중령산(中靈山), 3 세령산(細靈山), 4 가락덜이(加樂除只), 5 삼현환입(三絃還入), 6 하현환입(下絃還入), 7 염불환입(念佛還入), 8 타령(打令), 9 군악(軍樂).

 

제1곡~4곡까지는 느린속도, 제5~7곡은 중간속도, 제8~9곡은 빠르게 진행하는 점에서 만(慢) - 중(中) - 삭(數)의 전통적 빠르기로 진행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원칙적인 악기편성이 거문고 ․ 가야금 ․ 세피리 ․ 대금 ․ 해금 ․ 장고 ․ 단소 ‧ 양금이 각각 하나씩 편성되는 것이 관례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한 두 악기가 빠질 수도, 인원이 첨삭(添削)될 수도 있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