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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원의 우리문화책방

한 남자의 사색, 나라를 구하다

《나를 지키며 사는 법》, 김종원, 그린하우스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사색(思索).

‘어떤 것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고 이치를 따짐’.

사색이 주는 느낌은 고요하고, 평안하다. 깊이 생각하고 이치를 따지는 일은, 유유자적 한가로울 때 할 수 있는 일일 것만 같다. 그러나 세상을 바꾸고, 나라를 구한 위대한 사색은 치열한 고통의 바다를 한 조각배에 의지해 건너는 것과 같았다. 그 위태로운 항해 끝에 나라를 구할 계책이 나오고 백성을 살릴 방도가 나왔다.

 

이 책 《나를 지키며 사는 법》은 ‘사색 전문가’로 활동하며 고전이나 역사 속 인물들의 위대한 사색을 소개하는 작가 김종원이,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읽으며 장군이 걸었을 사색의 길을 ‘사색한’ 책이다. 책의 부제 ‘삶을 괴롭히는 고통의 바다를 건너는 5가지 힘’에서 알 수 있듯, 이순신 장군이 파도와 같은 고통의 바다를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었는지, 작가 스스로 깊은 사색을 통해 찾아낸 다섯 가지 힘을 실었다.

 

(p.16)

지금 우리가 떠올리는 위대한 이순신의 삶의 바탕은 ‘기품’과 ‘관점’, ‘지성’과 ‘사색’, ‘인문’이었다. 사람은 보통 이 다섯 가지를 잃을 때 인생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무너진다. 반대로 말하면, 이 다섯 가지를 추구하는 자는 어떤 환경에서도 자신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다.

 

첫 번째 힘: 기품, 부르지 않아도 사람을 끄는 힘

나라의 명운이 자신에게 달렸음을 안 이순신은 고독했지만, 그 고독을 기품있게 견딜 줄 알았다.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자신의 기분대로 사람을 대하지 않고 엄정한 규율을 유지했으며, 스스로 먼저 모범을 보이며 병사를 이끌었다. 이렇듯 본인과 병사들에게는 엄격했던 반면, 백성들에게는 인자하고 따뜻한 모습이었다.

 

 

상황이 무겁다 보면 그 중압감을 견디기 위해 주변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풀거나, 방탕한 모습을 보이는 리더도 많다. 그러나 이순신은 자기관리가 철저했을 뿐만 아니라 병사들이 사기를 잃거나 기강이 해이해지지 않도록 원칙과 소신을 지키며 주변을 대했다. 이런 높은 수준의 자기절제와 스트레스 관리 능력이 장군 이순신의 기품이었다.

 

두 번째 힘; 관점, 흔들리지 않고 사는 힘

이순신은 자기 삶에 대한 철학과 주관이 뚜렷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흔들림 없는 일상을 보냈다. 그때그때 임기응변식으로 전략을 생각해낸 것이 아니라 매일 주변을 관찰하고 왜적의 상황을 연구하며 승리에 최적화된 상황을 만들고자 끝없이 노력했다. 날마다 기울인 이런 노력이 없었다면, 그런 엄혹한 상황에서 승리 또한 요원한 일일 수밖에 없었다.

 

또한 그는 자신의 직책을 일 외의 다른 곳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철학이 있었다. 그래서 상관의 청탁을 거절하기도 했고 그로 인해 부당한 일도 많이 겪었지만, 자신의 소신을 지킨 덕분에 오늘날 그의 행적은 한 점 부끄러움 없이 남을 수 있었다.

 

세 번째 힘: 사색, 변화의 흐름 안에서 나를 바라보는 힘

이순신은 혼자만의 시간을 자주 보냈다. 홀로 밤늦게까지 앉아 있거나, 망루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며 생각하는 시간이 길었다. 사색가는 일부러 시간을 내어서라도 자신을 고독 안에 둔다. 그렇게 홀로 존재하는 시간을 견디며 강한 자신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사색을 통해 승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일에 집중했다. 전투를 일단 시작해 놓고 승리할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승리할 여건이 갖춰질 때까지 기다리며 좀처럼 전투에 나아가지 않았다. 모든 상황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라는 관점으로 찬찬히 바라보면, 아무리 두려운 상황이라도 돌파구가 생기는 법이다.

 

네 번째 힘: 지성, 시대와 겨루는 근본적인 힘

이순신은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부하들이 조화롭게 자신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이끌 줄 알았고, 작은 현상에서도 수많은 것을 보고 그것을 연결할 줄 알았다. 이는 전쟁을 치르는 장군에게 최고의 지성이라고 할 수 있는 승리 전략을 창출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작가는 이순신이 지적인 세계를 확장할 수 있었던 방법을 아래와 같이 압축하며, 이것이 이순신뿐만 아니라 괴테를 비롯한 수많은 지성인이 자신의 세계를 확장했던 방법이라고 소개한다.

 

나와 전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고 중간에 간단히 호응만 한다. 그리고 그가 자신이 말한 지식을 어떻게 실천하는지 관찰하고, 그와 내가 지식을 실천하는 방식을 비교하며 서로 연결해본다. 그럼 그가 왜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지 이해하게 되고, 이런 방식으로 하나의 다른 세계를 가슴에 품는다.

 

다섯 번째 힘: 인문, 불확실한 시대를 건너는 힘

작가는 인문정신이란 세상이 만족할 답을 찾는 게 아니라, 자신의 생각이 추구하는 답을 찾는 것이라고 말한다. 다섯 번째 힘, ‘인문’은 주변 상황을 면밀하게 관찰하면서도 이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생각과 태도를 가다듬는, 그런 삶의 태도라고 할 수 있겠다. 모두가 아는 이순신 장군의 명언,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로움이 없다’는 말은, 그가 먼저 나를 알고, 또 적을 알기 위해 애썼던 시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나를 알기 위해 애써야 한다. 이순신이 난중일기를 쓴 시간은 결국 자신의 내면과 조우하는 시간이었고, 밀려오는 불안감과 고독을 나를 마주하며 지혜롭게 이겨내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자신을 알고, 또 적을 알았기에 그는 실로 백전백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p.101)

비가 올 것처럼 날씨가 흐리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생각하며,

혼자 배 위에 앉아 눈물을 흘렸다.

나처럼 외로운 사람이 세상에 또 있을까?

 

난중일기에 실린 이 시 한 수는, 그가 겪어야 했던 슬픔과 외로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의 위대함은 어쩌면 전함 12척으로 133척의 왜선을 무찌른 공로보다도, 이런 사무치는 내면의 슬픔과 중압감을 지혜롭게 다스린 극기(克己)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전쟁을 치르는 내내 이순신의 마음은 울돌목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불완전한 인간이었다. 몸도 자주 아팠고, 감정이 섬세한 만큼 상처받고 슬퍼하는 일도 많았다. 그러나 이렇게 마음이 어지러운 난중(亂中)에서도, 중심을 잡고 흔들림 없이 나라와 백성을 생각했던 그 정신력. 그것이 바로 성웅 이순신을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

 

수백 년 전의 인물이 오늘날까지 이렇게 감동을 주고 존경받는 이유를 알고 싶다면, 작가의 안내를 따라 난중일기와 함께 긴 사색 여행을 떠나보자. 인간 이순신이 그랬던 것처럼, 긴 사색의 터널 끝에 문득 난국을 타개할 좋은 방책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나를 지키며 사는 법 / 김종원 / 그린하우스 / 1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