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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억겁의 마스크를 벗은 어린 네가 보고프다!

역(疫)에 정차한 우리 일상, 출발 신호 알리며 <역병, 일상> 특별전 열어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종대)은 <역병, 일상> 특별전을 2021년 11월 24일(수)부터 2022년 2월 28일(월)까지 연다. 이번 특별전은‘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부터 거슬러 올라가 전통사회를 휩쓴 역병(疫病)과 그 속에서 일상을 지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데 모아 선보인다.

 

“결국 죽었으니 비참하고 슬픈 마음을 어찌하겠는가!”: 한 아버지의 절규

 

“결국 죽었으니 비참하고 슬픈 마음을 어찌하겠는가!” 조선 시대의 한 아비는 역병으로 아이를 잃은 참담함을 이렇게 기록했다. 여역(癘疫), 두창(痘瘡) 등의 낱말로 자료를 검색하면, 300여 개가 넘는 옛 기사가 나온다. 정사(正史)와 일기를 넘나드는 역병의 기록은 그로 인해 고단했던 인간 생활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는 우리 삶에 들어온 역병과 이를 보내려는 노력이 담긴 자료들을 소개한다. 특히 조선 시대 역병에 대한 인식과 치료법 등이 기록되어 의학사적으로 매우 귀중한 《묵재일기(默齋日記)》*와 《노상추일기(盧尙樞日記)》**를 관람객에게 처음 공개한다.

*묵재(默齋) 이문건(李文楗, 1494~1567), 1535년부터 1567년까지 17년 동안기록한 일기

**서산와(西山窩) 노상추(盧尙樞, 1746~1829), 1763년부터 1829년까지 67년 동안 기록한 일기

 

 

 

 

고양이로 콜레라를 치료하던 우리네 옛 일상

 

조선 시대는 두창으로 목숨을 잃는 일이 흔했다. 두창에 대한 인간의 공포심은 손님, 마마(媽媽)로 모시는 행위로 표출되었다. 이것이 바로 마마배송굿이다. 마마배송굿은 마마신(媽媽神)을 달래어 짚말[上馬]에 태워 보내는 과정[상마거리]이 포함되어 있어 여타 다른 굿과 특이점을 갖는다.

 

 

1821년 조선 땅을 흔들었던 콜레라는 처음에 ‘괴질(怪疾)’로 불렸다. 당시 민간에서는 이를 두고 쥐에게 물린 통증과 비슷하다고 하여 쥐통이라 부르기도 하고, 몸 안에 쥐신[鼠神]이 들어왔다고도 여겼다. 대문에 고양이 그림을 붙이고 물러가기 염원했던 옛사람의 이색 처방이 19세기 프랑스 인류학자 샤를 바라Charles Varat(1842~1893)의 《조선기행(Voyage en Corée, 1892)》에 수록되어있어 이번 전시에 소개한다.

 

그 밖에 조선 시대에도 역병이 발생하면 지인의 집으로 피접(避接)을 가고, 집 안의 외딴곳에 자신 스스로 격리하는 일 등이 빈번했다. 현재의 사회적 거리두기, 자가격리 생활의 원형이다.

 

 

 

“이 시국에 드리는 청첩장의 무게가 무겁습니다”:

희노애락도 어려운 역병 속 일상, 그럼에도 ‘다시’, ‘함께’

 

2020년 청첩장을 봉한 봉투의 문구이다. 역병 속 일상을 지속하는 것은 시대를 초월한 큰 고난이다. 고난임을 알기에 서로를 생각하고, ‘다시’, ‘함께’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진다. 대면 조사가 어려운 상황에도 시민 100여 명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자료를 제공받아 전시에 추렸다. 그들의 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다시’, ‘함께’, ‘같이’였다.

 

“내가 살려면 내 가족이 살아야 하고, 내 가족이 살려면, 또 그 옆, 주변에 있는 지인들이 살아야 하고, 결국 다 같이 살아야 하겠더라고요.” 제보자의 한마디다. 전시장에는 ‘다시 함께의 가치’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꾸려진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일상은 ‘다시 돌아올 거예요’

 

전시장 높이 솟은 벽 넘어 이적의 노래 ‘당연한 것들’이 들린다. 2020년에 발표된 이 노래는 현재는 누릴 수 없는 평범한 일상을 그리는 내용으로 많은 사람의 공감을 자아냈다. ‘평범한 사람들’이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한 억겁의 나날들, 이를 기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곧 민속이다. 당연했던 일상으로 돌아가려 조선 시골 양반은 역병으로 흉흉한 마을 안정을 위해 여제문(厲祭文)을 짓고 여제(돌림병 귀신을 위로하는 제사)를 지냈다. 동네를 돌며 방역활동하는 자율방범대의 마음도 다른 게 없다. 모두 ‘함께하는 당연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해법이다.

 

 

 

 

비계가 왜 여기에? 건축 자재에 스며든 전시

 

켜켜이 모인 일상은 곧 민속이 된다. 전시장은 이를 건축 자재로 표현한다. 부식된 철판 느낌의 구조물과 썩은 목판은 역병으로 인해 무너진 사회와 일상이다. 그리고 유물 앞뒤에 여러 형태로 교차한 비계는 치료와 치유로 나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잇는다. 이를 담아낸 전시장은 민속을 상징한다.

 

전시장 천장 아래서 바라본 관람객의 동선은 ‘∞’을 띤다. 이는 역병과 일상의 무한한 반복을 뜻한다. 역병은 인류의 역사에서 반가운 존재는 분명 아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때마다 우리는 항상 일상을 되찾기 위해 지혜를 생각하고, ‘함께’ 발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