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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한국의 탈원전은 사기극인가?

[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64]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조선일보 2021년 12월 6일 자 인터넷판에 매우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가 올랐다.

 

제목: 그린피스 창립자 ”한국 탈원전은 폰지 사기극“

”‘태양광이나 풍력만으로 에너지 전환을 할 수 있다고 세뇌하고, 친환경이라는 구실로 국민에게 값비싼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라고 하는 것은 주식시장으로 치면 ‘폰지 사기’와 같습니다.‘

세계적 환경단체 그린피스(Greenpeace) 창립자 중 한 명인 패트릭 무어(74) 박사는 최근 본지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 탈원전 정책에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폰지 사기는 1920년대 미국에서 찰스 폰지가 벌인 사기 행각에서 유래된 말로, 이윤 창출 없이 신규 투자자들이 투자한 돈으로 기존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다단계 금융사기를 일컫는다.“

 

이 기사가 나왔을 때는 12월 초로서 양당의 대선 후보가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 와중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선언한 탈원전 정책이 시험대에 올라와 있었다. 여당의 이재명 후보는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계승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조선일보 기사는 야당 후보의 탈원전 포기 정책을 지원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과거에 견줘 조선일보의 영향력이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아직도 정치인과 경제인들은 조선일보를 많이 읽는다고 한다. 필자 또한 객관성을 잃지 않으려고 진보신문 하나와 보수신문 하나를 인터넷으로 함께 보고 있다. 이 기사와 관련하여 여러 자료를 검토해 본 결과 두 가지 점에서 이 기사는 독자를 오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첫째, 그린피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환경단체로서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매우 신뢰하는 단체다. 이러한 단체의 창립자가 한 말이라면, 그 내용의 진실성을 믿어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린피스 누리집에는 “그린피스의 창립자라고 보도된 패트릭 무어는 누구입니까?” 질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다. (https://www.greenpeace.org/korea/about/faq)

 

“패트릭 무어는 언론의 신뢰를 얻기 위해 아주 오래전 그린피스와 활동한 이력을 자주 언급하며 원자력, 벌목, 유전자변형(GMO) 산업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미디어는 종종 아직도 그가 그린피스를 대변한다고 암시 또는 명시하거나, 독립적인 활동가가 아닌 각종 산업계의 지원을 받는 로비스트라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패트릭 무어는 원자력 업계에서 돈을 받고 일하는 대변인입니다. 2006년 4월, 원자력 업계의 주 로비창구인 원자력에너지협회는 휘트먼(Christine Todd Whitman)과 패트릭 무어를 공동 회장으로 임명했습니다. 패트릭 무어는 그린피스를 대변하지 않습니다. 패트릭 무어는 20년 이상 다양한 환경오염집단의 돈을 받고 그들의 대변자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러한 집단은 벌목, 채광, 화학 및 양식 관련 산업계를 포함합니다. 이들 대부분은 그들 업체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지적하는 캠페인을 그린피스가 진행한 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패트릭 무어를 고용했습니다. 그는 이제 그린피스에서 일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환경 파괴자들을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둘째, 이 기사에서는 원전은 값이 싸다고 가정하고 있다. 필자도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원전은 값싼 에너지라고 배웠다. 맞다. 과거에는 원전이 값싼 에너지이었다. 그러나 시민들의 환경안전에 관한 요구가 증가하여 원전의 안전성을 강화하였다. 경제성 분석에서 핵폐기물 처리 비용까지 계산하면 원전은 이제 값비싼 에너지가 되고 말았다. 상대적으로 재생에너지 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있어서 점점 더 값싼 에너지로 변하고 있다.

 

 

야당의 윤석열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을 중단하고, 원전을 더 많이 건설하자는 주장을 한다. 2021년 11월 29일 대전의 한 카페 간담회에서 윤석열 후보는 “엄청난 전기에너지를 쓰면서 문명이 진보돼 나가고 있는데, 탄소중립을 이루어야 한다. 남은 게 뭐가 있겠나. 결국 깨끗하고 안전하고 효율적인 원자력 발전 외에 현재는 대안이 없다”라면서 “탈원전이라고 하는 것은 망하러 가자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후보는 2021년 12월 29일 울진 한울원자력본부를 방문한 현장에서 원전 공약을 발표했는데, 원자력 발전의 비중을 30%대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중단된 신한울 3, 4호기 공사를 재개하고 노후 원전 또한 폐로하지 않고 계속 가동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전 확대 정책에 대해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원전 비율 30%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원전 6기 정도를 더 건설해야 한다. 노후 원전을 폐로하지 않고 계속 가동한다면 안전 문제가 불거질 수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기사가 보도된 3일 뒤인 12월 9일, 시민단체인 탈핵경남시민행동에서는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후보의 탈원전 포기를 비판했다. 시민단체 회원들은 "탈원전 정책은 망하는 정책이 아니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정책이다"라며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에 다른 무슨 말이 필요한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는 11년이 지난 지금까지 주민들에게 큰 고통을 주고 있다"라고 성토했다.

 

이재명 후보는 2021년 12월 22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과학기술 정책 공약 기자회견에서 차기 정부에서는 ‘감원전’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감원전이란 탈원전보다는 약한 표현이다. “지금 당장 가동하거나 건설 중인 원전은 그대로 지어서 가동 연한까지 사용하되, 신규 원전은 새로 짓지 않겠다”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감원전 정책에 따라 서서히 원전을 줄여나가면 우리나라에서 원전이 모두 없어지는 것은 2077년이 될 것이다.

 

경남지역의 환경단체에서 윤석열 후보의 원전 유지 정책을 비판하는 것에 필자는 깊게 공감한다. 만에 하나라도 우리나라에서 원전사고가 난다면 초기에 원전을 집중적으로 건설한 경남 해안의 고리나 월성에서 사고가 날 가능성이 크다. 원전 사고가 나면 반경 30km 이내에는 방사능 오염 때문에 사람이 살 수 없는 불모지가 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경우 반경 30km 이내에 사는 주민이 17만 명이었다. 그러나 고리원전의 경우에는 380만 명이 30km 이내에 살고 있어서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2016년 경주 지진, 2017년 포항의 대규모 지진을 직접 겪은 주민들은 불안하지 않을 수가 없다. 멀리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은 이곳 주민들이 느끼는 원전에 대한 불안감을 공감하지 못할 것이다.

 

 

위 사진을 자세히 보면 플래카드에 ‘소형 원전을 여의도에’라는 글씨가 쓰여 있다. “원전이 그렇게도 안전하고 문제가 없다면 서울의 여의도에 원전을 건설하라”라는 주장은 원전에서 가까운 거리에 사는 주민들이 자신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절규라고 볼 수 있다.

 

필자는 원전 확대를 공약한 야당 후보에게 묻고 싶다. 영남 지역 주민의 이러한 절규를 무시하고 원전을 더 건설해야만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