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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유상호, 연기력을 가미 몰입도를 높였다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583]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어린 시절부터 유상호는 그의 아버지가 즐겨 들었던 경서도 명창들이 부르는 소리, 그 가운데서도 이은관의 <배뱅이굿>을 같은 공간에서 자주 듣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앞에서 소개했다. 아마도 그 습관이 그가 소리꾼의 길을 걷게 된 결정적 요인이며 배경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20대 후반, 유상호는 박준영에게도 소리를 다듬었는데, 그의 소리 실력이 예사롭지 않다는 점을 간파한 박준영은 그를 이은관 명창에게 보내주었고, 그로부터 10여 년 소리 공부에 진력하여 국가무형문화재 서도소리 가운데 <배뱅이굿>의 이수자가 된 것이다. 2002년도에는 전국 민요경창대회에 출전하여 대상을 수상하면서 명창의 반열에 올랐다.

 

 

2022년 4월 25일부터 30일까지 6일 동안 부평의 잔치마당에서 발표한 배뱅이굿 공연은 날마다 다른 이야기를 듣는 듯, 관객과의 의사소통이 잘 된 소리로 평가받고 있다. 이 공연은 그가 이은관 명창에게 전수한 <배뱅이굿>이기에 이은관 류(流)가 되겠다. ‘류’라고 하는 말은 본줄기, 흔히 제(制)라고 하는데, 본 가닥에서 흘러나온 작은 가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은관이 동네의 콩쿨대회에서 상을 받고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하자, 한 친구는 “소리를 본격적으로 배우려면 이런 산골서는 불가능하다. 그러니 황해도로 가서 선생을 제대로 만나, 제대로 배워야 명창이 될 수 있다는 조언을 하며 함께 가자”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그래서 청년 이은관은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친구를 따라 황해도 황주 권번을 찾아가 그곳에서 이인수 선생을 만나게 되었다. 권번이란 옛날 기생을 양성하는 학교이며 조합이었는데, 이인수는 그곳에서 소리를 가르치고 있던 선생이었다.

 

황주에 도착한 청년 이은관은 이인수 선생 앞에 시험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이때 그가 부른 노래는 서울지방의 대표적인 민요, <창부타령>이었다. 황해도 지방은 서울의 명창들이 즐겨 부르던 창부타령과 같은 노래는 잘 부르지도 않았을뿐더러 좋아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창부타령을 흐드러지게 부른 이은관에게 이인수 선생은 목소리도 좋고, 음악적인 재주도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수업료를 받지 않고 가르쳐 줄 것을 약속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이은관은 선생 댁에 기거하면서 이인수 선생의 장기인 <배뱅이굿>도 배우고, 서도의 다양한 소리도 배우기 시작했는데, 누구보다도 빨리 선생의 소리를 받아들였고, 또한 잘 부를 수 있었던 배경은 이미 레코드나 유성기판을 통해 수없이 들으며 익혀 두었던 소리여서 가능했다고 한다. 예능에서도 예습이란 얼마나 중요한 과정인가를 말해 주고 있는 셈이다.

 

1930년대 후반의 서도소리, 그 가운데서도 <배뱅이굿>과 같은 서도의 창극조 소리는 김종조, 최순경, 이인수 등이 중심이었다고 한다.

 

이 가운데서도 최순경이 인기가 으뜸이었고, 최순경에 견줘 이인수는 실력은 좋으나 매체를 타지 못해 이름이 잘 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객관적인 소리 실력으로는 이인수를 높게 치는 사람들이 많았을 정도였다고 전한다. 이들은 모두 김종조의 아버지, 용강 지역의 김관준으로부터 배뱅이굿을 배웠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러므로 유상호가 부른 <배뱅이굿>은 김관준이 짜고, 김종조와 최순경, 이인수 등에게 해졌으며 이인수는 이은관에게, 다시 이은관은 김경배, 박준영, 박정욱, 유상호, 전옥희 외 여러 명창에게 전해진 전통적인 서도의 재담소리라 하겠다.

 

그런데, 유상호의 발표회에서 느낀 점은 스승 이은관이 부른 소리의 분위기와 유상호의 그것은 차이를 보였다는 것이다. 그것은 곧 전반적인 소리의 높이(Key)가 이은관의 청(淸)보다 유상호가 낮은청으로 일관하였다는 점이다. 그것은 창자의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이 낮은 음높이가 관객들에겐 오히려 편안감을 줄 정도로 적절한 높이였다는 반응이 나온 것이다.

 

 

유상호가 부른 소리는 비교적 낮은 청으로 극(劇) 중 인물들의 특징, 예를 들면 삼정승과 부인들의 대화와 성격묘사, 배뱅이와 상좌중, 각 도의 무당들과 함경도집 할머니, 탁주집 할머니 등을 다양하게 소화하여 반응이 높았다는 평가다.

 

유상호의 또 다른 특징은 이은관류의 소리를 재현하는 것이었으나 본인 자신이 20여 동안 창극활동을 하면서 다져진 연기실력을 가미해서 소리를 진행해 왔기에 몰입도를 높였다는 평가이다. 특히 배뱅이가 상좌중을 그리워하는 대목이나 상여소리를 부르는 대목에서는 실제로 많은 관객이 눈물을 보였다는 점에서 그의 소리 속에서 비애의 감정을 제대로 들어냈다는 점이 돋보인 것이다.

 

창자 자신도 먼저 가신 부모님 생각에 눈물을 보이기도 하였다는 점이 또한 인상적이다. 반면에 특유의 익살로 각도(各道) 무당의 굿을 소개하는 대목에서는 관객들이 배꼽을 잡고 웃게도 한 1인 창극의 묘를 재대로 보여주는 대목이었다는 평가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