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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유상호, 소리와 연기가 갖추어진 명창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584]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서도 소리꾼 유상호 명창은 2022년 4월 25일부터 30일까지 6일 동안 부평 잔치마당에서 배뱅이굿 공연을 열어 관객들로부터 매일 다른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는 반응과 함께 객석과의 의사소통이 잘 된 소리로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그의 배뱅이굿 공연은 이은관 명창에게 전수받은 류(流)로, 이은관은 이인수의 소리제를 따른 것이고, 이인수는 용강 지역의 김관준으로부터 배웠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러므로 유상호의 <배뱅이굿>은 김관준으로부터 김종조, 최순경, 이인수 등에게 전해졌으며 이인수는 이은관에게, 그리고 이은관은 그의 제자들인 김경배, 박준영, 박정욱, 유상호, 전옥희 등등 그 외에도 여러 명창에게 전해진 전통적인 서도(西道)의 재담(才談) 소리극이다.

 

6일 동안의 발표회에서 특히 유상호의 소리는 그의 스승 이은관이 부른 소리의 높이(Key)와는 대조적인 낮은 청(淸)으로 일관하였는데, 이 낮은 음높이가 관객들에겐 오히려 편안감을 주었다는 의견과 함께 자신의 소리판을 나름대로 잘 이끌어 갔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이은관 명창에게 10여 년 이상, 소리를 배우고 난 뒤, 유상호는 2006년 북촌 창우극장에서 열린 연극제에서 미얄 할미뎐의 영감 역, 같은 해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 서도소리 창극, 황주골 심청의 심봉사 역, 황두계 놀이에서는 주정뱅이 역, 창극 배뱅이굿에서의 다양한 역활, 또 다른 극에서는 변사 역할, 등등을 소화하며 연기 및 다양한 서도소리를 맛깔스럽게 소화해 내며 그의 이름을 각인시키기 시작했다.

 

특히 경서도 소리 전반을 아우르고 있는 <배뱅이굿>의 소리극 공연에는 대부분 참여를 해 왔으며 그 외에도 재담 소리를 기본으로 하는 다양한 소리극 등에 관심을 갖고 출연해 왔는데, 대표적인 공연으로는 서도소리 창법을 기본으로 하는 소리극, <황주골 심청이>와 같은 작품을 들 수 있다. 이 작품에서 그는 심 봉사 역이었는데, 작품에서 보여 준 유상호의 소리와 연기는 그가 이 분야의 숨겨진 소리꾼이며 연기력이 돋보인 전통 예능인임을 새롭게 각인시킨 사건이었다.

 

<배뱅이굿>, <황주골 심청이>뿐만이 아니라 서도의 재담소리극, 예를 들면 《가창총보》에 이름이 보이는 <도미의 아내>를 비롯하여 <배비장타령>, <이춘풍전>, <장한몽>, <정선의 애화>, 등등의 재담 극들은 그 기본이 서도창, 그 가운데서도 서도민요의 하나이기 때문에 서도창법의 중요성은 부인할 수가 없다.

 

가령, <배뱅이굿>을 예로 든다면, 처음 시작부분의 노랫말, “서산 낙조 떨어지는 해는 내일 아침이면 다시 돋건마는 황천길이 얼마나 먼지, 한번 가면은 다시 못 오누나”는 서도민요 <산염불>로 매우 구슬프게 불러나가야 처음부터 객석의 분위기를 압도해 나갈 수가 있다.

 

그 뒤로 이어지는 상좌중의 소릿조 <회심곡>에서도 객석의 마음을 끌어당기지 못하면 극 중의 분위기는 긴장을 잃게 마련이다. 상좌중을 돕기 위해 스님들이 빠르게 작업을 하는 <잦은 염불> 대목도 그 흥청거리는 분위기가 앞의 그것과는 대조를 이루어야 하며, 배뱅이가 상좌중을 그리며 부르는 <긴아리>는 남녀의 정감이 진하게 느껴져야 한다.

 

특히 배뱅이가 죽어 떠나갈 때의 <상여소리>는 듣는 이들의 눈시울을 적셔 주어야 한다. 이처럼 경서도 재담극이나 소리극에 있어서 그 기본은 창(唱)에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그 창은 반드시 평안도 지방이나 황해도 지방의 고유한 언어를 기본으로 해서 연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유상호 명창이 출연하는 소리극이나 재담극은 대부분이 서도소리와 관계가 깊은 내용이 되고 있다. 그러므로 서도지방의 독특한 언어로 특색있게 부를 때에 우리는 쉽게 공감할 수 있으며 실력을 갖춘 소리꾼이라는 평가를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인천의 서도소리꾼, 유상호 명창이 이러한 평가를 받고 있는 점도 그가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서도소리꾼들의 음반을 들으며 익혔기 때문일 것이고, 박준영이나 김광숙과 같은 소리꾼들에게 다듬은 다음, 이은관 명창에게 10여 년 동안 공부한 결과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특히 이 기간은 이은관 명창이 무대공연을 비롯, 음반제작, 라디오 방송, 텔레비전과 영화출연, 나라 밖 공연, 전수교육, 신민요의 작사 작곡, 창작 소리극의 제작 등 매우 다양하고 활발한 활동을 펼치던 때였다. 그러므로 이때 그와 함께 바쁜 나날들을 함께 보냈다는 점은 대단한 공부, 그 자체의 시간이었다는 점을 말해 주는 것이다. 이시기, 그는 이은관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던 것이다.

 

유상호는 인천, 경기, 서울 지역에서 서도소리 창극의 중심 연기자이자, 소리꾼으로, 인천의 전통연희단 잔치마당과 함께 서도소리를 현대화하는 작업에도 참여하여 인천아라리라는 음반을 만들기도 하였다. 특히 술비타령, 배치기, 인천아리랑 등의 전통 소리와 편곡한 곡을 부르며, 인천의 대표 소리꾼으로 많은 사람에게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잔치마당 대표인 서광일의 박사학위 논문, 「인천아리랑의 연구」를 위해 서광일과 함께 정선, 진도, 김진환(예명 뻑국)의 고증을 듣고 인천아리랑의 소리를 제대로 재현하기 위해 인천아리랑 실연자로 활동하였다.

 

그는 어린이 국악교육에도 관심이 많아서 어린이를 위한 국악교육 자료집인 《참소리》라는 책과 음반을 만들어 보급하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북의 소리를 포함, 인천 근해의 갯가놀이를 포함하여 도서지방의 노래를 지역문화로 자리를 잡는 데 일조하였으며 후학양성 및 창작활동, 특히 배뱅이굿의 묘를 제대로 살리는 소리꾼이 되어 후학들에게 전수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의지와 노력 등이 오늘의 그를 명창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라 하겠다. 앞으로 그의 활동에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