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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균의 《말뚝이 가라사대》와 함께하기

20. 양반 근본 자랑

[이달균 시조집 《말뚝이 가라사대》와 함께하기 27]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어쭈구리, 되잖은 소리

지밀나인 족보더냐

 

이 양반 근본 볼라치면 배다른 에미 여섯이요, 처첩 합이 열둘에다 낳은 자식은 잘 모르것고, 뱃일꾼이 스물에다 말 일꾼이 서른이니,

 

어떠냐?

근본타령 제쳐두고

과거행장 차리어라

 

 

 

 

<해설>

 

하긴, 말뚝이 근본, 양반 근본, 알고 보면 큰 차이도 없느니라. 특별한 근본이 어디 있던가?

 

“지밀나인 족보”라니. 지밀(至密)나인이란 예전 궁중에서 임금과 왕비를 모시던 나인을 일컫는 말인데, 저잣거리 사람은 아니지만 그리 지체 높은 양반은 또 아니기에 근본 말하기엔 무척이나 어정쩡하다.

 

하지만 지밀은 경우에 따라서는 갑자기 천당에 오를 수 있는 사다리를 갖고 있기도 하다. 지밀은 임금과 왕비의 신변보호와 잠자리, 음식, 의복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시중과 내전의 물품 관리를 담당하기에 궁녀 가운데 으뜸 자리에 있다. 임금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기에 만약, 아주 만약에 임금과 하룻밤을 잘 기회가 생기면, 그날로 바로 후궁이 되니 이건 사다리가 아니라 천국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탄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말뚝이 니놈 근본이 어려우면 나 역시 어렵지 않겠느냐. 그러니 내 가진 것 보고 판단하되 더는 묻지 말더라고. “배다른 에미 여섯이요, 처첩 합이 열둘에다 낳은 자식은 잘 모르것고, 뱃일꾼이 스물에다 말 일꾼이 서른”쯤 되니 알만하지 않겠느냐?

 

그러니 길게 묻지 말아다오. 시방 시간 없다. 어서 한양 가서 과거시험이나 보러 가자. 공부 열심 못했으니 결과야 뻔하지만, 양반은 모름지기 과거 정도는 봐줘야 하지 않겠는가. 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