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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고철 정철수 평전 《격랑만리》

고철(高哲) 정철수(鄭哲洙) 평전 《격랑만리》 (조성우 지음, 큰길 출판)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정철수(1924~1989)선생은 용인에서 포은 종손으로 태어나 일제강점기 말, 강제로 일본군 학병으로 끌려갔다가 학병 탈출 1호가 된 독립운동가다. 국가보훈처 공훈전자사료관에 따르면 “1945년 1월, 중국에서 조선의용군 화북조선인민위문단 (朝鮮義勇軍 華北朝鮮人民慰問團)대표로 활동하였다”는 공적이 소개되어 있으며 2011년 대통령표창으로 서훈을 받은 바 있다.

 

"폭설처럼 쏟아지는 눈에도 아랑곳없이 열차는 서서히 제남역에 도착하더니 짙은 연기와 함께 깊은 한숨을 토해내었다. 그리고는 70명 남짓한 인원이 열차에서 내렸다. 그러자 열차에 남은 학병들이 저마다 정들었던 친구의 이름을 불러 대었다. “철수, 몸조심하게!”, 정철수가 고개를 돌려 보니 조그마한 창문에 여럿이 매달려 정철수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정철수는 친구들에게 미소로 답했다. 그의 눈가에 눈물[淚]인지 눈물[雪]인지 모를 물기가 가득했다." -140쪽-

 

 

이는 정철수 선생의 격랑의 생애를 집대성한 고철 정철수 평전 《격랑만리》 (조성우 지음, 큰길 출판) 속의 한 대목이다. 정철수 선생은 일제강점기와 항일투쟁, 반우파 운동과 문화대혁명 등 우리나라와 중국 대륙에서 벌어진 격변을 온몸으로 겪으며, 피와 땀, 눈물과 한숨으로 모진 세월을 견뎌낸 독립투사다. 이번에 출간된 《격랑만리》는 말 그대로 격변의 시기를 살아낸 ‘인간 정철수’ 선생의 삶을 기록한 일대기이자 당시 한국과 중국의 현대사를 압축해 놓은 한권의 역사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격랑의 시기에 선생은 민족애로 피 끓는 항일투사에서 수많은 작품을 발표한 극작가로, 다시 패망 후 버려진 일본인 수백 명의 목숨을 구한 박애주의자였다가 동족상잔의 비극에 동참하지 않고 민족 교육에 뛰어든 교육자로, 다시 현실에 대한 매서운 비판을 아끼지 않는 문인에서 반우파의 누명을 쓰고 강제노역에 처한 노동자이자, 인쇄공장의 탄부로 전락한다.

 

그 뒤 대학교수로 기나긴 굴곡의 세월에 유종의 미를 거두고, 40여년 만에 고국에 돌아와 어머니를 모시며 포은 종손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다 영면에 들었다.

 

 

이 책에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조선의용군이 남장에서 찍은 사진과 해방 직후 태극기를 들고 호가장 전투에서 희생된 전우들의 묘를 참배하는 사진, 그리고 동북을 향해 도보로 대륙을 횡단하는 조선의용군의 모습 등 귀중한 사진이 들어 있다. 이러한 소중한 기록과 사진을 통해 조선의용군이 목숨을 걸고 항일투쟁에 매진했던 모습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1부 입영(入營), 제2부 탈출(脫出), 제3부 태항산(太行山), 제4부 동북행(東北行), 제5부 야만(野蠻)의 시대, 제6부 엽락귀근(葉落歸根)으로 되어 있으며 풍부한 사진들을 화보로 곁들였다.

 

고철 정철수 평전 《격랑만리》 (조성우 지음, 큰길 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