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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사상서 유래한 천도재 '진관사 국행수륙재' 시작

대한민국 국가민속문화재 제126호
8월28일부터 10월 9일까지 매주 일요일 서울 진관사서 봉행

 

 

 

 

 

 

 

 

 

 

 

 

 

[우리문화신문=최우성 기자] 한국의 절에서 행하는 천도의식으로는 개인별 조상의 혼령을 천도하기 위한 49재가 있고, 해마다 조상들의 천도를 위한 합동천도재로는 백중(음력 7월 15일)이 있으며, 국가를 위하여 전쟁터에서 산화한 영혼들을 위로하고 천도하기 위한 영산재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생존했던 사람뿐만이 아니라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있는 존재들의 천도를 위한 의식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수륙재(水陸齋)다.

 

수륙재는 모든 살아있는 존재는 나름 생명이 있으며, 태어나고 죽는 생명있는 존재는 모두가 영혼이 있다고 생각하는 생명존중사상에서 비롯한 천도의식이다. 수륙재의 본래 이름은  ‘천지명양수륙무차평등대재(天地冥陽水陸無遮平等大齋)로 줄여서 수륙회 또는 무차대회라고도 한다. 이는 세상에 나와서 길건 짧건 태어났다가, 세상 속에서 생노병사를 거친 뒤, 죽은 존재들이라면 모두가 귀한 존재로서의 값어치를 인정하고, 이들 모든 외로운 혼령을 천도하여, 극락왕생을 염원하며, 더 나아가 극락왕생을 넘어서 궁극적으로는 깨달음을 얻도록 부처님 앞에서 설법과 염불과 각종의식을 통하여 빌어주는 것이다. 

 

불교는 본래 스스로 공부하고 수도하여 깨달음을 얻는 것이나, 깨달음이라는 진리에 대하여 알 수도 없는 미미한 존재들이라면, 이들은 무수한 윤회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기에, 이러한 존재들에게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한 깨달음의 세계로 인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자는 의미에서 시작된 천도의식이 바로 수륙재다. 여기서 수륙(水陸)은 물과 뭍(육지)을 뜻하는데, 넓은 의미에서 우주안에 생명있는 모든 존재를 의미하는 것이며, 과거 현재 미래에 살았고 살고 살아갈 그 어떤 미생물의 상태라 할지라도 생명있는 존재를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따라서 불교에서 행해지는 수많은 천도의식 가운데서 수륙재는 가장 범위가 크고 넓은 생명존중사상의 발현이다. 한국의 절에서 행해지는 수륙재는 고려태조 23년(940) 12월 처음 행하였다고 하며, 불교가 크게 번성하던 고려시대에는 나라가 주관하는 행사였다. 조선시대에 접어들어 태조 이성계는 조선건국시에 희생당한 사람들을 포함하여 생명있는 모든 영혼들을 위하여 수륙재를 거행하였는데 이를 맡아 하던 절이 천년고찰 진관사다. 진관사에서는 태조 5년(1396) 수륙재를 행하기 위한 별도의 건물인 수륙사(水陸社)를 짓고 직접 참여하여 국행수륙재를 거행하였다.

 

이로써 진관사는 억불의 조선시대에도 왕실주도의 대규모 수륙재의 중심 절로 의식, 설단, 장엄 등 수륙재의 다양한 분야로 발전 전승되었으나, 일제강점기 이후로는 축소되어 명맥을 유지해오다가, 광복과 더불어 다시 거행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최근, 역사와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그 중요성이 인정되어 2013년에는 대한민국 국가민속문화재 제126호로 지정되어 해마다 초가을부터 모든 존재들의 천도를 위하여 49재 형식으로 7회에 걸쳐 거행하게 되었다. 

 

어제(8월 28일)는 2022년(불기2566) 진관사 국행수륙재의 첫날로 이날부터 매주 일요일 아침 9시부터 12시까지 수륙재를 거행할 예정이며, 회향일은 10월 9일(일요일)이다. 과학이 아무리 발전하고, 세상이 아무리 첨단으로 바뀐다 하더라도, 존재와 생명에 대한 궁금증과 그 존재의 고귀함만은 결코 쉽게 넘길 수 없다. 세상사람이 믿고 의지하는 종교와 철학이 모두 다르다 하더라도 다름 속에서도 생명의 귀함을 알고 생명있는 존재들을 위한 천도재인 불교의 수륙재는 누구나 깊이 생각해 보아야할 우리의 생명존중사상에 따른 전통민속이고 고귀한 생명사상에서 꽃핀 민족의 예술이라 할 수 있다.

 

수륙재를 통하여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교만함 속에 평상시 살아가기 쉽지만, 인간 또한 무수한 생명체 중의 하나일 뿐임을 깨닫게 되는 기회이기도 하다.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최우성 기자

최우성 (건축사.문화재수리기술자. 한겨레건축사사무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