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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한옥마을 이렇게 변했는데...

중산층 이하까지도 살 수 있게 해준 한옥마을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162]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딱 10년 전 우리는 은평뉴타운 5단지에 집을 사서 이사 왔다. 이곳에서 작은 고개 하나를 넘으면 바로 한옥마을 단지. 처음 이사 왔을 때는 2년 동안 아래 사진처럼 허허벌판, 공터였다.

 

 

 

그러다가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이 맨 처음 생기고 시범주택이 생기더니 일반 한옥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애초 예상과 달리 분양을 시작하고 1년 동안에 12필지만 분양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는데, 이를 세분하고 또 일반 주택으로 집을 짓는 곳도 분양하는 정책전환으로 2018년에는 필지가 모두 분양되면서 한옥마을 조성사업이 활기를 찾았다. 물론 한옥과 양옥이 절반씩 나눠서 절름발이 한옥마을이 되긴 했지만, 수도권에서 처음 조성한 한옥마을이기에 새로운 주거단지이자 일종의 관광명소로 점차 부상하기 시작했다.

 

 

현재 진관사에서 가까운 쪽은 한옥단지로만 분양이 돼 제법 한옥마을로서의 면모를 갖추어, 현재는 공터가 거의 없을 정도로 한옥들이 꽉 들어서는, 이름 그대로 한옥마을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내가 은평뉴타운에 산다니까 한옥마을이 가까운 데 있냐며 관심을 표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손님들을 집 옆 한옥마을로 가끔 안내하기 시작했는데 단지에 들어선 사람들은 입을 모아 "어 이게 무슨 한옥마을이야?"라는 것이었다. 그것은 우리가 보통 기대하는 한옥은 단층으로 된, 넓은 마당에 잔디가 깔린 편한 기와집을 예상했는데 기와집은 맞지만, 마당도 좁은 2층 한옥이 들어선 것이 영 기대와 달랐다는 것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이곳이 분양가나 건축비 문제로 큰 면적으로는 분양이 어려워 쪼개서 분양했기에 필지 면적이 많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렇게 좁은 면적에 어떻게 한옥의 값어치를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건축주와 건축가들의 고민이 '중층(重層)한옥'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현대식의 한옥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곧 외부에서 처음 오신 분들은 그런 점을 모르고 설밍감을 나타냈지만, 이곳에 집을 짓고 사는 분들은 나름대로 지하실에서부터 1층, 2층에 이르는 새로운 스타일의 한옥을 꾸며놓고 즐거운 생활을 하고 있음이 최근 한 학술대회에서 알려졌다.

 

각자 특색있는 설계를 통해 자신들이 사는 집에는 ●●재 ★★채, ○○당, ◇◇헌 등의 멋진 이름(당호)을 붙여 놓고 살면서 생활에 만족을 표시한다는 것이다. 좁은 면적을 살리기 위해 4채가 한 블록에 모여 있으면서 이웃끼리 협의해서 공유마당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현상이었고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북한산을 끼고 있는 멋진 동네환경에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는 상황이다. 사실 우리 건축사에서 이렇게 10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한옥을 어떻게 현대에 구현하느냐 하는 고민을 하고 그 결과를 얻은 하나의 중요한 경험장이 된 것이다.

 

 

은평 한옥마을 10년을 되돌아보는 학술대회가 지난 주말에 열렸는데, 이 자리에서는 은평 한옥마을이 애초부터 일관된 마을설계라는 목표와 계획에 따라 철저하게 준비되지 못하고 중간에 급히 수정하는 등의 혼선으로 마을의 기능적인 배치나 각각의 주택의 설계와 건축방식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았다는 반성이 있었다.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분양에만 신경을 쓴 바람에 전체적으로 과밀한 동네가 된 것이 아쉽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중층으로 지으면서 과연 어디까지를 한옥으로 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공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일찍이 한옥마을단지 근처로 이사를 가서 한옥마을의 조성과정을 죽 지켜본 필자는 이 은평 한옥마을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고, 한계도 분명 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멋진 전통건축으로서의 한옥이 너무 많은 건설 유지비용으로 일반화되지 못하고 일부 부유층에게만 가능한 그림의 떡이었던 상황에서 적어도 중산층 이하까지도 한옥에 살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준 역할을 했다고 말하고 싶다.

 

 

어쨌든 은평한옥마을은 이후 전국적으로 규모는 약간 작아도 한옥마을을 곳곳에 조성하는 촉매가 된 것은 사실이다. 이제 사람들의 눈높이가 올라가고 주거에서도 전통문화의 멋과 장점을 이해하고 누리고 싶은 욕구가 높아지는 이 시대에, 우리가 원하는 멋진 한옥은 어떻게 구현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은평한옥마을은 우리 사회에 던지고 있다. 그 해답을 건축계나 수요자, 그리고 이를 추진할 행정당국이 같이 더 고민해야 할 것이란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