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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균의 《말뚝이 가라사대》와 함께하기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이 몸이 누구인지

   신분을 밝혀주랴?

 

앞의 비자가 성(姓)인지 뒤의 비자가 이름인지 나도 잘 모른다만 어쨌든 비비라 부르니라. 옥황상제 명을 받아 남도 땅 기찰 중에 새털구름에 새가 없고 양떼구름에 양이 없어 필시 무슨 사단이 난 듯하여 왔느니라. 마패는 구경도 못 한 한갓 먼지 같은 신세인데, 몸은 사람이요 머리는 괴물이라, 육간대청도 내가 붙으면 폐가가 되고, 화려 뽐낸 자개장도 내가 들면 헌 농이 되니, 아무 씨잘데기 없는 미물이기도 하고 넘볼 수 없는 놈 재판하는 판관이기도 하다.

 

   찍히면

   닥치는 대로

   잡아먹고 보느니라

 

 

 

 

<해설>

 

그렇다면 이번에도 신분을 놓고 재담하는 사설시조가 빠질 수 없다. 물론 이 역시 오광대 춤판에는 없는 장면이다. 마당에선 춤으로, 시에선 재담으로 각각 다른 장면을 연출한다.

 

재담이란 말로써 말을 부리는 것이니 비비를 두고 말을 만들어 보았다. 비비, 혹시 성이 비이고 이름이 비인가?

 

말부림은 가락이 살아 있어야 재미있다. 그래서 산문처럼 쓰면 사설시조가 되지 않는다. 앞말을 뒷말을 부르고 뒷말이 앞말을 주워섬기는 식이다. 요즘의 랩과 흡사하다.

 

“새털구름에 새가 없고 양떼구름에 양이 없어”처럼 흔히 쓰는 말이지만 시 속에 옮겨오면 가락이 살고, 읊조리는 맛이 산다. 시는 상상어인데 비비의 형상을 보면서 시인은 이렇게 말을 지어내어 보았다. “육간대청도 내가 붙으면 폐가가 되고, 화려 뽐낸 자개장도 내가 들면 헌 농이 되니, 아무 씨잘데기 없는 미물이기도 하고 넘볼 수 없는 놈 재판하는 판관이기도 하다.”

 

여기서도 ‘쓸데없다’ 혹은 ‘쓰잘머리 없다’의 경상도 사투리인 ‘씨잘데기 없는’이란 말을 차용하였다. 경상도에서는 ‘쓰잘데 없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놈 참 씨잘데기 없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이렇게 흔히 쓰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