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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상모에 모터가 달려 있는가?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591]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잔치마당>의 나라 밖 공연 이야기를 하였다.

30여 년 동안 프랑스를 비롯, 30여 개 나라, 50여 도시에 초청되어 공연해 왔으며, 한국 문화에 대한 방문국의 깊은 관심에 기뻤고, 책임감도 느꼈다고 이야기하였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세계 드럼 페스티벌> 때, 각국의 난타 공연이 끝나고, 한국 <잔치마당> 연주자들이 악기와 의상을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 아프리카 연주팀이 찾아와 잠시 머뭇거리더니 “상모에 모터가 달려 있는가?”라고 물었다고 한다. 해당 연주자는 즉답 대신 웃으면서 상모를 가져와 보여주면서 모터는 물론이고, 그 어떤 장치도 없음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놀라움을 금치 못하던 그 아프리카 연주자는 한국의 타악기 연주자들이 아무런 도구 없이, 오직 몸으로만 상모를 돌려 아름다운 곡선을 그릴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이로 보면 우리의 가락, 우리의 전통문화는 저물어가는 시대의 잔상이 아니라 새롭게 여물어가는 미래의 씨앗이라는 표현이 더더욱 적절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다.

 

과거의 전통문화를 현대라는 틀에 접목해서 색다른 세계를 창조한다는 것은 예술의 본질적인 요구이며 전통문화를 살아 숨 쉬게 하는 가장 아름다운 방법이 아닐까? 한국의 전통 가락은 세계 시장과 동떨어진 장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장구, 북, 꽹과리, 징, 태평소 등으로 대표되는 우리 악기에서 나오는 가락을 타국의 악기를 통해 듣고 있노라면 상당히 묘한 기쁨에 벅차게 된다.

 

<잔치마당>이 2010년 덴마크 축제에 참여했을 때였다. 공연을 끝내고 참여했던 각 나라 연주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차를 마시던 중, 연주자 한 사람이 묘한 흥이 올라 장구를 메고 나와 흥겨운 가락을 울리기 시작하였다. 인근에 그 소리가 퍼져나갈 즈음에 다른 나라의 타악 연주자도 자신의 나라 악기로 우리의 장고 가락을 흉내 내기 시작하였단다. 우리의 장구와는 이전에 한 번도 어울린 적이 없는 낯선 악기였지만, 서로 묘한 조화를 이루어 모두를 즐겁게 해 주었다.

 

타악기란 서로 음색만 다를 뿐, 두드려 소리 낸다는 본질에 있어서는 공통점이 있다는 점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마치 현대라는 시점에 과거의 문화를 합치시켜 보는 시도로 보인 것이다.

 

 

무조건 전통주의를 고집한다는 점은 현대를 밑거름 삼아 살아온 젊은층엔 다소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겠지만, 지금의 시대는 과거의 것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여 미래를 누리기 위한 예술형태를 원하기 때문에 낯설기는 하지만, 신비로운 조화를 이룬다거나, 혹은 그러한 조화를 바탕으로 또 다른 가락을 형성한다면, 이것은 풍물의 또 다른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한국 고유의 문화가 바다 건너로 이동한다는 것은 결코 가벼운 기쁨으로 받아들일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수천 년 동안 우리가 창조하고 지켜온 고유의 가락을 우리의 전통음악이라고 볼 때 그 고유성을 인정받고 우리와 다른 문화, 다른 정서를 지닌 외국인들로부터 초청을 받았다는 것은 곧, 한국의 전통문화가 세계로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우리 스스로 우리의 문화를 세계적으로 분명하게 선도하고 있다는 증거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하겠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더더욱 한국적인 요소를 들어내 보이는 분야가 바로 한국의 전통악기이고, 각 악기가 지닌 음색과 연주기법이 아닐까 한다.

 

앞에서도 잠시 말한 바와 같이 우리의 전통악기들은 그 재료에 따라 금부(金部), 석부(石), 사부(絲), 죽부(竹), 포부(匏), 토부(土), 혁부(革), 목부(木)등 8종이 쓰여 왔다. 여기서 금부란 쇠붙이 악기고, 석부는 돌로 만들어진 악기다. 그리고 사(絲)는 실, 죽(竹)은 대나무, 포(匏)는 박, 토(土)는 흙, 혁(革)은 가죽, 목(木)은 나무로 만들어진 악기를 말한다. 8종의 재료를 8음(八音)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어떤 악기가 중심을 이루고 편성되었는가에 따라 그 음악의 형태는 분명하게 드러나 보인다.

 

 

예를 들어, 편종(編鐘)이나 편경(編磬), 당피리와 같은 궁중 악기들은 과거 조선시대 왕실의 각종 의식에 쓰여 왔다. 그러므로 이들 악기가 편성이 되었다고 하면 그 의식의 성격이나 의미가 분명해지는 것이다. 다시 말해, 종묘제향이나, 왕실의 경축행사, 또는 외국 사절을 맞이하고 보낼 때의 음악에 쓰였다는 점을 알게 한다.

 

또한, 거문고나 가야금, 세피리, 대금, 해금, 양금, 단소와 같은 음량이 적은 악기들이 중심을 이루고 방안에서 풍류를 즐겼다고 하면, 바로 사대부, 식자층이 즐긴 음악이란 점도 쉽게 짐작이 된다. 그런가 하면, 논밭에서 또는 야외에서 농사일하며 꽹과리와 북 장구를 치며 춤추고 노래를 즐겼다고 하면 농요나 농악이 될 것이고, 유랑 예인들이 전국을 돌며 야외공연을 하기 위해 타악기를 연주한다면 이는 풍물이 될 것이다.

 

이처럼 전통음악이나 노동요, 또는 일반 연희에서 전통악기의 편성은 그 음악의 성격이나 의식의 종류를 판가름하면서 결정적 역할을 해 왔다고 하겠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