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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속에 지성과 사랑의 갈등이

고정애, <동반자>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107]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동 반 자

 

                                            - 고정애

 

   거리에서 두 사람이 걷고 있었다

   네거리에 이르러 의견이 갈렸다

 

   목적지까지

   A는 왼쪽 B는 오른쪽

   오른쪽이 정답인데

   A가 더 우기는 통에

   180도 반대로 가고 있었다

 

   갈림길에서 티격태격 서로 옳다며

   잘못되게 가기도 하는 A 그리고 B

   내 안에도 그 두 사람 살고 있다.

 

 

 

 

나는 고등학생 시절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에 빠진 적이 있었다. 그의 작품 가운데 《데미안》, 《수레바퀴 밑에서》, 《청춘은 아름다워라》, 《유리알 유희》 등을 읽었지만, 특히 당시 우리나라에 《지와 사랑》이란 이름으로 뒤쳐 펴낸 책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인상 깊게 읽었다. 소설에선 나르치스(지성)과 골드문트(사랑)란 이름의 주인공이 등장하지만, 실제 사람의 마음속에 선과 악이 함께 공존한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는 내용으로 기억되고 있다.

 

 

사람은 평생 끊임없는 내면의 갈등을 겪으면서 살아간다. 사실 인생이란 크고 작은 갈등과 선택 속에서 헤매다가 죽는지도 모른다. 보통 사람은 도덕이나 규칙 속에서 살게 마련이지만, 그런 삶 속에서 우리 안에 도사리고 있는 또 하나의 요소, 곧 욕망과 쾌락이 불쑥 고개를 내밀어 혼란 속에 빠뜨린다. 지성과 사랑은 어느 하나가 옳다고 규정할 수가 없다. 그저 서로 다를 뿐이다.

 

여기 고정애 시인은 그의 시 <동반자>에서 네거리에 이르자 같이 걷던 동반자가 서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그린다. 그래서 잘못된 길로 가기도 하지만, 결국 “내 안에도 그 두 사람 살고 있다.”라고 고백한다. 고정애 시인은 시에서 헤르만 헤세의 《지와 사랑》을 얘기하고 있음이다. 삶의 끝자락에서 되돌아본 우리는 모두 좀 더 ‘지성’에 다가가 있을 수도 있고, ‘사랑’ 속에 빠져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