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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천년가무악> 최영희 단장의 열정을 높이 산다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599]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작고한 이매방 명무의 제자, 김묘선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승무의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에서 김묘선이 탈락하여 무용계와 국악계, 문화계가 시끄러웠다는 이야기, 나이 든 무용수나 음악인들에게 실기 평가보다는 정통성과 전승활동, 긍정적 영향 등이 중요하다는 이야기,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해 노력해 온 김묘선의 실력이나 정통성이 인정받기를 응원한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이번 주에는 춤꾼이자, 소리꾼으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연희국악단 <천년가무악>의 대표, 최영희의 광대 인생을 소개해 보기로 한다. 그는 춤꾼으로 시작하여 소리꾼의 영역까지 아우르고 있다.

 

최영희 명인은 2004년도에 무용과 소리, 타악 그리고 무속 분야까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천년가무악>이라는 연희국악단을 창단하면서 점차 그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그 이후, 자연스럽게 잔치마당의 풍물패와도 공연을 함께하거나 봉사활동을 하면서 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해 왔다.

 

그 대표적인 활동으로는 2007년 부평풍물대축제 기획공연에 함께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될 것이다. 잔치마당과 함께 한 나라 밖 공연으로는 2018년 북유럽 라트비아에서 열린 <세계 발트카 민속축제>에 함께 초청되어 동행한 적이 있는데, 이러한 인연이 잔치마당의 특별 기획 프로그램이었던 <명인 명창전>에 최영희와 그의 연희단이 초청된 것이다.

 

 

소리꾼 최영희 명인은 2016년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에서 주최한 제3회 대한민국 평화통일 국악경연대회에서 영예의 대통령상을 받았고, 최영희의 경서도민요 음반발매 기념공연을 2022년 6월 잔치마당 소극장에서 열었다.

 

 

최영희 명인은 전통춤에서부터 창작무까지 다양한 춤사위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춤꾼 최영희는 춤으로 시작해서 소리를 겸비한 국악인이며 연기까지 섭렵한 연예인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한국무용을 시작한, 그러니까 국악의 주 전공 분야가 악기나 소리 쪽보다는 고전무용이 된다. 딱히 어느 한 명무에게만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라, 연희를 위한 춤동작으로 다양한 춤 솜씨를 익혀 온 것이다. 예를 들어 <영남 교방춤보존회> 박경랑 명무에게 교방춤을 배웠는가 하면, <박금술류 전통춤보존회> 서희선 명무에게는 살풀이나 입춤, 산조 춤 등을 익혔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그는 경기민요 이은주 명창의 전수생으로 시작하여 자연스럽게 인접 분야인 서도소리, 특히 <배뱅이굿>의 명인으로 알려진 이은관에게 서도소리 가운데 난봉가류를 비롯해 이은관이 직접 만든 서도의 신민요도 불렀으며, 이후에는 시조창까지도 배웠다. 참으로 다양한 장르를 다양한 선생들에게 배워 예인의 영역을 넓혀 온 것이다.

 

현재 그는 황해도 무형문화재 2호 난봉가와 산염불 이수자로 활동하고 있으나 여기에 국한되지 않고 현재까지도 서도소리 전반을 거의 다 배우고 있는 맹렬 여인이라 하겠다. 춤이 좋아 어려서부터 춤에 입문한 최영희가 왜 음악의 영역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는 것일까? 그녀가 추는 춤에 있어서 반주음악은 어떤 존재일까?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점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으나 그 불가분의 관계라는 의미를 설명하기는 그렇게 쉽지 않다. 확실한 것은 전통춤에 있어서 반주음악의 역할은 그 춤의 감상을 극대화하는 절대적 요인이 된다는 점이다.

 

법도와 형식이 매우 까다로운 궁중무용, 예를 들어 <춘앵전>의 반주음악은 평조회상 상령산으로 느리게 시작해서 점차 빠른 속도인 세령산-염불-빠른 염불-타령으로 이어지는데, 이 춤을 춤으로만 감상한다면 싱겁기 그지없을 것이다. 이처럼 허다한 민속무용도 반주음악이 생략되면 그 춤을 감상하고 싶은 욕구가 반감되게 마련이다. 승무나 살풀이의 경우에도 감상 욕구는 반감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일까? 전통춤을 어려서부터 전공해 온 춤꾼들 가운데는 음악에 조예가 깊은 사람들도 종종 만나게 된다. 아마도 춤을 연습하고 공연하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그 춤의 반주음악이 내 몸의 일부가 되어버린 사실을 확인하게 된 것이라 본다. 특히 어려서부터 춤을 배우기 시작한 춤꾼들은 자신도 모르게 음악에도 깊은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이 많다. 최영희도 전통춤을 추면서 그 반주음악의 소리들이 마음 깊숙이 자리 잡았기 때문에 그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던 경우가 아닐까 한다.

 

이렇게 소리공부에 매진한 최영희는 2016년, 제3회 <대한민국 평화통일국악경연대회> 민요부문에 <회심곡>으로 출전하여 영예의 명인부 대통령상을 받게 된다. 춤꾼으로 보다는 소리꾼 최영희로 더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춤과 소리 말고도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전통예술 창작공모사업에 국악뮤지컬 ‘탁영금’ 작품이 뽑혀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조선 연산군 때의 당파싸움으로 인해 죽임을 당한 탁영 김일손 선생의 거문고 이름 이야기를 국악뮤지컬로 각색하여 전문가들로부터 호평받은 작품이다. 그다음 해인 2011년에도 이안눌 선생의 사랑이야기, ‘수표교 연가’를 무대에 올려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 뒤 ‘사자가 물고 간 꽃신’도 발표하였는데, 이 작품은 남녀 사이 사랑 이야기로, 그가 직접 쓰고, 출연하며 연출과 제작까지 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숨은 노래 실력, 춤 실력, 연기 실력, 악기연주 능력 등을 한자리서 평가할 기회였는데, 관람객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최근에는 올 2022년 6월 국악전용극장에서 ‘최영희 명인의 <천년인향>’을 선보였는데, 이는 최영희의 첫 번째 경ㆍ서도민요 음반발매를 기려 그 수록곡들을 바탕으로 무대를 준비한 것이다. 김정란, 최승자, 서복남, 정화순 등이 함께 무대를 준비해 환호받기도 했다.

 

춤꾼이면서 소리꾼으로 더 유명해진 최영희 대표는 춤과 노래, 소리극의 파수꾼으로 전통문화를 최일선에서 지켜가는 자랑스러운 예인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