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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슬픔을 가볍게 추스르는 가을 첼로

장진규, <가을 첼로>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114]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가을 첼로

 

                             - 정진규

 

가을 첼로는 해 지는 기인 능선을 지니고 있다 소리의 윤곽이 뚜렷하다 능선 위 서 있는 나무들의 각자가 보인다. 그저 통주저음(通奏低音)으로만 젖던 제 슬픔을 비로소 가볍게 추스른다. 처음처럼 슬픔의 모서리를 문지르는 손, 와서 닿는 살갗이 차끈하다. 정신이 든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처음부터 등장한 첼로 음악을 리학성이 수학을 풀 때마다 듣는다. 리학성은 그렇게 첼로 음악을 들으며 상처받은 마음을 스스로 추스른다. 리학성은 마치 우리의 전통악기 아쟁의 산조처럼 마음이 아프지만, 펑펑 울 수 없을 때 첼로 음악을 듣고 추스르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연주되는 첼로 음악은 가장 종교적이며 가장 인간적인 작곡가 J. S. 바흐의 위대한 첼로 작품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가운데 ‘프렐류드’였다.

 

서양 클래식 연주에서 저음역을 맡는 첼로라는 현악기는 따뜻한 음색과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운 울림으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특히 이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첼로라는 악기의 깊이와 규모를 체험할 수 있는 장대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원래 이 음악은 19세기 말까지는 그저 그런 연습곡 정도로 여겨졌는데 20세기 위대한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Pablo Casals, 1876-1973)가 수십 년 동안 다듬고 연주하면서 첼로 음악을 대표하는 지위로 끌어올렸다.

 

여기 정진규 시인은 그의 시 <가을 첼로>에서 “가을 첼로는 제 슬픔을 비로소 가볍게 추스른다.”라고 노래한다. 그러면서 “슬픔의 모서리를 문지르는 손, 와서 닿는 살갗이 차끈하다. 정신이 든다.”라고 되뇐다. 슬픔으로 모든 감각이 멍해져 있을 때 첼로는 살갗이 차끈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우리 모두 해 지는 기인 능선처럼 윤곽이 뚜렷한 소리를 내는 첼로 음악을 들으면서 자신의 상처를 아물게 해보면 어떨까?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