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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임금의 기록, 《조선왕조실록》

[정운복의 아침시평 135]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초등학교 때 식민사관 때문에 우리는 기록이 형편없는 민족이라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역사보다도 훨씬 더 고급스럽고 다양한 기록 문화가 있음을

성장해서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린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인 《조선왕조실록》을 갖고 있습니다.

실록은 모두 2,077책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기록물입니다.

한 책의 두께가 1.7cm 정도인데 이것을 쌓으면

아파트 12층 높이가 되는 엄청난 양이지요.

이 책을 다 읽으려면 하루 100쪽씩 읽어도 4년 3개월이란 세월이 필요합니다.

 

실록은 1대 왕 태조부터 25대 왕 철종에 이르기까지

472년간의 역사를 기록한 책입니다.

《고종실록》과 《순종실록》도 존재하지만, 이 실록을 편찬할 때는 일제강점기였기에

전통 방식을 따르지 않았고 일제의 간섭이 심해

사실대로 기록되었다고 보기 어려워 실록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임금은 조와 종으로 나누지만, 왕좌에서 쫓겨난 임금은 군(君)이라 불렀습니다.

군(君)은 임금을 뜻하지만, 왕자를 지칭하는 접미사로 쓰였으니까요.

조선 시대에 쫓겨난 임금은 연산군, 광해군, 노산군입니다.

그 가운데 노산군은 숙종 때 "단종"으로 추존되면서

《단종실록》이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연산군과 광해군은 복권이 되지 않아

실록을 만들지 못해 일기로 남아 있습니다. (《연산군일기》, 《광해군일기》)

실록은 책이 매우 큰 데 견줘 일기는 작고 볼품없는 것도 특징입니다.

 

실록은 임금의 일과부터 백성의 생활, 당시의 천체 활동과 기후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역사의 기록입니다.

실록은 임금이 생존했을 때 만들어지지 않고

승하한 뒤에 춘추관에서 만들었습니다.

사관들은 항상 임금의 옆에서 일거수일투족을 사초로 기록하였고

다음 임금이 등극하면 실록청(實錄廳)을 설치하여

전 왕대의 실록을 편찬하였지요.

 

나는 새도 떨어뜨리고 생살여탈권을 가진 절대 권력인 임금도

실록은 보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내용의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지요.

 

실록은 역사적 값어치를 인정받아 1997년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에 오릅니다.

그 까닭은 실록이 임금의 생활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천재지변 등 다방면의 자료를 수집해 값어치가 크고

또한 기록에 대한 왜곡이나 고의적인 탈락이 없어

세계 어느 나라 실록보다 내용이 충실하기 때문입니다.

 

적자생존이라는 말을 합니다.

적는 사람이 끝까지 살아남는다는 이야기지요.

평범한 사람의 하루하루도 개인의 역사입니다.

촘촘히 기록하고 책으로 남긴 발자취가 위대함의 실마리가 됩니다.

자서전이 의미 있는 까닭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