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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원의 우리문화책방

만화로 보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만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4편 – 경주, 김형배 그림, 이보현 글, 녹색지팡이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전 국민이 책장에 한 권쯤 가지고 있을 법한 국민 베스트셀러다. 다들 주말에 시간은 많아졌으나 어디로 가야 좋을지 잘 모르던 시절,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답사’라는 새로운 즐길거리를 열어주었다. 다들 별 관심이 없던 문화유산에 새롭게 눈을 뜨는 계기를 마련해주었고, 우리나라 곳곳에 참 보물 같은 곳이 많다는 사실을 알려주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책이 좀 두껍다. 아마 책장 한 편에 꽂아두고도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한 이는 드물 것 같다. 관심 가는 지역을 사 보았더라도 조금씩 발췌독하다 상당한 분량에 눌려 슬그머니 책을 놓았을 수도 있다. 만화로 보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더없이 반가운 까닭이다.

 

 

《만화 문화유산 답사기》는 그 제목처럼, 유홍준 원작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누구나 쉽게 만화로 접할 수 있도록 각색한 책이다. 물론 기존의 내용을 모두 담아내진 못했다고 해도, 각 지역의 핵심 문화유산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데다 책의 묘미라 할 수 있는 문화유산에 대한 참신한 관점도 잘 담겨있어 일거양득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4편, ‘경주’에서도 그런 관점이 잘 녹아있다. 다들 ‘경주’하면 석굴암, 불국사부터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지은이 유홍준이 젊은 시절 소불 정양모 선생에게 들었던 경주의 핵심 유물 세 가지는 바로 ‘진평왕릉, 장항사터, 에밀레종’이었다.

 

p.26-27

(소불 정양모 선생)

“자네, 경주를 말하려면 꼭 알아야 할 유물이 뭔지 아나?”

(젊은 시절의 유 교수)

“글쎄요...석불사, 석가탑, 고선사탑, 감은사탑, 삼화령 애기부처, 태종 무열왕릉... 너무 많은데요.”

“자네, 진평왕릉에 가 보았나?”

“아니오.”

“장항사터는 가 보았나?”

“아니오.”

“에밀레종 종소리는 들어 보았나?”

“아니오.”

“경주를 말하려면 이 세 가지를 잘 음미해야 하네. 신라 문화의 품격을 알려주는 것은 바로 이 세 가지일세.”

 

유홍준은 그 말을 듣고 진평왕릉에 몇 번이나 갔지만, 전혀 위대하다거나 멋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한다. 봄에도 가 보고, 겨울에도 가 보고, 답답한 마음에 봉분 꼭대기에도 올라가 보았지만, 그 뜻을 알 수 없었다. 그러다가 7년 뒤, 자신의 단골 좌석인 33번에 앉아 경주 답사를 가던 중 그 뜻을 깨달았다. 경주에 있는 155개의 고분 가운데 왕릉으로서의 기품을 잃지 않으면서, 소담하고 온화한 느낌을 주는 고분은 진평왕릉이 유일하기 때문이었다.

 

에밀레종 종소리 또한 유 교수의 심금을 울렸다. 그가 처음 에밀레종 소리를 들은 것은 소불 정양모 선생이 “경주를 알려면 에밀레종 소리를 들어야 한다”라고 말한 다음 날 새벽 여섯 시였다. 지금은 중단되었지만, 그때만 해도 아침 여섯 시에 세 번 종을 쳤다. 그는 에밀레종 소리가 엄청나게 크면서 영롱하기가 마치 음악 같아, 감히 뭐라고 표현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

 

에밀레종 종소리는 세계적인 명종들과 견주어도 독보적이다. 종 대부분은 주파수가 160헤르츠 정도인데 에밀레종의 주파수는 무려 477헤르츠에 달하며, 종을 쳤을 때 웅웅 울리면서 종소리가 길게 계속되는 맥놀이 현상을 일으킨다. 다른 나라 종에는 없는, 에밀레종 윗부분에 있는 ‘음관’이 종 내부의 잡음을 뽑아내는 필터 역할을 해 특유의 장중한 소리를 낸다.

 

그 덕분에 우리나라 종은 전 세계 학자들이 ‘한국 종’이라는 학명(學名)으로 구분해 부를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우리나라 종 가운데 일본으로 반출되어 국보로 지정된 것도 20여 개나 되는데, 종을 매다는 고리인 음통이나 용통이 파이프처럼 종 내부를 관통하게 만들어 일본이나 중국의 종이 흉내를 낼 수 없는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일연이 《삼국유사》에서 ‘절들은 별처럼 흩어져 있어 기러기가 줄지어 나는 듯하다’라고 표현한 아름다운 장소, 경주. 경주를 방문하기 전 한 번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펼쳐들고 싶었지만 엄두를 내지 못했던 이라면, 《만화 문화유산 답사기-경주편》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비록 ‘장항사터’에 대한 내용은 나오지 않아 아쉽지만, 경주 유적의 이모저모를 파악하는 교양만화로 손색이 없다.

 

1편부터 10편까지 다른 장소로 구성되어 있으니, 가고 싶은 곳을 골라 한 권씩 독파해보는 것도 좋겠다. 무릇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사랑하게 된다지 않던가. 유적지에 찾아가기 전 책을 한 번 펼쳐 드는 것만으로도 문화유산에 대한 애정이 새록새록 솟아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