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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사람 두 번 울리는 로맨스 스캠 주의보

슬기로운 컴퓨터ㆍ손말틀(휴대전화) 쓰기를 위한 귀띔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해마다 밸런타인데이 앞뒤로 ‘로맨스 스캠(Romance Scam)’이 급증한다. 로맨스 스캠은 SNS나 메신저 등으로 신분을 속이고 불특정 이성에게 접근해 금전을 요구하는 사기 수법이다. 최근 코로나19의 여파로 국내에서도 온라인 데이팅 앱이 활성화되기 시작하면서, 데이트 사기와 캣피싱(Catfishing, 연인을 구하려는 온라인상 사칭 행위)이 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로맨스 스캠의 사례와 예방법을 자세히 알아보자.

 

 

 

다양한 로맨스 스캠 사례

 

1. 영국인 조종사로 속인 남자로부터 페이스북 친구 요청을 받았다. 별다른 의심 없이 요청을 수락하고 꾸준히 연락하다가 자연스럽게 교제를 시작하게 됐다. 하루에 메시지 수십 통을 보내고 사진도 주고받다 보니 상대방에 대한 경계심이 풀렸고, 속 깊은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관계로 발전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영국인 조종사라는 남자가 한국에서 휴가를 보낼 계획이라며 필리핀에 비행 온 김에 현지 우체국에서 택배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택배에는 한국에서 지낼 집을 마련할 경비 10만 달러가 들어있으니, 그 돈으로 집을 대신 구해달라고 부탁했다. 다만, 통관 관세가 필요하니 6천 달러를 먼저 자신에게 송금해주고, 나중에 10만 달러가 든 택배가 도착하면 송금한 금액만큼 가져가라고 했다. 그 말을 믿고 6천 달러를 바로 송금했지만, 택배는 결국 받지 못했다. 이후 영국인 가짜 조종사는 잠적해 버려 끝내 돈을 돌려받을 수 없었다.

 

2. 가수 김모 씨가 로맨스 스캠 피해를 본 사실을 한 방송에서 털어놨다. 그의 진술에 따르면, 최근 안젤라라는 외국인 여성이 SNS 메신저로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 함께 대화를 나누다가 친해진 그 여성은 어느 날 갑자기 코인 이야기를 꺼냈다. 지갑에 달러를 넣어두면 배당금이 들어온다는 말에 속는 셈 치고 100만 원만 넣어봤다. 그런데 실제로 6시간마다 6,000원 상당의 배당금이 들어왔다. 은행 이자보다 낫겠다 싶어 지갑에 점점 더 많은 돈을 넣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총 2,000만 원을 투자하게 됐다. 하지만 넣어 둔 돈은 한순간에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처럼 온라인 로맨스 스캠 사기는 새롭게 등장한 범죄가 아니다. 로맨스 스캠의 처음은 20년 전, 연애편지로 위장한 'ILOVEYOU'라는 이름의 바이러스가 사용자에게 번개글(이메일) 본문의 첨부 파일을 누르도록 유도해 컴퓨터 수백만 대를 감염시킨 사례다.

 

최근 코로나19로 대면하기 힘든 상황을 악용해 외로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로맨스 스캠’이 횡행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는 시기에 미혼 남녀 사이에서 데이팅 앱이 인기였는데, 이를 노린 로맨스 스캠 범죄가 느는 경향을 보였다. 데이팅 앱으로 접근해 친분을 쌓은 뒤 가상화폐 투자 또는 가짜 사이트 링크 접속을 유도해 수수료를 요구하는 사기 수법이 대표적이다.

 

경찰청의 자료에 따르면, 전체 온라인 사기 가운데 로맨스 스캠 등 기타 유형으로 분류된 사기는 2017년 1만 7,073건에서 2022년 4만 7,087건으로 증가했다. 국가정보원 111 콜센터 접수 기준 로맨스 스캠으로 인한 금전적 피해 규모 역시 2020년 3억 7,000만 원에서 작년 20억 7,000만 원으로 대폭 늘었다.

 

 

사기 전화(보이스 피싱)보다 치밀한 로맨스 스캠

 

로맨스 스캠은 검거 시 사기죄를 선고받아 전자금융거래법을 적용받는 사기 전화(보이스 피싱)보다 양형 기준이 낮다. 또한, 보이스 피싱과 같은 전화 금융 사기보다 피해 구제가 까다롭다. 보이스 피싱은 경찰과 금융기관에 즉시 신고해 범죄에 사용된 계좌에 대해 지급 정지 조처를 할 수 있지만, 로맨스 스캠의 경우 대부분 나라 밖에 서버를 두고 가상화폐로 거래하기 때문에 계좌 추적을 하기가 어렵다.

 

이 같은 로맨스 스캠 범죄를 방지하려면 다양한 SNS 채널을 통해 만난 낯선 사람이 금전을 요구하거나 투자 등을 권유하면 일단 의심부터 해야 한다.

 

루마니아의 보안 업체인 ‘비트디펜더(Bitdefender)’에 따르면, 밸런타인데이 관련 스팸은 해마다 2월 첫째 주에 폭증하며, 그 가운데 절반 이상은 미국에서 발생한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스팸 제목으로는 ‘우크라이나 소녀들이 진정한 사랑을 찾고 있습니다’, ‘멜라니아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세요’ 등이다. 나라 밖에서 확인된 주요 로맨스 스캠 사례는 다음과 같다.

 

1. 나이지리아 419: 가장 글로벌하고 오래된 로맨스 스캠은 ‘나이지리아 419’다. 419라는 것은 나이지리아 형법 419조를 뜻한다. 사정이 어려우니 돈을 보내달라는 내용의 영문 스팸 번개글을 대량으로 발송하는 수법이다. 주나이지리아 대한민국 대사관은 나이지리아에서 발송된 번개글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2. 물류 통관비 사기: 나라 밖 파병군인, 외교관, 의사 등으로 속인 로맨스 스캠이다. SNS로 친분을 쌓은 뒤 ‘한국으로 재산을 보내려는데 통관비 등이 필요하다’라는 식으로 금품을 요구한다. 심지어 세관으로 속여 통관비를 입금하라는 이중 수법을 구사하는 예도 있다.

 

3. 미군 사칭 사기: 주로 나라 밖 파병이 많은 미군으로 속인 로맨스 스캠이다. 나라 밖에서 근무 중인 미군 SNS를 가져와 피해자들에게 접촉한다. 이후 사기꾼들은 파견된 곳이 위험하다거나 전역 신청을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둥 한국인이 잘 모를 사정을 이야기하며 돈을 요구한다.

 

4. 사설 거래소 투자 사기: 재테크와 로맨스 스캠이 접목된 사례이다. 친해지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가상화폐나 주식 등의 투자를 권유하는 것은 같다. 인터넷 주소로 연결되는 사설 거래소로 돈을 입금하라고 요구한다.

 

 

로맨스 스캠 예방 귀띔

 

로맨스 스캠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는 첫째 방법은 모르는 번개글이나 문자, 전화로 연락하는 사람은 물론, SNS 친구도 조심해야 한다. 겉으로는 정상적인 사용자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확률이 높다. 이 밖에도, 러시아를 떠나려는 군인이나 여성 등 나라 밖에 있는 외국인이 접근할 경우 거의 100% 사기라고 보면 된다.

 

둘째,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에게 절대로 돈을 송금해서는 안 된다. 전혀 일면식이 없는 사람이 갑작스러운 비극에 대처한다는 명목으로 돈을 요구한다면, 무조건 사기로 여겨야 한다. 암호화폐 지갑 키와 사회 보장 번호와 같은 개인정보도 노출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셋째, 데이팅 앱을 통해 만난 사람들도 주의해야 한다. 집 주소를 비롯한 개인정보는 되도록 SNS에 공개해서는 안 된다. 또한, 다른 채널에서 사용 중인 것과 같은 얼굴 사진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럴 경우, 사이버 범죄자는 이를 악용해 역 검색을 수행하고, 다른 SNS 프로필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온라인에서 사귄 사람과 처음으로 만날 때 지인과 동행하거나, 만날 장소를 친구나 가족에게 미리 알리는 것이 안전하다.

 

마지막으로 사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좋아 보이는 거래는 사기일 가능성이 크다. 막판 특가를 제공한다는 내용의 번개글은 지우고, 판매업체의 누리집을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AhnLab 콘텐츠기획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