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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춘천 시립국악단의 관동팔경(關東八景)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615]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휘몰이잡가 발표회’ 관련 이야기를 하였다. 이 분야 으뜸 권위자로 알려진 박상옥 명창의 소리제를 익힌 이수자들의 발표회여서 그 기대치가 매우 높은 가운데, 박상옥 명창의 <변강쇠타령>을 놓치지 않으려는 청중들이 몰려들었다는 점, <휘몰이잡가>란 빠르게 몰아가는 해학이 담긴 소리인데, 과거 공청(公廳)에 모인 가객들은 가사, 시조창을 부르고 이어서 긴잡가, 산타령과 같은 흥겨운 소리 뒤에 <휘몰이잡가>를 불렀다는 점을 얘기했다.

 

특히 휘몰이잡가 전곡을 이수자들이 교차 출연하며 부르고 아울러 <경기 산타령>이나 <배치기>도 준비해 주었다는 점, <휘몰이잡가>가 서울, 경기, 인천지역에서는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으나, 아직 대중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이야기하였다.

 

이번 주에는 강원도 춘천시립국악단의 제2회 정기 공연 이야기를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공연 당일, 이날은 몹시 춥다는 일기 예보가 있었다. 오후가 되면서부터 예보된 대로 날씨는 점점 더 추워져 춘천시 기온이 영하 17도로 급강하하고 있었다. 글쓴이가 발표회장으로 이동하면서 ‘이 추운 날씨에 정기공연이 예정대로 열릴 것인가?’ 하는 걱정까지 할 정도였으나, 실은 불필요한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춘천 시립국악단의 정기발표회는 계획대로 준비되고 있었으며, 대극장의 좌석 점유율도 만석은 아니나, 공연을 감상하기 위해 입장한 시민들의 수가 상당수여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도 춘천이 자랑하는 유일한 국악단, 그것도 유일한 민요 중심의 시립국악단이 펼치는 발표공연을 놓치지 않고, 이를 감상하기 위해 여러 날을 기다려 왔다는 듯, 삼삼오오 극장 로비에 모여 담소하는 시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이렇게 관객들이 몰려들고 있는 모습은 예술 감독(이유라)을 위시하여 오늘 공연에 임하는 상임 단원들과 특별단원, 그리고 국악단의 운영 관계자들에게는 대단한 격려가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무대 막이 오르면서 첫 순서는 류지선, 최은영, 박희린, 이현진, 왕희림 등 5명의 상임단원들이 함께 부른 <관동팔경(關東八景)>이었다.

 

 

관동(關東)이란 대관령 동쪽을 가리키는, 곧 동해(東海)를 뜻하는 말이고, 팔경(八景)이란 글자 그대로 동해의 아름다운 경관 8곳을 가리키는, 곧 강원도 동해안에 있는 여덟 곳의 명승지를 지칭하는 말이다.

 

예로부터 강원도 동해안에는 경관이 아름다운 유명한 곳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단하게 이들을 소개해 보면 우선 제1경으로 통천의 총석정(叢石亭)을 비롯하여 제2경 고성의 삼일포(三日浦), 제3경 간성의 청간정(淸澗亭), 제4경 양양의 낙산사(洛山寺), 제5경 강릉의 경포대(鏡浦臺)가 있고, 제6경으로는 삼척의 죽서루(竹西樓), 제7경으로 울진의 망양정(望洋亭)을 꼽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8경은 평해의 월송정(越松亭), 또는 흡곡의 시중대(侍中臺)를 팔경에 포함하기도 한다.

 

고려 조선을 거치면서 많은 문인이 관동의 멋진 풍광을 노래해 왔는데, 고려시대 안축(安軸)은 「관동별곡」에서 총석정ㆍ삼일포ㆍ낙산사 등의 경치를 읊었고, 조선시대 정철(鄭澈)도 금강산 일대의 산수미와 더불어 관동팔경의 경치를 노래한 바 있다.

 

서도창법으로 전해오는 이 노래는 박헌봉이 가사를 짓고, 경서도 명창, 이창배가 서도(西道)식 창법으로 곡을 지어 세상에 내놓았다. 그러나 가사의 암기나 곡조 등이 쉽게 친숙하지 못해서일까? 널리 확산되지 못하고 묻혀 있던 노래였다.

 

이 노래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삼천리 금수강산 관동팔경 더욱 좋고, 대한의 자랑이요, 세계의 명승이 아니냐.”<수심가조의 종지형>- 그지없는 좋은 풍경 완상을 하니 심신이 상쾌하고 명랑하구나. 지 좋은 강산 풍경 아니 읊고 무엇을 할까나>로 맺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이처럼 동해안의 아름다움을 자랑스럽게 부르는 노래가 있음에도 그 노래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시민들이 많아 보이는 상황에서 이 노래를 소개하는 사실만으로도 공연의 성공은 예고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뒤로 이어지는 악곡들, 곧 강원도의 대표적인 민요, <정선아리랑>을 비롯하여 강원도 지방의 특징을 지닌 다양한 전통 민요와 경기지방과 서도지방 등 다양한 우리의 전통 민요들이 동 악단의 단원들에 의해 하나씩 발표되기 시작하였다. 연창(演唱)하는 형태도 입창(立唱)과 좌창(坐唱) 등 다양해서 시종일관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었다.

 

한 사람의 단원이 이처럼 다양한 지역의 소리를 소화하여 자신있게 발성한다는 자체도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니다. 대부분 소리꾼들, 특히 젊은 소리꾼들은 그들의 전공분야가 따로따로 정해져 있기에 한 사람의 창자가 모든 지역의 소리를 제대로 부르기가 만만치 않은 것이다.

 

다시 말해 경기소리에 능한 사람은 서도소리를 제대로 부르기 어려운 법이고, 또한 서도소리에 능한 단원은 경기소리나 남도 소리를 맛깔스럽게 부르기 어렵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시립국악단 단원들이 각 지역의 특징있는 소리들을 맛깔스럽게 소화해 내고 있었으니, 이들을 지도해 온 이유라 감독의 역할이나 능력도 짐작이 된다. 비단 소리뿐이 아니었다.(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