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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별을 못 보게 하는 ‘인공조명’도 공해다

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87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필자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만 해도 방학이 되어 할아버지가 사는 시골집에 가면 전기가 없고 호롱불을 켰다. 그 뒤 백열등이 보급되면서 시골에서 호롱불이 사라지고 어두운 밤이 환한 밤으로 변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에디슨이 백열등 전구를 발명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스코틀랜드의 모우먼 린지라는 사람이 1835년에 전구를 처음 발명하였다. 그러나 이 전구는 수명이 너무 짧고 열이 많이 발생하여 상품으로 개발되지는 못했다. 에디슨은 탄소 필라멘트를 사용하여 전구의 수명을 늘리고 빛을 강하게 하여 1879년에 전구의 상품화에 성공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1887년에 에디슨 전기회사에서 만든 전구를 사용하여 경복궁 내 고종과 명성황후의 거처인 건청궁에 처음 전등불이 켜졌다. 《승정원일기》에는 에디슨을 의대손(宜代孫)이라고 적었다. 그런데, 전등에 전기를 공급하는 발전기의 냉각수를 향원지에서 끌어다 썼는데 연못의 수온이 올라가 잉어들이 떼죽음을 당하였다. 그러자 민심이 흉흉해졌고, 발전기는 물고기를 쪄 죽이는 기계라 하여 ‘증어기(蒸魚器)’라는 별명을 얻었다. 또한 전기불은 묘한 불이라는 의미의 ‘묘화(妙火)’, 괴상하다는 ‘괴화(怪火)’, 가끔 꺼졌다 켜졌다 하며 건들거린다 하여 ‘건달불’이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한다.

 

수은 증기와 형광물질을 이용하여 빛을 내는 형광등은 1938년에 미국에서 개발되었는데, 백열등보다 발광 효율이 높고 수명이 길다. 형광등을 버릴 때는 안에 있는 수은이 공기 중으로 퍼져서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어서 깨뜨리지 않은 상태로 전용 수거함에 버려야 한다.

 

LED(Light-Emitting Diode)는 전기에너지를 빛에너지로 변환시키는 광반도체의 특성을 이용하여 만든 전구이다. LED는 1962년에 미국에서 처음 개발되었다. LED는 백열등보다 전력 소비가 20%에 불과하고, 형광등에 필요한 수은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적인 조명 기구이다. LED는 백열등 전구와 형광등을 대체하는 조명 기기로 각광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LED의 전구 시장 점유율은 2011년 1%에서 2019년에는 47%로 급상승했다.

 

이처럼 어두움을 물리치고 세상을 밝게 하는 문명의 이기인 조명등이 최근에는 빛 공해(Light pollution)를 일으켜서 여러 가지로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광해(光害)라는 용어를 쓰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빛 공해’라고 표현한다.

 

첫째로, 인공적인 빛은 햇빛, 달빛, 별빛과 같은 자연적인 빛에 오랫동안 적응해 온 많은 동물과 식물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매미는 원래 밤이 되면 잠을 자고 울지 않는데 가로등 불빛으로 인해 밤을 낮이라 착각하고 하루 종일 운다. 새벽을 알리는 수탉이 엉뚱하게 한밤중에 울기도 한다. 인공조명 탓에 혼란에 빠진 동물들은 때로는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철새들이 도시의 불빛을 별빛으로 착각해 방향을 잃고 떼죽음하기도 하고, 바다거북이 산란 뒤 바닷가의 불빛 때문에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방향을 잃고 천적에게 잡아먹히거나 아사하기도 한다. 야생 동물과 곤충 등이 인공적인 빛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다.

 

생물학적으로는 동물에 속하는 사람도 빛 공해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 인체는 원래 어두운 밤에 잠을 자도록 진화되었다. 멜라토닌은 밤에만 만들어지는데 성장기에 인공조명을 하면서 잠을 자지 않으면 멜라토닌 분비가 적어져서 키가 크는 데 방해가 된다. 또한 밤에 자지 않으면 유방암의 발병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고, 수면 중에 약하게 빛이 있어도 낮 동안의 뇌 활동을 저하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기구(IARC)는 2007년에 ‘빛 공해’를 발암물질로 볼 수 있다고 인정했다.

 

인공조명은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에도 영향을 준다. 농촌 지역에서 가로등 바로 아래에 있는 논의 벼와 좀 떨어져서 있는 논의 벼 수확량은 최대 50%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고 한다. 낮에 햇빛을 받아 잎에서 광합성 작용을 하여 만든 영양분을 밤에 열매로 보내야 하는데, 가로등이 비치니 계속해서 광합성을 하면서 벼가 웃자란다고 한다.

 

둘째로, 인공조명은 천체 관측에 방해가 되고 있다. 빛 공해로 인하여 도시에서 은하수를 볼 수 없는 현상은 잘 알려져 있다. 별은 밝기에 따라서 6등급까지 나눈다. 눈으로 보아 가장 밝은 별이 1등급, 가장 어두운 별을 6등급으로 정하였다. 망원경으로 보이는 더 어두운 별은 등급의 숫자가 커진다. 빛 공해로 인하여 도시에서 육안으로는 3등급 이하의 별을 볼 수가 없다.

 

독일 지구과학연구소(GFZ)의 크리스토퍼 키바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세계 곳곳의 시민 과학자들이 제출한 별 관측 자료를 통해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이 빠르게 줄고 있다는 점을 밝혀낸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2년까지 지구 전체 밤하늘이 해마다 평균 9.6%씩 밝아졌는데, 이대로 가면 “2040년에 우리가 지금 볼 수 있는 별의 60%를 보지 못하게 된다”라고 한다. 빛 공해는 천체 관측을 방해하므로 대부분의 천문대가 빛 공해를 피해 산 정상이나 섬, 사막 등 외딴곳에 건설된다.

 

서울시는 2010년에 지방자치단체 중에서는 처음으로 ‘빛공해 방지 및 도시조명 관리 조례’를 제정하였다. 이 조례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교량이나 대형 건축물의 옥외 조명은 서울시의 심의를 받아야 설치할 수 있다. 서울시는 2007년부터 해마다 빛 공해 방지를 홍보하기 위하여 사진과 영상 공모전을 열고 있다. 2012년에 국회는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법'을 제정하여 2013년부터 2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빛공해 방지법 제2조는 “빛공해란 인공조명의 부적절한 사용으로 인한 과도한 빛 또는 비추고자 하는 조명 영역 밖으로 누출되는 빛이 국민의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을 방해하거나 환경에 피해를 주는 상태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빛 공해로 인해 도시에서 밤이 사라지고 사람들은 잠을 도둑맞고 있다는 주장이 있다. 빛 공해는 층간 소음만큼이나 이웃 사이에 갈등을 일으킨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밤 8시 이후의 사무실 빌딩 창문을 가려 외부로 나가는 빛을 줄이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프랑스는 새벽 1시부터 아침 7시 사이 상점들의 조명 사용을 전부 금지하며, 근무자가 퇴근한 사무실은 한 시간 이내로 불을 꺼야 한다는 의무 조항을 적용하고 있다.

 

이탈리아와 독일, 미국, 이스라엘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은 지구관측 위성이 밤 동안 촬영한 지구 사진을 토대로 전 세계의 빛공해 실태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Science Advances》 지에 2016년 6월에 공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세계 인구 3명 가운데 1명은 1년 내내 은하수를 볼 수 없다고 한다.

 

 

한국은 특히 빛공해가 심각한 것으로 발표되었다. 전체 인구에서 빛공해에 노출된 인구 비율을 계산한 결과, 한국은 G20 국가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한국인의 89%는 인공조명 때문에 1년 내내 밤에 은하수를 볼 수 없었다.

 

 

독일의 키바 박사는 밤하늘의 빛 공해 문제가 급속히 악화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현재 250개의 별을 볼 수 있는 곳에서 태어난 아이는 18살이 될 때 100개 정도밖에 볼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필자는 어렸을 때 밤하늘에 반짝이는 수많은 별을 보면서 우주의 신비성을 강하게 느꼈다. 빛 공해로 인해 ‘반짝반짝 작은 별’은 이제 더 이상 아름답게 비치지 않는다. 은하수를 보지 못하고 자라는 도시의 아이들은 상상력이 부족해지지 않을까 염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