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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100년 전, 우리에게 이런 사진가가 있었다

정해창 사진전 <살롱픽춰> 6월 6일부터 류가헌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예술사진을 순위로 평가받을 수 없다는 자존으로, 첫 개인전의 역사를 연 사람

 

“정해창 씨는 그동안 박힌 자신 있는 사진 50여 점을 가지고.... 작품 전람회를 개최한다는데, 조선사람으로 예술사진 전람회를 열기는 이번이 처음이요, 작품 중에도 훌륭한 풍경화가 많다더라.”

 

우리나라 첫 사진 개인전에 대한 1929년 3월 28일자 <조선일보> 기사 일부다. 공모전이나 단체전의 개념밖에는 없던 시절, 예술사진가로서 자신의 작업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던 조선사람 정해창은 한 번도 공모전 등에 사진을 출품한 적이 없었다. 예술사진은 다른 사람에게 순위가 매겨져 평가받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1929년 3월 광화문에 있던 광화문빌딩에서 ‘사진 개인전’이라는 작품발표 형식을 처음 선보이며 <정해창 예술사진 개인전람회>를 열었다.

 

정해창이 개인전을 갖기 이전까지, 초창기 사진과 전시는 영업사진관과 공모전에서 수상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따라서 어느 한 개인이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을 모아 개인전을 여는 일은 전례가 없었다. 정해창이 한국사진사에서 ‘개화자(지혜가 열려 새로운 사상, 문물, 제도 등을 갖게 된 자)’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첫 사진 개인전을 시작으로 10년여 동안 순수한 작가적 열정이 가득한 사진들을 차례로 선보였다. 풍경, 정물, 인물 등 장르 구분이나 기존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움으로 자신만의 독자적인 사진 세계를 구축해나갔다.

 

 

 

 

 

사진화학 연구를 통해 여러 원리를 사진에 응용코자 한 것도 그런 자유로운 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고무, 카본, 브롬오일 등의 인화법을 습득했으며 비단 위에 감광제를 발라 사용할 수 있는 ‘실크브로마이드’ 연구에 성공해 특허를 내기도 했다.** 1939년까지 모두 4차례의 개인전을 통해 세상에 내어 보인 정해창의 사진들은, 현재 ‘1920~30년대 우리나라 예술사진의 다양한 흐름 가운데 거둔 최고의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무허 정해창이 손수 제작한 밀착본 사진들이 100년 만에 복원되어 우리 눈앞에

 

한국사진사에 뚜렷한 발자국과 함께 정해창은 약 120점의 유리건판과 300여 점의 밀착본을 한국 사진의 유산으로 남겼다. 또한 사진을 작가주의적 시선에서 바라보고 자신의 사진을 스스로 ‘살롱픽춰(전시를 위한 예술사진이라는 의미에서)’라 불렀듯이 그 시대에 벌써, 오늘날 사진가들이 사진집 출판이나 전시를 앞두고 만드는 ‘더미북(dummybook_가제본책)’을 직접 만들었다. 사진들을 선별해 4*6 정도의 사이즈로 밀착 인화한 뒤 책 형태로 편집한 것이다.

 

 

 

 

이번 전시 <살롱픽춰>는 정해창의 후손들이 간직하고 있던 위의 유산들을 프린트마스터 유화(유화컴퍼니)가 100여 년 만에 복원함으로써 가능했다. 밀착본을 고해상 디지털카메라로 복사촬영(사진가 박명래)한 뒤, 미세한 농도 차이를 토대로 이미지를 되살려내는 지난한 복원작업이 2021년부터 꼬박 2년여에 걸쳐 이어졌고, 1차로 복원된 70여 점의 사진들을 이제 전시로 선보이는 것이다.

 

6월 6일부터 서울 종로구 청운동 사진위주 갤러리 류가헌 1, 2관에서 열리는 무허 정해창사진전 <살롱픽춰>에서는, 100여 년 전 사진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현대적인 감각의 ‘풍경사진’과 ‘정물사진’ 모두 70여 점이 전시된다.

 

나라 밖에 소개하기 위해 영문으로 먼저 펴낸 사진집(디자이너 서민규)이 전시 현장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 한국사진사 ** 정해창 100주년 사진집 ***한국사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