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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이 지난 지금도 슬픔의 강물 되어

곽성숙, <노을 치마>
[겨레문화와 시마을 144]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노을 치마

 

                                              - 곽성숙

 

   한양의 홍부인,

   열 여섯 시집올 때 입고 온

   장롱 속 다홍치마 꺼내든다

   너의 그 고운 빛도

   오십 줄에 들어선 나와 함께 낡았구나

 

   빛바랜 여섯 폭 주름은

   오래전 귀양 간 남편에게로 가는 길

 

   자식 아홉에 여섯을 가슴에 묻고도

   울지 못했던 눈물은 봇물되어

   빛바랜 *하피 위에 써내려갈

   먹을 가는 물로 흐른다

 

   열 여섯 홍부인의 낡은 치마,

   붉은 노을이 되어

   200년이 지난 지금도

   슬픔의 강물이 되어

   남도의 강진만을 물들인다

 

 

 

 

2016년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하피첩, 부모의 향기로운 은택”을 주제로 특별전을 열었는데 이 특별전의 대표유물은 보물 ‘하피첩(霞帔帖)’이었다. ‘하피첩’은 1810년 전라도 강진에서의 유배시절 부인 홍씨가 보내온 치마를 잘라 작은 서첩을 만들고 두 아들 학연(學淵)과 학유(學遊)에게 전하고픈 당부의 말을 적었다. 그리고 ‘하피첩(霞帔帖)’이라 이름지었는데, 부인의 치마를 아름답게 표현한 것으로 부모의 정성이 담겼다. 특히 하피첩에는 선비가 가져야할 마음가짐, 남에게 베푸는 삶의 값어치, 삶을 넉넉하게 하고 가난을 구제하는 방법 등 자식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은 삶의 가치관이 담겨있다.

 

이 ‘하피첩’은 2015년 서울옥션 경매에 출품되었고 국립민속박물관이 7억 5천만원에 낙찰을 받은 것이다. 하피첩은 3개의 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가운데 1첩의 표지는 박쥐무늬와 구름무늬로 장식된 푸른색 종이에, 나머지 2첩은 미색 종이로 장황되어 있다. 첩의 크기와 표지는 조금씩 달라도 3점 모두 표지 안쪽에 붙는 면지를 붉은색 종이로 사용하고 있어 같은 때 만들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여기 곽성숙 시인은 그의 <노을 치마>란 시에서 “차꽃 한양의 홍부인, 열 여섯 시집올 때 입고 온 장롱 속 다홍치마 꺼내든다.”라고 운을 뗀다. 그리고 “열 여섯 홍부인의 낡은 치마, 붉은 노을이 되어 / 200년이 지난 지금도 / 슬픔의 강물이 되어 / 남도의 강진만을 물들인다”라고 노래한다. “병든 아내가 치마를 보내 / 천리 밖에 그리워하는 마음을 부쳤는데 / 오랜 세월에 홍색이 이미 바랜 것을 보니 / 서글피 노쇠했다는 생각이 드네.”라고 한 다산의 마음을 곽성숙 시인이 받아낸 것이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