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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새로운 시작을 위한 노래 ‘상여소리’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유지숙 예술감독 첫 정기공연 ‘꽃신 신고 훨훨’
서도ㆍ경기ㆍ남도 상여소리를 엮어 위로와 용기 전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어제저녁 성턴몸이 금일위시 하야 오한 두통에 사지가 아프니

이일이 가련치 않느냐 오를숨만 남아있고 내릴숨은 전혀없으니

부르나니 어머니요 찾느니 냉수로구나

이내 일신의 침중한병은 전제전곡이 귀치않고

탕약환약이 무효로 구나

이렁저렁 수일되야 정신버려 혼전하니 세상공명은 꿈밖이로다

육진장포 열두매끼 꽝꽝 동여 상구대차에 올려놓고

붉은명정을 표불할제 보통분 송백성아 이별아껴 설워마라

인간이별 남녀중에 날 같은 인생이 또 어데 있나

 

무대가 열리자 민속악단 유지숙 예술감독이 저 무대 뒤 한편에서 슬픔을 다 내려놓은 듯 처연하고 담담한 북녘의 소리 ‘제전’을 풀어낸다. <제전(祭奠)>이란 서도좌창의 대표적인 곡으로 한식 명절을 당하여 죽은 남편 무덤을 찾아가서 정성껏 제물을 차려놓고 제사 지내는 서도소리다. 그저 슬픈 것만도 아닌 담담하고도 깊이 있는 소리가 심금을 울린다.

 

어제 6월 29일 저녁 7시 30분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는 국립국악원(원장 김영운) 민속악단(예술감독 유지숙)의 정기공연으로 서도ㆍ경기ㆍ남도 지역의 상여소리를 중심으로 만든 ‘꽃신 신고 훨훨’을 선보였다.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이 떠나는 사람과 남겨진 사람들 사이의 ‘마지막 축제’인 장례 절차에서 불렀던 지역별 상여소리를 한데 엮어 정기공연으로 선보인 것이다. 이번 공연은 지난 5월 부임한 유지숙 민속악단 예술감독의 부임 이후 첫 작품으로, 민속악단의 정기공연으로는 처음 상여소리를 주제로 한 무대를 꾸며 그 의미를 더했다.

 

슬픔을 다 내려놓은 듯한 처연한 서도 상여소리

다양한 감정을 노래하는 ‘경기 상여소리’와 흥겨움까지 더하는 '남도 상여소리’

 

‘제전’에 이어서 처연함과 담담함을 담은 북녘의 상여소리가 애잔하게 청중의 마음을 두드렸다.

 

에헤에헤에요 어이갈까 에헤에요

저승길이 멀다해도 대문밖이 저승일세

명산대천이 어드메뇨 나가는 길이 명산대천

봄물색이 왕성한데 언제나 다시올까

 

이 노래는 서도상여소리 가운데 황해남도 ‘배천상여소리’로 유지숙 감독과 김민경ㆍ이나라ㆍ김무빈ㆍ장효선ㆍ김지원ㆍ류지선이 불렀다. 원래 악보로만 남아 있던 것을 유지숙 감독이 복원하여 발표한 공연 <북녘에 두고 온 노래Ⅲ(2019)>를 통해 처음 공개한 음악이다. 무겁고 힘찬 소리로 때로는 메나리의 잔잔한 선율로 애잔함을 표현하고 있다.

 

 

 

이어서 삶의 인연과 그로 인해 얽히는 다양한 감정을 노래하는 ‘경기 상여소리’와 미련까지 훨훨 날려 보내는 신명 그리고 다채로운 장단이 어우러져 흥겨움까지 더하는 '남도 상여소리’를 쉼 없이 들려줬다. 우리는 북녘에서 남녘까지의 상여소리 진수를 엿본 것이다.

 

지역별 상여소리 말고도 상구소리, 산염불, 가야금 병창 백발가, 회심곡, 이별가, 진도다시래기, 진도 씻김굿과 지전춤, 판소리 심청가 가운데 상여소리 등 삶의 마지막 순간을 다양하게 노래하는 지역별 민요와 병창, 판소리도 함께 선보였다.

 

망자의 슬픔 말고 남은 이들에게 힘을 더하는 ‘상여소리’

섬세한 감정과 표현의 다양성이 녹아든 소중한 문화유산

 

상여(喪輿)는 망자(亡者)의 시신을 묘지까지 나르는 가마와 비슷하게 생긴 도구로 적게는 10여 명에서, 많게는 30명이 어깨에 메고 가는데, ‘상여소리’는 상여를 메고 가면서 부르는 소리를 뜻한다. 고인을 보내는 슬픔과 망자를 추억하고 그리움을 달래면서 상여꾼들의 고된 노동을 위로하고 힘을 북돋우는 ‘상여소리’는 우리 음악이 품은 섬세한 감정과 표현의 다양성이 녹아든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공연의 연출은 민속악단의 소리극 ‘까막눈의 왕’을 연출했던 정호붕 중앙대학교 교수가 맡아 ‘삶의 끝에서 마주하는 평안’을 기약하는 잔치로 이번 공연을 꾸몄다.

 

장맛비 속에서도 ‘상여소리’ 공연을 보러왔다는 경기 용인시 상갈동의 현승란(57) 씨는 “상여소리가 그저 죽은 자에 대한 슬픔만 있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남은 이들에게 힘을 더하는 소리라는 것임을 새롭게 알았다.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이 이렇게 곳곳의 상여소리를 엮어서 들려주는 것에 앞으로도 더욱 기대하는 마음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정기공연 ‘꽃신 신고 훨훨’은 30일(금) 저녁 7시 30분에도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청중을 만날 예정이다.

 

                                                                                                 사진제공 국립국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