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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원의 우리문화책방

바다 동쪽의 융성한 나라, 발해

《해동성국 발해》, 이현 글, 경혜원 그림, 휴먼어린이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해동성국(海東盛國), 발해!

‘바다 동쪽의 융성한 나라’로 불렸던 발해는 늘 미지의 영역이었다. 학교 역사 시간에도 삼국 시대에 이어 잠깐 다루고 넘어가는 정도가 전부였다. 무언가 거대하고 융성했던 나라의 위용을 풍기면서도, 몇 줄로 급히 정리하고 넘어가는 느낌이었다.

 

이현 글, 경혜원 그림의 이 책, 《해동성국 발해》는 아이에게는 발해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려주고, 어른에게는 아스라한 발해의 기억을 다시금 떠올리게 해 주는 그림책이다. ‘나의 첫 역사책’ 시리즈 가운데 하나로, 우리 역사를 흥미진진한 그림과 다정한 말투로 알기 쉽게 풀어준다.

 

 

고구려가 멸망한 뒤 당나라는 수많은 고구려 유민들을 노예로 끌고 갔고, 랴오허강 서쪽의 영주 땅까지 끌려간 사람들도 있었다. 영주는 당나라에 나라를 빼앗긴 고구려, 말갈, 거란 유민이 골고루 모인 땅이었다.

 

나라 잃은 설움은 언제나 같은가보다. 당나라 치하의 노예 생활은 참혹했다. 견디다 못한 사람들이 당나라군에 맞서 반란을 일으켰다. 거란사람 손만영이 먼저 나섰다. 당나라군을 무찌르고 영주를 차지한 그는 당나라 황제가 있는 장안성을 노렸다.

 

그러나 측천무후가 다스리는 당나라는 강했다. 그녀는 십칠만 대군을 보내 거란군을 섬멸했고, 손만영도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한번 맛본 자유는 잊을 수 없는 것이었다. 뒤따라 옛 고구려 사람, 대조영도 난을 일으켰다. 성공이었다.

 

대조영은 동모산 아래에서 새 나라를 세웠어요.

새 나라의 이름은 발해, 옛 고구려 사람들과 말갈 사람들이 함께 세운 나라였어요.

백제를 떠나온 사람들도 있고, 거란이나 돌궐에서 온 사람도 있었어요.

머나먼 서역에서 온 사람들은 피부색도 달랐어요.

여러 땅의 사람들이 발해로 모여들었고, 발해의 길은 곳곳으로 뻗어 나갔어요.

 

대조영의 뒤를 이은 무왕은 당나라의 고압적인 태도가 몹시 불쾌했다. 그는 동생 대문예에게 당나라를 칠 것을 명했다. 그러나 대문예는 오히려 당나라로 도망쳐 버렸다. 무왕은 당나라에 사신을 보내 대문예를 내놓을 것을 요구했지만, 당나라는 오히려 우애를 지키라며 훈수만 두었다.

 

 

 

이렇듯 발해를 우습게 여기던 당나라에게 발해를 다시 보게 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발해 병사들의 기습으로 당나라의 덩저우가 함락된 것이다. 발해 군사의 위력을 체감한 당나라는 그 뒤 발해를 쉽사리 도발하지 못했다.

 

무왕에 이어 즉위한 문왕은 왕성을 새로 지었다. 새로운 왕성 상경성은 웅장하기 이를 데 없었다. 상경성에서 번영을 누리던 발해를 당나라 사람들은 ‘해동성국’이라 불렀다. 태평성대가 이 이어지며 해동성국은 절정을 맞았다.

 

그러나 흥망성쇠가 거듭되는 역사의 법칙처럼, 발해도 서서히 기울어갔다. 심지어 왕자마저 거란에 납치될 정도로 국력이 쇠약해졌다. 결국 거란을 이끌던 야율아보기가 상경성을 포위하면서 마지막 왕 대인선왕은 거란에 항복하고, 발해는 멸망하고 말았다.

 

비록 거란이 세운 요나라는 단 보름 만에 발해의 왕성인 상경성을 무너뜨렸지만, 그것이 끝은 아니었다. 거란을 피해 남쪽으로 내려간 발해의 유민들을 신흥국 고려의 황제, 태조 왕건은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짧지만 강렬했던 발해의 역사. 발해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당나라의 가혹한 지배에 굴하지 않는 옛 개마무사의 기개, 고구려의 옛 유민과 말갈족을 모아 목숨을 걸고 나라를 세웠던 대조영의 패기, 상경성을 세우고 전 세계와 무역을 했던 옛 발해 상인들의 개척정신이 느껴진다.

 

이 모든 것이 ‘동쪽의 융성한 나라’, 발해가 남긴 유산이다. 역사 시간에 배우는 것을 빼고는 거의 접할 일이 없는 발해지만, 이 책을 통해서라도 한때 고구려 유민이 세운 웅장한 나라가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기억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