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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환갑을 맞은 스승께 바치는 제자들의 노래

<청출어람> - 유지숙 전승교육사 제자 발표회, 한국문화문화의집 코우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요즘 장마가 한창이다. 그 장맛비를 뚫고 제자들이 국가무형문화재 서도소리 전승교육사이며,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음악감독인 유지숙 스승을 기리는 공연 <청출어람>이 어제(7월 9일) 저녁 4시 서울 삼성동 한국문화의집 코우스에서 (사)향두계놀이보존회(이사장 오현승) 주최ㆍ주관으로 열렸다. 그 시작은 유지숙 선생의 막내 제자인 초등학교 4학년 김리예 어린이가 열었다. 김리예 어린이는 직접 쓴 편지를 통해 “선생님께서 저를 꼬옥 안아주시며 용기를 주시는 것이 정말 고마웠습니다.”라면서 스승께 사랑을 전했다.

 

 

 

 

 

그리고 유지숙 선생의 제자로 서도소리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나라ㆍ장효선 두 소리꾼이 좌창 수심가와 엮음수심가로 무대를 열었다. 민요를 가벼운 노래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듯 두 사람은 진중한 청음으로 공연의 무게를 잡아주었다.

 

이어서 김유리ㆍ류지선ㆍ김무빈의 산염불ㆍ자진염불, 김초아ㆍ박지현ㆍ최민정의 간아리ㆍ자진아리, 최정아ㆍ김세윤ㆍ김미림의 긴난봉가ㆍ자진난봉가가 서도소리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또한, 장구를 든 황승환과 북을 든 7인의 고등학생들이 산타령인 뒷산타령ㆍ경발림을 흥겹게 불러주어 큰 손뼉을 받았다.

 

다음엔 잠시 공연의 순서를 접고 이나라ㆍ장효선 두 제자가 유지숙 선생과 제자들이 걸어온 길을 영상으로 보여주면서 설명하는 순서를 가졌다. 영상은 10년 전인 2013년 열린 제54회 한국민속예술축제에서 평안남도의 유지숙 선생이 이끌어온 향두계놀이보존회의 ‘향두계놀이’가 대상(대통령상)을 받음과 동시에 유지숙 선생은 지도상을 받는 겹경사가 있었다고 소개한다. 그러면서 당시는 남자 소리꾼이 적어서 여자 소리꾼들이 남장하고 출연하는 일이 잦았다고 회고했다.

 

 

영상을 보여주다가 제자 이나라는 스승에게 편지를 보낸다. “어린 제 눈에 빛이 나던 선생님은 여전히 빛나고 크게만 느껴집니다. 큰 무대, 작은 무대 가리지 않고 늘 연습하고 노력하시는 선생님을 존경합니다. 그렇기에 오늘 선생님의 제자로서 서는 이 무대가 두렵고 작아집니다. 아직은 부족한 소리지만 오늘만큼은 감사의 마음으로 목소리를 내어 봅니다. 오늘 공연은 선생님께서 저희를 아끼고 격려하는 마음으로 '청출어람'이라 이름 붙여 주셨지만, 아직도 부족하고 선생님께 의지하는 저희가 선생님을 넘어서는 날이 올까요?”라면서 울먹인다.

 

영상 소개가 끝나자 유지숙 선생과 제자들에게 영예를 안겨준 ‘향두계놀이’를 향두계놀이보존회 오현승 이사장 외 15인이 직접 공연을 펼쳐 보였다. “쌓아두면 한이 되고 풀어내면 신명이다”라는 말을 증명하듯 평안도 사투리를 맛깔스럽게 써서 향토적 특색을 살리는 것은 물론 악ㆍ가ㆍ무가 함께 어우러져 흥겨운 잔치 한마당을 보여주었다.

 

 

 

 

계속해서 공연은 부산지부장 조윤희 외 4인의 야월선유가ㆍ간장타령ㆍ금드렁타령, 인천지부장 유춘랑 외 6인의 개성난봉가ㆍ양산도ㆍ사설난봉가, 중부지부장 전옥희 외 14인의 영천아리랑ㆍ온성아리랑ㆍ해주아리랑 등이 이어졌으며, 오현승 이사장 외 3인의 남자 소리꾼이 평안도ㆍ황해도 서해안에서 부르는 뱃노래의 하나인 ‘배치기’를 흥겹게 불렀다. 그리고 마지막 공연의 대미는 전 출연진이 술비타령ㆍ자진술비타령을 부르는 것으로 장식했다.

 

공연이 모두 끝나자 유지숙 선생이 무대에 올라 감사의 인사말을 했다. “20대에 철없이 서도소리가 좋아 나선 세상에서 오복녀 선생님을 만났고, 행복하게 소리를 배운 지 어언 40여 년... 이제 60을 넘어 제자들이 만든 무대를 바라보니 지난 세월의 회한이 밀려옵니다. 그동안 행복했던 날들도 있었고, 괴로웠던 날들도 있었지만 되돌아보면, 그때마다 제자들은 저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었습니다. 이처럼 고맙고 고마운 제자들을 위해 남은 날들도 서도소리가 세상에 더욱더 크게 펼쳐나갈 수 있도록 맡은 사명을 다할 것이며, 제자들의 앞날을 보살피도록 하겠습니다.”라도 다짐한다.

 

 

이날 지인의 소개로 공연을 보러 왔다는 압구정동의 강슬기(34) 씨는 “서도소리를 처음 들었는데 북녘 소리가 이렇게 좋은지 몰랐다. ‘앞집의 처네가 시집을 가는데 뒷집의 총각이 목 매러 간다. / 사람 죽는 건 아깝지 않으나 새끼 서발이 또 난봉 나누나’라는 사설난봉가의 가사가 참 재미있다. 그동안 서도소리를 보존하고 발전시켜온 유지숙 선생께 무한한 존경을 보낸다. 또한 스승의 환갑에 이렇게 성대한 공연을 연 제자들도 그 스승에 그 제자들이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감탄했다.

 

공연이 끝나자 장맛비도 잦아들었다. 유지숙 스승을 바라보는 제자들의 끝없는 존경과 사랑에 날씨도 감동한 듯했다. 오늘의 공연을 지렛대로 서도소리가 한층 발전하는 나날이 될 것이란 희망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