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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경의 문화 톺아보기

로봇이 지휘자를 대체할 수 있을까?

기술과 공연예술의 만남과 한계
[이진경의 문화 톺아보기 7]

[우리문화신문=이진경 문화평론가]  21세기를 맞은 전 세계는 정보통신 기술의 융합으로 이루어지는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기 시작하였다. 2019년 12월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로 확산하면서 지역봉쇄, 이동 통제 등 나라별 방역지침이 강화되었다. 대면을 통한 소통과 교류가 불가능해지면서 그 대안으로 미디어 매체들을 활용하였다. 특히, 공연예술계는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하며 공연예술을 완성하는 ‘현장성’을 대신하기 위하여 미디어 매체를 단순히 영상을 통해 공연의 작품을 전달하는 용도가 아닌 소통하며 교류할 수 있도록 기술을 발전시키는 노력을 마다하지 않았다.

 

2022년 위드 코로나 시기를 지나 2023년 대부분의 나라들은 코로나 종식을 발표하며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인들은 미디어 매체를 활용하면서 좀 더 밀접하고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였으며, 독특한 미디어 매체만의 문화를 형성하기도 하였다.

 

또한, 공연예술계는 다양한 기술을 융합한 작품들을 선보이며 코로나 팬더믹 시대 속에서 예술을 표현하는 다양한 방법론들이 제시되었다. 영상콘텐츠, VR, AR,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기존의 표현과 다른 방법들로 새로운 예술 세계와 감각, 예술을 논하였다.

 

얼마 전, 국립국악관현악단에서 ‘부재(不在)'라는 제목의 공연을 진행하였다. ‘로봇이 지휘자를 대체할 수 있을까?’라는 홍보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꼽히는 로봇으로 사람만 가능하다고 여기는 예술영역에서 기술의 가능성을 실험하며,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선사한다고 하였다. 이 로봇 지휘자는 ‘에버6’으로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만든 안드로이드 로봇이다. 이 로봇은 지휘자로부터 동작을 학습하였다. 로봇은 제법 그럴싸한 지휘의 모습을 보였고, 꽤 정확한 박자를 짚어 냈다. 전반부는 홀로 지휘했고 후반부에는 최수열 지휘자와 함께 협업하였다.

 

 

지휘자의 동작을 학습한 로봇은 정적인 자세로 정확한 박자와 리듬을 중심으로 단원들의 연주를 지휘하였다면, 최수열 지휘자는 연주에 따라 역동적으로 몸을 흔들기도 하며 부분별 강약과 분위기를 끌어내면서 마치 관현악단 한명 한명과 같이 연주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음악에서 박자와 리듬, 음정은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당연히 지켜야 할 기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소통이다. 소통은 살아있는 자들이 얼굴과 얼굴을 맞대며 함께 호흡하며 완성하는 생명의 활동이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예술가들은 소통할 수 없어서 소통하기 위해 미디어 매체의 기술을 활용하였다. 기술과 떨어질 수 없는 현시대에서 기술과 융합하는 예술작품을 통해 시대성을 표현하는 것은 예술 표현의 당연한 흐름일 것이다. 이러한 표현으로 관객과 시대를 함께 논하고 소통하며 앞으로의 시대를 고민하는 것이다.

 

그런데, 로봇이 지휘자로 대체가 된다면, 이것은 주객이 전도되는 것이다. 로봇은 기계다. 정확한 박자 연습을 위해 켜놓는 메트로놈과 다르지 않다. 이것은 최신 기술로 만들어진 사물이다. 악단에서 정확한 박자와 음정 연습을 위해 로봇을 사용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도구다. 그러나 이 로봇 지휘자로 음악을 완성할 수 없다. 왜냐하면 연주 단원과 로봇 지휘자, 관객과 로봇 지휘자가 소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통하며 살아 숨 쉬는 생명의 활동을 할 수 없기때문에 예술이라고 말할 수 없다.

 

지난 역사를 살펴보았을 때, 예술은 언제나 그 시대와 사회, 문화를 반영한다. 그러나 예술은 반영하고 끝나는 것이 아닌, 시대를 앞서 앞으로 세상을 제안하고 제각각의 이야기로 앞으로의 세상에 관하여 말한다. 예술은 관객과 소통하며 우리가 맞이해야 할 앞으로의 세상을 예술을 통해 이야기를 전한다.

 

로봇이 대체 된 음악에서 우리는 소통할 수 없으며, 앞으로의 세상을 이야기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로봇이 지휘자를 대체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필자는 ‘없다’라고 답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