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진경 문화평론가] 전통춤은 몸으로 전해진다. 스승의 동작을 바라보고 따라 하며 장단을 익히고, 그렇게 익힌 춤을 다시 제자에게 전한다. 그러나 몸의 기억에 의지해 전해진 춤은 기록되지 않으면 어느 순간 사라질 수도 있다. 더욱이 그 춤이 시작된 지역을 자유롭게 오갈 수 없다면 전승자의 기억이 갖는 의미는 더욱 커진다. 양승미 명인이 스토리하우스를 통해 펴낸 《함경남도 검무》를 읽으며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된 것도 이 지점이었다. 이 책은 검무의 역사와 춤사위를 설명하는 연구서이면서, 한편으로는 한 사람에게서 또 다른 사람에게로 이어진 춤을 기록으로 남기는 과정을 보여준다. 함경남도 검무의 중심에는 고 장홍심과 고 한순옥, 그리고 양승미가 있다. 고 장홍심은 함흥권번을 거쳐 한성준의 조선음악무용연구회에서 활동하며 검무를 가르치고 무대에 올렸다. 이후 최승희무용연구소에서 제자였던 고 한순옥에게 함경남도 검무를 전수했다. 한국전쟁 이후 남으로 내려온 고 한순옥은 국립무용단과 교육 현장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공연 활동을 이어갔고, 국립무용단에서 양승미와 사제의 인연을 맺었다. 고 장홍심에서 고 한순옥으로, 그리고 양승미로 이어지는 과정은 단순한 사제의
[우리문화신문=이진경 문화평론가] 비가 거세게 내리던 저녁이었다. 궂은 날씨라면 공연장을 찾는 발걸음도 주춤할 법했지만, 8월 28일 한국문화의집 KOUS에서 열린 팔인예의 「팔연화무」 객석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만큼 가득 찼다. 관객 대부분은 중ㆍ장년층이었으며, 곳곳에서는 외국인 관객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공연이 시작되자 객석의 집중도는 높아졌고, 춤이 이어지는 동안 아낌없는 박수가 쏟아졌다. 이번 공연은 2017년 공연을 계기로 인연을 맺은 여덟 명의 전통무용가가 오랜 시간 서로의 춤을 나누고 교류하며 이어온 네 번째 무대다. 다만 이날은 함경남도 검무의 양승미 명인이 불의의 사고로 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팔인’이라는 이름으로 함께해 온 자리였기에 그 빈자리는 더욱 아쉽게 다가왔다. 이날 무대에서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역설적으로 무대의 단순함이었다. 화려한 세트나 영상, 특별한 무대장치의 기교에 기대지 않았다. 그러나 비워진 공간은 오히려 무용수의 몸과 춤사위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여백이 되었다. 한 걸음을 내딛고 팔을 들어 올리고 몸의 방향을 바꾸는 동작 하나하나가 공간에 선을 그었다. 의상 자락이 몸을 따라 움직이고 다시 가라앉
[우리문화신문=이진경 문화평론가] 함경남도검무 보존회장 겸 학술연구소장 양승미가 5월 29일 서울시립대학교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2026 한국융합과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함경남도검무 춤사위 특성 연구」를 발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초고령화 시대 삶의 질 개선을 위한 휴먼증강’을 주제로 개최됐으며, 융합인문사회와 융합자연과학 분야 연구자들이 참여해 다양한 연구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양승미 회장은 이날 「함경남도검무 춤사위 특성 연구」를 발표하며 함경남도검무의 춤사위 구조와 전개 원리를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또한 이번 연구를 통해 함경남도 검무가 초고령화 시대에 전통예술이 지닌 신체적, 정서적, 문화적 값어치를 확장하는 소중한 무형유산임을 밝히고, 전승과 활용 방안을 제시했다. 연구에 따르면 함경남도검무는 느린허튼타령, 중허튼타령, 자진허튼타령으로 구성된다. 느린허튼타령에서는 춤의 분위기와 방향이 설정되고, 중허튼타령에서는 춤사위의 연결성과 공간 활용이 확대되며 서사가 전개된다. 이어 자진허튼타령에서는 동작의 속도와 에너지가 증가하면서 함경남도 검무 특유의 힘과 기상이 드러난다. 양승미 회장은 발표 뒤 인터뷰에서 “함경남도검무는 단순히 옛 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