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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하인철, 서도소리에 열정이 남다른 소리꾼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646]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서도소리 대부분은 수심가(愁心歌)의 창법이나 표현법을 기본으로 하기에 <수심가조>라고 한다는 점, 하인철은 10년 이상 부산에서 새벽기차를 타고 인천으로 소리 공부를 하러 다녔다는 점, 이동시간 동안 소리를 녹음한 테이프를 들으며 경서도 소리를 익혔다고 하였다. 제2의 고향, 부산에서의 생활은 노래만으로는 살기 힘든 상황이어서 수리기술도 익혔고, 풀빵 장사도 했으나, 무슨 일을 해도 서도소리 부르기와 명창의 녹음테이프를 들으며 연습을 쉬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에서 내려온 친구를 기다리다가 우연히 근처의 민요학원이 눈에 들어왔는데, 그곳이 바로 국가무형문화재 제19호 경기민요 이수자 강숙희 명창이 운영하는 소리 학원이었다고 한다.

 

그의 말이다.

 

“당시 민요 부르기를 처음 시작한 것은 매우 단순한 이유였어요. 트로트의 맛을 내야 하는데, 꺾기의 발성이 잘되지 않아서 그것을 해결하려는 방법이라고 할까요? 그런데 우리 소리는 참 묘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저는 트로트보다 경기민요와 서도민요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어요. 그런데 정작 사람들 앞에서 소리를 하게 되는 발표회 무대나 경연대회에 출전할 때는 정말 많이 떨렸습니다. 소리가 밖으로 나오지 않는 거예요. 명창들의 공부 과정이 정말로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절감했지요.”

 

하인철은 2009년도에, 국가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배뱅이굿보존회> 지부를 부산에 설립한 이후, 본격적으로 이춘희 명창에게 <경기민요>, 유지숙 명창에게는 평안남도 무형문화재인 <향두계놀이>의 이수자가 되었다. 그러한 과정을 밟으며 경기와 서도의 좌창이나 소리극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전문가의 대열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현재, 그는 부산시 연제구 연산 9동에서 <하인철 우리소리국악원>을 운영하며 제자 양성과 경서도민요 보급에 매진하고 있다. 소리 학원을 운영한다고 해서 소리 익히는 실기만을 익혀 온 것이 아니다. 실기 능력과 함께 국악의 이론적 지식을 갖추고자 뒤늦게 대학도 졸업하였고, 대학원도 다니면서 국악학 석사학위를 취득할 정도로 폭넓은 국악학 공부도 하였다.

 

그러면서 지난해에는 상주(尙州)에서 해마다 열리고 있는 제22회 <전국민요경창대회>에 출전하여 서도의 대표적인 좌창, 공명가(孔明歌)와 초한가(楚漢歌), 그리고 <산 염불>을 불러 대상(대통령상)에 올라 주위를 놀라게 만든 것이다. 바쁜 가운데에서도 그가 열심히 살아왔다는, 그러면서도 그의 서도소리에 관한 실기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계기를 만든 것이다.

 

“저의 최종목표는 대통령상이 아닙니다. 서도소리 전공하는 남성창자가 흔치 않은 상황에서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시작이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서도민요의 대표격인 <수심가 토리>를 비롯하여 경토리는 물론이고, 육자배기와 메나리 토리 등의 특징있는 소리들도 배우고 익혀서 저를 찾아오는 학생들이나 애호가들에게 가르쳐 줄 것입니다. 나아가 우리 국민은 물론이고, 전 세계를 향하여 K-POP과 더불어 우리의 예술성 깊은 전통음악의 멋을 알려주고 싶은 것이 저의 꿈입니다.”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고 해서 꿈을 이루고 목적을 이룬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그의 결의가 남다르다.

 

 

여기서 잠시, 낯선 용어들이 등장하고 있어서 이를 간단하게 설명하고 넘어가기로 한다. 그가 말하는 <경토리> 외에 각 지방과 관련 있는 듯한 토리에 관한 말이다. 서울, 경기지방의 소리제를 경제(京制), 또는 경조(京調), 또는 경토리라고도 하는데, 토리란 그 지역의 독특한 특징이 담겨있는 소리조라는 뜻이다.

 

그가 주 전공으로 부르고 있는 서도소리의 기본적인 노래, 중심적인 노래는 ‘수심(愁心)가’다. 그래서 서도소리는 <수심가 토리>라고도 부르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전라도 소리는 ‘육자배기 토리’라 하고, 동쪽의 함경, 강원, 경북 등, 산악지방의 소리는 ‘메나리조’, 또는 ‘메나리 토리’가 된다. 특히 메나리는 ‘뫼놀’, 곧 뫼는 산(山)이고, 놀은 논다(遊)는 의미이므로 ‘산에서 노는 소리조’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 외 제주지방의 소리조도 있다.

 

그러므로 ‘경 토리’, ‘수심가 토리’, ‘육자배기 토리’, ‘메나리 토리’ 등, 각각의 소리제에는 오랜 세월을 그 지역에서 살아 온 토착민들의 감정이 녹아 있기에 기쁨과 슬픔의 대조적인 표현이 노래 속에 자연스럽게 묻어 나오고 있다고 할 것이다. 마치, 지역의 독특한 사투리와 같은 것이어서 특징적 표현을 애써 나타내지 않아도, 노래와 지역의 관계를 자연스레 풀어내는 배경이 남다른 것이다.

 

부산에서 오랜 기간을 살아 온 하인철이 수심가토리의 특징을 어떻게 극복하고 전국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았을까? 특히 황해도나 평안도 사람이 아니면 표현 해내기가 어렵다고 하는 소리들을 불러 대상에 올랐을까? 10년 이상, 새벽 기차로 부산에서 서울을 올라 다니며 배울 수 있는 열정이 아니면 가능하겠는가?

 

그가 불렀다고 하는 서도의 좌창 2곡은 공명가와 초한가였고, 민요곡은 산염불이었다고 하는데, 서도소리의 어려운 점은 바로 요성(搖聲)의 형태가 일 것이다. 경기소리가 부드럽게 좁은 폭으로 떨어나가는 형태인 것에 견주어 서도소리는 목을 조이고 위로 치켜떠는 듯한 격렬한 요성법을 구사하기 때문이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