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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신비로운 산에 펼쳐진 끝없는 이야기

국립춘천박물관 특별전 ‘오대산 월정사: 절, 산속에 피어난 이야기’ 열려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립춘천박물관(관장 이재열)과 월정사성보박물관(관장 해운 스님)은 2023년 강원세계산림엑스포 개최를 맞이하여 오는 12월 25일(월)까지 국립춘천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오대산 절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보는 특별전 ‘오대산 월정사: 절, 산 속에 피어난 이야기’를 연다.

 

 

오대산에 주목하다

이번 특별전은 강원의 불교 신앙이 탄생한 자연, 곧 산과 산에 녹아있는 이야기에 주목한다. 한반도의 중추를 이루는 태백산맥에는 비슷한 크기의 다섯 봉우리가 고리처럼 벌려 선 오대산이 있다. 《삼국유사(三國遺事)》에 따르면 오대산은 나라 안의 명산 가운데서도 가장 좋은 곳이며 불법(佛法)이 길이 번창할 곳이라고 여겨졌다.

 

다섯 봉우리로 둘러싸인 오대산에는 봉우리만큼 여러 개의 중심이 있다. 중국에서 가지고 온 부처의 사리를 산에 봉안했다고 전하는 신라 승려 자장(慈藏)이 창건한 오대산의 중심 월정사, 조선 세조(世祖)와 문수동자의 만남을 간직한 상원사, 부처의 사리를 모시는 적멸보궁, 다섯 봉우리에서 머무는 부처와 보살 오만 명을 모시는 암자 모두 각자의 이야기와 기억을 품고 있다. 이번 전시는 오대산이 가진 특수성에 주목하여 산이 품고 있는 불교문화의 의미와 현재적 값어치를 공유한다.

 

산속에 피어난 이야기

오대산의 역사와 문화, 신화와 신앙을 조명하는 이번 전시는 3부로 구성된다. 전시는 깊고 깊은 산 속, 그윽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오대산으로 들어가는 전나무 숲길 영상으로 시작된다.

 

1부 ‘오대산 신앙의 시작’에서는 오대산의 불교 신앙이 시작된 자장의 이야기와 사리 신앙에 대해서 살펴본다. 오대산이 한반도에서 중요한 산으로 자리 잡은 까닭은 바로 자장이 산에 봉안했다고 전하는 부처의 사리 때문이다. 부처의 사리가 모셔진 오대산과 신앙의 핵심이 되는 적멸보궁, 월정사의 역사를 조명한다. 특히 오대산의 사리 신앙을 대표하는 <월정사 팔각구층석탑 출토 사리장엄구>는 고려시대 찬란하게 빛난 불교문화를 보여준다. 1부에서는 또 다른 성산, 금강산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다.

 

 

 

 

 

2부 ‘부처와 보살, 산에 머물다’는 산봉우리에 올라 신앙의 정점을 만나는 공간이다. 오대산은 문수보살이 머무는 성지로 여겨졌고, 조선 왕실에서는 월정사와 상원사를 비롯한 오대산 절과 암자를 후원했다. <상원사 목조문수동자좌상> 안에서 나온 적삼은 동자의 모습으로 나타나 조선 세조의 피부병을 치료한 문수보살 전설을 떠올리게 한다. 월정사와 상원사를 지나 연꽃처럼 펼쳐진 오대산 다섯 봉우리에 이르면 오대산에 머무는 부처와 보살 오만 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조선시대 불상과 보살상도 만날 수 있다.

 

 

 

 

3부 ‘산 너머, 함께 만든 이야기’는 산 너머의 풍경을 조망하는 시간이다. 오대산은 불교문화뿐 아니라 조선의 기록문화를 대표하는 《조선왕조실록》도 품고 있었다. 실록을 보관했던 오대산사고의 흔적을 만나보고, 산 너머로 시선을 옮겨 다른 지역 승려와 함께한 불사(佛事)를 살펴본다. 특히 월정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 본사로 강원도 남부의 절과 암자를 관할하였다. 전시에 소개된 월정사성보박물관에 소장된 강원도 여러 지역의 성보문화재는 산 너머 절 사이 관계망을 보여준다. 이 공간에서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사찰을 다시 일으킨 한암 스님(1876~1951)과 탄허 스님(1913~1983)의 필적도 만날 수 있다.

 

 

 

 

전시의 마지막은 탄허 스님의 글씨다. 불 속에서 핀 연꽃을 의미하는 ‘화리생련(火裏生蓮)’은 고난을 딛고 다시 대가람을 이룩해 강원도 불교 문화의 중심이 된 월정사를 대변하는 말이다. 스님의 선필(仙筆)에 담간 강한 의지를 마주한 뒤에는 오대산 자락에 내재된 불교의 진정한 값어치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자리에서 만나는 강원특별자치도의 국보와 보물

이번 특별전에서는 국보 1건, 보물 7건, 국가민속문화재 1건, 강원특별자치도 지정문화재 13건 등 모두 50여 건의 중요 문화유산을 함께 만날 수 있다.

 

특히 1466(세조 12)년 조성된 <상원사 목조문수동자좌상>과 1661년(현종 2)에 조성된 <상원사 목조문수보살좌상> 안에서 나온 복장물은 이번 전시를 위해 함께 절 밖을 나선다. 두 상 안에서 나온 명주적삼과 무문사적삼, 회장저고리 모두 산문 밖 전시는 처음이다. 아울러 세조와 세조 비 정희왕후(貞熹王后), 세자를 비롯해 200여 명의 전현직 고위 관료가 자신의 이름을 적은 국보 <상원사 중창 권선문> 2점도 함께 전시된다. 여성 시주자의 이름이 적힌 언해본 권선문은 조선 초기 한글 서체와 표기 등 한국어 연구에 있어서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영상과 체험 프로그램으로 만나는 전시

오대산의 문화유산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영상과 교육도 준비되어 있다. 16K 초고화질 실감영상카페 ‘지금 여기, 휴(休)’에서는 ‘이야기의 숲, 오대산을 거닐다’도 새로 공개한다. 이 영상에서는 조선 19세기 그림을 바탕으로 재현된 오대산사고와 월정사의 전경을 비롯해 월정사 팔각구층석탑과 석조보살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전시실 안에서는 일러스트레이터 포노멀의 그림을 바탕으로 오대산에 전하는 이야기를 동화책 형식의 영상으로 구현하였다.

 

한편, 전시를 더욱 입체적으로 즐기기 위한 연계 프로그램도 풍성하게 마련된다. 박물관 <문화놀이터> 공간에서는 매주 화~수요일 오후 ‘화리생연화’를 화두로 일상 속 인간성의 회복과 수양을 강조한 <마음을 담은 사리장엄 모시연꽃 만들기> 체험이 운영된다. 지정 토요일에는 ‘연화도’ 그리기를 통한 예술적 확장 경험을 위해 <작가와 함께 불꽃 속에 피어난 연꽃> 체험이 진행된다. 또한, 전시 주제 심화 인문학 강좌 <절, 산속에 피어난 이야기>를 마련하여 전문가 초청 전시실 토크를 진행한다. 강좌는 지정 목요일 10:30분 기획전시실 로비에서 선착순 현장 참여가 가능하다.

 

오는 12월 25일(월)까지 열리는 이번 특별전은 2024년 강원 청소년동계올림픽을 맞이하여 월정사성보박물관에서도 2024년 1월 10일(수)부터 3월 31일(일)까지 전시될 예정이다. 강원의 산은 고립의 공간이 아닌 풍부한 가능성의 공간이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산을 바탕으로 형성된 강원 불교문화의 값어치를 새롭게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