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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맛깔스러운 우리 민요를 부르고 있을 것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부산의 경서도 소리꾼, 하인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지난해 상주(尙州) <전국민요경창대회>에 출전, 대상(대통령상)에 올랐다는 이야기, 여러 사람 앞에서 소리를 하거나, 발표회, 경연대회를 치를 때에는 누구나 긴장하게 마련이어서 실력 발휘가 어려운 법인데, 연습과정이 탄탄하여 무난히 목표점에 도달했으며 명창의 반열에 올랐다는 점을 이야기

하였다.

 

그가 부른 곡명들은 수심가 토리인 <공명가-孔明歌>, <초한가-楚漢歌>, 그리고 <산(山)염불>이었다.

 

<경 토리>를 비롯하여 <수심가>, <육자배기>, <메나리> 등등, 각각의 소리제에는 오랜 세월을 그 지역에서 살아 온 토착민들의 감정이 녹아 있기에 기쁨과 슬픔의 대조적인 표현 등이 노래 속에 자연스럽게 묻어 나오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서도지방의 수심가토리가 어떻게 남쪽에서 확산이 될 수 있었을까? 하는 점이 궁굼하다.

 

서도소리의 특징적인 선율형이나 창법, 또는 다양한 표현법 등이 독특하여 명창들의 소리를 통해, 또는 음반을 통해 호감이 가게 되었다는 점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과거 6ㆍ25전쟁을 앞뒤로 해서 서도지방의 전문소리꾼들이나 애호가들이 대거 남쪽으로 내려와 정착하게 되는데, 이들은 인천을 중심으로 하는 도서 근해에 정착하면서 이곳에서 고향 떠난 외로움이나 슬픔을 서도소리를 부르며 달랬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서도소리와 친숙해 진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 주원인으로 생각된다.

 

 

이처럼 서로 가까이 지내면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은 비단, 대인(對人) 관계에서만 생기는 현상이 아니라, 노래도 그렇고, 언어도 그렇고, 생각이나 행위 등, 일상의 모든 대상이 다 그러한 것으로 생각한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서도소리는 <수심가조>라고 할 만큼, 목을 조여서 위로 치켜 떠는 듯한, 격렬한 요성(搖聲)법, 곧 떠는소리의 표현을 구사하는 서도지방의 특징있는 소리들이다.

 

그 가운데 <초한가(楚漢歌>는 한패공 유비와 초패왕 항우의 싸움 이야기를 엮은 내용인데, 패하게 된 항우의 군졸들이 부모와 처자를 그리는, 애절하면서도 유연한 가락이 특유한 창법과 가락으로 진행되는 곡이다. 그 시작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만고영웅 호걸들아 초한승부 들어보소.

절인지용 부질없고 순민심이 으뜸이라.

한패공의 백만 대병 구리산하 십면 매복,

대진을 둘러치고 초패왕을 잡으랼 제,

천하병마 도원수는 표모걸식 한신이라.”<아래 줄임>

 

초한가의 음절은 4자씩 비교적 규칙적이지만, 장단 구성은 2박, 3박, 4박 등 불규칙적이어서 가락을 모른다면 장단을 칠 수가 없다. 그 위에 서도소리의 특징을 들어내는 표현기법이 까다로워서 누구나 그 특징적 멋을 살리기도 어렵다. 공명가와 산염불에 관한 내용은 별도로 소개하기로 한다.

 

하인철은 1992년부터 꾸준히 공연무대에 참여하기 시작하였는데, 때로는 자신의 독자적인 무대도 만들어 왔다.

 

 

그의 작품 중에서 ‘향수’라든가, 또는 ‘배뱅이굿과 함께하는 고향길’ 등은 크게 인기를 끈 작품이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특히 ‘팔도강산 소리여행’ 등은 KBS1에서 전국으로 방영되었으며, 이것이 계기가 되어 KBS 국악한마당에 출연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그가 서도소리 공연을 펼친 것이 계기가 되어 점차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 작품 발표 이후에도 <부산시청>, <부산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등등의 지원 사업에 응모하여 후원을 받은 결과, 오늘날까지도 많은 공연을 펼치고 있는가 하면, 기회가 만들어질 때마다 일본 센다이 공연이나 독일 함부르크 공연, 호주 공연 등 나라 밖 공연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어서 그의 활동 영역이나 그의 이름이 점점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었다.

 

올해에도 국립무형유산원이 주최한 <창세무가(創世舞歌)>-‘세상을 두드리는 소리의 신명’이라는 공연이라든가, 또는 <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서 주최하는 광무대 극장에서 열린 <하인철의 전통 소리를 담다>와 같은 공연도 인상에 남는 공연으로 알려졌다. 광무대 극장이란 일제강점기의 구악(舊樂)공연장으로 이름을 날리던 곳이어서 더더욱 감회가 남다르다.

 

지난 2023년 9월 16에는 부산시민회관에서 서도소리 가운데 <산염불>과 <각설이 타령>을 소개하여 시민들로부터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받기도 했다.

 

특히 부산시장을 위시하여 고위직 공무원들이나 시의원들이 분장실까지 찾아와 진심 어린 격려를 해 주었기에 큰 보람을 느끼기도 하였다. 그의 활동은 요란스럽거나 화려하지는 않아도 꾸준히 제자리에서 쉼 없이 진행되고 있어서 고맙기만 하다. 현재 하인철은 부산지역에서 활발하게 공연활동과 후진양성을 하고 있다. 앞으로의 다짐을 들어본다.

 

“무대 공연을 제작하고, 단원들과 연습하는 과정이 비록 힘들기는 해도, 그만큼 성숙해 가는 과정이기에 보람도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의 전통 소리가 저 북한의 끝자락에서도 함께 부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보며 그날이 올 때까지 저는 제 자리에서 후배들의 양성을 위해 노력하기로 다짐을 해 봅니다. 오늘도 저의 3층 학원에서 울려 나오는 소리를 듣고, 애잔함과 흥을 느낀 사람들이 금방이라도 문을 열고 들어와 배움에 동참하리라는 기대 속에서 목청을 돋워 가며 우리 민요를 맛깔스럽게 부르고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