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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를 잘 쓰는 사람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

마무작침(摩斧作針),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들어
[정운복의 아침시평 180]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능서불택필(能書不擇筆)’이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씀이지요.

일에 능한 사람은 도구의 좋고 나쁨에 관계없이 완벽한 실력을 낼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당나라 때 유명한 서예가로는 우세남, 저수량, 안진경, 구양순 등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구양순이 제일 유명하지요.

지금도 서예 학원에서 구양순과 안진경을 필사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구양순은 글씨를 쓸 때 붓과 종이를 가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수량은 좋은 붓과 먹이 없으면 글을 쓰려고 하지 않았지요,

어느 날 저수량이 우세남에게 묻습니다.

''자네는 나와 구양순 중 누가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는가?''

''내 생각에는 구양순이 한 수 위인 것 같네. 그는 어떤 종이에 어떤 붓을 가지고 쓰든 마음먹은 대로 쓰는데 자네는 붓과 종이를 가려 쓰지 않는가?''

이에 저수량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유능한 목수는 연장 탓을 하지 않는다는 말씀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분야에서 최고가 되려면 연장이 좋아야 합니다.

목수가 연장을 좀처럼 빌려주지 않는 것이 그런 까닭이지요.

 

악기 중에서 값이 가장 천차만별인 것은 현악기 종류입니다.

관악기보다 훨씬 더 많은 격차가 나는 까닭은

좋은 목재를 골라 잘 숙성시키고 장인의 섬세한 노력이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가장 공평한 것은 피아노입니다.

대부분 악기는 본인이 지참하고 다니지만, 피아노는 놓여 있는 것을 써야 하므로

누구에게나 공평한 연주 환경을 제공하지요.

 

값싼 악기로 연주하는 것보다 값비싼 악기로 연주하는 것이

훨씬 더 깊은 소리를 내는 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그리고 내가 형편없는 악기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전문가가 그 악기를 연주했을 때

나와 차원이 다르다는 것도 인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왕희지가 《난정집서》를 쓸때 서수필(鼠鬚筆)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서수필은 쥐 수염 털로 만든 붓으로 붓 분야의 으뜸이라는 평이 있지요.

좋은 도구도 중요하지만, 노력도 중요합니다.

왕희지는 생전에 붓 1,000자루를 몽당으로 만들었다고 하니까요.

우리나라 추사 김정희도 벼루 열 개를 갈아치우고

붓 천 자루가 닳도록 썼다고 합니다.

 

그래서 마무작침(摩斧作針)이라는 성어가 힘을 얻습니다.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의미인데요.

계속 갈다 보면 바늘이 되겠지요. 중간에 포기하지만 않으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