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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어연경의 심청가(沈淸歌) 발표회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650]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경서도 소리와 함께 전통무용과 타악기 연주력도 겸비한 김단아 명창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춤을 배우면서 반주 음악에 마음을 움직여 노래를 배우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경험에서 춤과 반주음악과의 관계가 절대적이라는 사실도 이야기하였다. 그는 <전국안비취경창대회> 대상, <전주대사습놀이>민요부 장원, 등으로 명창의 반열에 올랐는데, 최근까지도 가(歌), 무(舞), 악(樂)으로 나라 안팎 활동을 활발하게 펼쳐왔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어서 2023년 10월 7(토)일 낮 3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한국문화의 집(Kous)》에서 발표한 어연경의 판소리 <심청가(歌)> 이야기로 이어간다.

 

알려진 바와 같이, <심청가>는 현전 판소리 5마당 가운데 하나로 극(劇)적인 전개가 일품인 소리 줄거리는 어린 심청이가 앞 못 보는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고 공양미 300석에 몸이 팔려 바다의 제물이 된다. 그러나 바다에 투신한 심청은 옥황상제의 도움으로 되살아나게 되고, 세상에 나와서는 임금의 부인인 황후가 된다. 그는 맹인잔치를 열어 아버지를 만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아버지가 눈을 뜨게 된다는 이야기를 판소리로 짠 것이다.

 

슬픈 이야기가 전개될 때는 눈물을 흘리게 되지만, 기쁨으로 막을 내린다는 행복한 결말의 소리다.

 

그런데 이날, 어연경은 심청가 전곡의 1/2을 계획하고 성공리에 마쳤다. 판소리 전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무대에서 한 소리꾼이 부르는 발표형태를 우리는 완창회(完唱會)라고 한다. 유파(流波)에 따라서는 다소 차이를 보이지만, <심청가>의 경우, 그 걸리는 시간이 약 4시간을 웃도는 것이다.

 

 

<심청전>과 같이 효(孝)에 관한 이야기는 여러 문헌에서 종종 발견되고 있다.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인도의 설화나 일본의 사요히메 이야기도 있는 점으로 보아, 아시아권에서는 두루두루 전해지고 있다고 판소리 이론가들은 전해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이야기를 가객들이 소리로 짜서 부르기도 하고, 또는 판소리의 사설을 옮겨 이야기 형식으로 읽기도 했는데, 대략 소리로는 조선조 순조 때부터 불린 것으로 정리되고 있다.

 

1930년대, 정노식이 쓰고, 조선일보사 출판부에서 발행한 《조선창극사》는 순조 때, 방만춘이라는 명창이 당시에 불리던 <심청가>를 다시 고쳐서 짰다고 적고 있다.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 보면 그 이전 시대인 정조나 영조 때는 이미 심청의 이야기가 판소리로 불렸다고 하는 추측이 가능한 것이다.

 

기록으로 정리해 놓은 자료에 의하면, 판소리로 부르는 <심청가>의 이름난 명창들은 하나둘이 아님을 알게 한다. 정리된 자료를 통해 명창들의 이름을 간단하게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우선, 판소리 <심청가>는 순조 때의 김제철 명창이나, 철종 때의 박유전 명창이 심청가를 잘 불렀다고 하는데, 박유전의 소리는 이날치, 정재근을 거쳐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것이다. 박유전에게 배운 이날치는 김채만과 박동실을 거쳐 한애순에게 전승이 되었고, 정재근은 정응민에게 전해주었다.

 

또한 정응민의 <심청가> 소리는 정권진, 성우향, 성창순, 조상현 등에게 이어지면서 판소리의 지평을 넓혀 오게 된 것이다. 동시대의 또 다른 명창들로는 주상환, 전해종, 고종 때의 정창업, 최승학, 김창록, 황호통, 이창유, 배회근, 김채만, 송만갑, 이동백, 등이 심청가로 그들의 이름을 남기고 있다.

 

그러므로 오늘날, 어연경이 부르고 있는 <심청가>는 박유전-정재근-정응민-성창순으로 전승되어 오는 정통 보성 지역의 소리제여서 그의 심청가 발표회에 많은 전문가와 애호가들이 관심을 두고 몰려드는 배경이 아닐까 한다.

 

 

발표 당일, 어연경의 무대는 심청가의 눈 대목으로 널리 알려진 3대목을 약 2시간 남짓 연창하는 것으로 예고되었고 그 외의 나머지 2시간 분량의 소리는 다음 기회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한다.

 

글쓴이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이 방법이 매우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발표자가 완창의 능력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한 무대에서 완창이라는 무리수를 두기보다는 비교적 안정된 방법으로 1/2씩 나누어서 체력의 안배나 성대(聲帶)의 보호도 고려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완창이 아닌 분창(分唱)의 방법은 객석의 청중들에게도 훨씬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 될 것이다.

 

토요일 오후, 황금 같은 시간에, 모든 계획을 뒤로 미루고 나의 소리를 감상하러 온 객석의 감상자들에게 더더욱 충실한 소리로 답례할 의무도 있지 않겠는가!

 

여하튼 이번 무대에서는 ‘곽씨 부인 유언대목’, ‘심청이 선인들을 따라가는 대목’ 그리고 ‘심 봉사가 비문(碑文) 안고 우는 대목’ 등을 고정훈, 임용남, 유인상 등 이름난 젊은 고수(鼓手)들과 호흡을 맞추었다. 젊은 명창과 젊은 고수들의 호흡은 자리를 함께한 청중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던 것으로 평가될 것이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