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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술대, 가야금ㆍ해금 위에서 왈츠를 추다

'매간당'의 신작 <초면인 세계에 눈 뜨다> 공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어제(11월 11일) 저녁 7시 30분,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에서 네오트레디셔널 그룹 '매간당(대표 유예진)'의 신작 <초면인 세계에 눈 뜨다>가 공개됐다. 2단 무대가 열리고, 무대에는 국악에 현대(컨템포러리) 발레와 매체예술(미디어아트)을 융합한 종합예술 그 자체였다.

 

"왜 가야금은 손으로, 대금은 숨으로, 해금은 활로, 그리고 거문고는 술대로 연주해야 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으로 시작된 이번 공연은, 연주의 근본적 의미와 방식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을 한다. 이들은 연주자와 악기, 연주 도구에 관한 깊은 탐구를 통해 기존 연주법의 틀을 넘어선 새로운 음악적 표현을 찾아 나섰다.

 

 

 

한 대의 가야금에 세 연주자가 함께 앉아 혼연일체가 되어 연주한다. 동시에 정가 목소리로 담아내는 구음은 저 가슴 깊은 곳을 요동치게 했다. 그리고 무대를 감싸는 현대 발레의 몸짓은 관객의 눈을 떼지 못하도록 한다.

 

무대는 패션쇼의 런웨이를 연상케 하면서 연주자가 춤꾼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연주하고 춤춘다. 하지만, 각자 다른 것이면서도 그 런웨이 위에서 그려지는 것은 미지의 세계를 발견하려는 일치된 모습으로 나간다.

 

 

 

사람이나 동물이 코 또는 입으로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쉬는 기운인 숨, 그 숨은 목관악기인 대금을 통해 생명력 있는 소리를 뿜어낸다. 그와 함께 음악을 만들어 내는 데 쓰이는 기구인 손, 가야금 앞에 마주 앉아 손으로 차가운 줄을 뜯어 날카로운 울림을 쏟아낸다.

 

또 거문고를 연주할 때 오른손에 끼워서 줄을 퉁기는 술대, 술대는 3박자의 왈츠 리듬에 맞춰 거문고를 넘어 가야금, 해금 위에서 빠르게 왈츠를 추고 있다. 그리고 도구 가운데는 악기의 현을 켜는 데 쓰이는 도구 활이 있다. 뜯거나 때 때렸을 때 사라지던 줄의 소리를 활이 스치자마자 비로소 소리 공간을 채우고 있다.

 

이 공연은 손은 가야금과 해금을 연주하고, 술대와 활은 거문고와 아쟁을 연주하며, 숨은 대금을 연주하는 데 쓰는 도구라는 개념을 버리게 한다. 새로운 음악적 표현을 일구어내고 있다.

 

 

 

 

그리곤 불을 환하게 밝히고 '초면인 세계에 눈 뜨다'로 이어진다. 해금 2대와 아쟁ㆍ가야금ㆍ거문고ㆍ대금이 한데 어울린 마지막 곡은 이 공연의 총체적 울림 그것이었다. 연주자ㆍ악기ㆍ연주 도구 사이에 켜켜이 쌓여온 ‘공통언어’를 잠시 벗어던지고, 악기들과 새롭게 마주 선 순간은 관객들에게 새로운 음악적 언어를 선사하고 있다.

 

고양시 장항동에서 공연을 보러 온 한누리(37, 직장인) 씨는 “가야금에 세 연주자가 둘러앉아 연주하는 모습이 처음에 생소하게 느껴졌지만, 이내 정가 구음과 현대 발레가 어우러진 새로운 언어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전통에 머무르지 않고 새롭게 관객과 호흡하려는 매간당‘의 노력게 큰 손뼉을 보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