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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을 마주하고 앉으면

이정하, <밥상>
[겨레문화와 시마을 167]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밥  상

 

                                           - 이정하

     세상은

     밥심으로 사는 게 아니라

     너와 함께 밥을 먹기 위해

     사는 것

     밥상을 마주하고 앉으면

     갓 지은 밥에서 뜨거운 김 피어오르듯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솟구쳐

     올라오는 게 그것

     그래, 세상은 바로

     그 힘으로 사는 거야

 

 

 

 

관가로 출장 다니던 소반이 있다. 바로 공고상(公故床)이 그것인데 옛날 높은 벼슬아치가 궁중이나 관가에서 숙직할 때 집의 노비들이 이 상에 음식을 얹어서 머리에 이고 날랐다. 지금처럼 구내식당이나 외식할 수 있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기번(番) 곧 숙직이나 당직을 할 때 자기 집에서 차려 내오던 밥상이라 하여 “번상(番床)”, 바람구멍을 냈다고 하여 “풍혈상(風穴床)”이라고도 한다.

 

이렇게 밥상이 출장 가기도 했지만, 예전엔 온 식구가 같이 앉아 밥을 먹었다. 물론 양반들이야 내외가 안방과 사랑방에서 따로 밥을 먹었지만, 평민들은 같은 방 한 밥상에서 밥을 같이 먹는 게 예삿일이었다. 그러면서 함께 그날 있었던 일을 얘기하고 그로써 한 식구임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면서 서로 정을 쌓고 힘을 보태주는 밥상이 된 것이다.

 

여기 이정하 시인은 그의 시 <밥상>에서 “세상은 / 밥심으로 사는 게 아니라 / 너와 함께 밥을 먹기 위해 / 사는 것”이라고 노래한다. “밥상을 마주하고 앉으면 / 갓 지은 밥에서 뜨거운 김 피어오르듯 /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솟구쳐 / 올라오는 게 그것”이란다. 이정하 시인의 이야기처럼 단순히 밥을 통한 밥심이 아니라 한 밥상에 마주 앉아서 함께 밥을 먹을 때 저 마음 깊은 곳에서 솟구쳐 올라오는 그것의 힘으로 험난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