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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원의 우리문화책방

가까워서 더 몰랐던 한국문화 이야기

《한국인이 알아야 할 한국문화 이야기》, 김영조, 도서출판 얼레빗, 겨레문화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219쪽)

등잔과 관련하여 또 다른 속담은 ‘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게 있는데 등잔은 방을 환히 밝혀 주위를 잘 볼 수 있게 하지만, 정작 등잔 밑은 그림자가 져 보기 힘들지요. 곧 가까이 두고 먼 곳만을 헤맬 때 쓰는 말입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말처럼, 이리 좋은 문화를 가까이 두고 먼 곳을 찾아 헤맸다. 외국문화는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면서도, 정작 한국문화에는 무심했다. 이 책을 읽으면 알게 된다. 우리문화에 이토록 아름다운 뜻이 숨어있었다는 걸, 그리고 귀한 우리문화를 그동안 잘 몰라서 무심하게 대했다는 것을.

 

이 책, 《한국인이 알아야 할 한국문화 이야기》는 지은이 김영조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보내는 〈날마다 쓰는 우리문화 편지〉 가운데 한국인이 ‘제대로’ 한국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내용을 가려 뽑은 책이다.

 

 

필자 역시 저자의 숱한 편지를 탐독한 끝에 한국문화와 더 가까워졌고, 요즘도 우리문화 편지를 날마다 읽으며 한국문화를 배워가고 있다. 한국인이지만 이처럼 따로 배우지 않으면, 어쩌면 외국인보다도 더 과문할 수 있는 것이 우리문화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참 반갑다. 제1장 명절과 세시풍속, 제2장 24절기 세시풍속과 철학, 제3장 입을거리, 제4장 먹거리, 제5장 살림살이, 제6장 굿거리, 제7장 배달말과 한글, 제8장 문화재 등 8장에 걸쳐 우리문화의 정수를 녹여냈다.

 

지은이의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미처 몰랐던 한국문화 이야기가 얼레빗처럼 굵고 재미있게 펼쳐진다. 때로는 얼레빗처럼 큰 틀을 짚다가도, 때로는 참빗처럼 세세한 사항까지 파고드는 지은이의 필력이 놀랍다.

 

(141쪽)

우리 겨레가 썼던 전통 빗의 대표적인 것으로는 빗살이 굵고 성긴 얼레빗과 가늘고 촘촘한 참빗이 있지요. 그 밖에 빗살을 한쪽은 성기게 하고 다른 쪽은 촘촘하게 하여 양쪽의 용도가 다르게 만든 음양소(陰陽梳), 관자놀이와 귀 사이에 난 머리털을 빗어 올리는 작은 면빗, 상투를 틀어 올릴 때 쓰는 상투빗이 있지요. 또 남성들이 망건을 쓸 때나 살쩍(관자놀이와 귀 사이에 난 머리털)을 망건 속으로 밀어 넣을 때 쓰는 얇고 긴 모양의 살쩍밀이도 있습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한 시기, 옛사람의 발밑을 밝혀 주었던 ‘조족등’에서 삶의 지혜를 얻어봐도 좋을 것 같다. 조족등은 댓가지로 비바람을 막을 둥근 틀을 만들고 그 안에 촛불을 켜는 등으로, 밤거리를 다닐 때 들고 다녔으며 특히 순라꾼이 야경을 돌 때 주로 썼다.

 

 

앞날이 불안하고 두려울 때는 우선 조족등으로 발밑을 살피며 걸었던 조상들의 슬기로움처럼,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내딛는 데 집중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아무리 칠흑 같은 밤길이라도 조족등에 의지해서 걷다 보면 동이 터 올 테니 말이다.

 

내년은 더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과 더불어, 올 한 해 쌓였던 근심을 타락죽 한 그릇을 먹으며 훌훌 털어보는 것도 좋겠다. 쌀가루를 끓이다가 우유를 부어 만든 타락죽(駝酪粥)은 소 자체가 귀한 동물이었던 옛날에는 왕실에서도 먹기 힘든 귀하디 귀한 음식이었다.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세도가였던 윤원형조차 함부로 타락죽을 가족에게 먹였다는 죄목으로 탄핵을 받았다.

 

(164쪽)

《명종실록》 20년(1565) 8월 14일 치 기록을 보면 윤원형의 죄악을 26조목으로 올린 대사헌 이탁과 대사간 박순 등의 봉서가 나옵니다. 그 내용 가운데는 “타락죽은 임금께 바치는 것인데 사복시의 낙부(酪夫, 우유를 짜는 이)가 젖 짜는 기구를 제집에 가지고 가 조리하게 하여 자녀와 첩까지도 배불리 먹었습니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 사건으로 임금의 외척이며, 영의정이었던 윤원형도 내칠 정도였으니 타락죽은 임금이 내려주는 것 외에 먹을 수가 없던 귀한 음식이었음을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요즘, 발등을 비춰주는 불빛처럼 이 책이 밝히는 한국문화의 빛이 환하다. 알면 알수록 정겨운 우리문화, 아는 만큼 보이는 우리문화를 경험하고 싶은 이라면 이 책을 펼쳐 관심 가는 부분부터 읽어보면 좋겠다. 한 주제당 두 페이지 분량의 짧은 편지로 구성되어 있어 어느 부분부터 읽어도 술술 읽힌다.

 

등잔 밑이 오히려 더 환한 등잔, 발밑을 밝히는 조족등처럼 우리문화를 가까이서 비추는 〈우리문화 편지〉가 오래오래 이어져 책으로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 이런 불빛이 우리 문화계에서도 정말 소중하고, 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