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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영조즉위 300돌특별전 <탕탕평평-글과 그림의 힘>

국립중앙박물관, 글과 그림으로 소통한 두 임금, 영조와 정조의 이야기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윤성용)은 2024년 영조(英祖, 재위 1724-1776) 즉위 300돌을 맞이하여 특별전 <탕탕평평蕩蕩平平-글과 그림의 힘>(12.8.-‘24.3.10.)을 연다. 영조와 정조(正祖, 재위 1776-1800)가 ‘탕평한 세상’을 이루기 위해 ‘글과 그림’을 활용해 소통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에 주목하는 전시다. 영조와 정조가 쓴 어필(御筆)과 두 임금의 의도를 반영해 제작된 궁중행사도 등 18세기 궁중서화의 화려한 품격과 장중함을 대표하는 54건 88점을 선보인다.

*국보 1건, 보물 11건, 세계기록유산 5건, 부산광역시 유형문화재 1건이 포함됨.

 

 

황극탕평이 필요한 상황

영조가 왕세제로 책봉되고 즉위하는 과정에서 왕위 계승 문제로 신하들 사이 대립이 격화되었다. 즉위 뒤에도 ‘경종 독살설’을 내세우며 그의 왕위 계승에 의혹을 제기하는 무리가 있었다. 이를 타개하고자 영조는 국왕이 중심이 된 황극탕평(皇極蕩平)을 추진하며 균역법과 준천 등 백성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자 했다.

* ‘탕평’은 싸움이나 논쟁 따위에서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음을 뜻함. 유교 경전 《서경書經》의 「홍범洪範」조에 나오는 “무편무당 왕도탕탕 무당무편 왕도평평(無偏無黨 王道蕩蕩 無黨無偏 王道平平)”에서 유래한 단어로, 이를 풀면 뜻이 “치우침이 없고 무리를 만들지 않아야 왕도가 탕탕하고, 무리를 만들지 않고 치우침이 없어야 왕도가 평평하다.”라는 의미다.

* 황극탕평: 임금이 표준을 바로 세우면 만백성이 그것을 자신의 표준으로 받아들인다는 뜻

 

인재 등용과 왕도 세우기로 탕평을 이루다

영조와 정조가 탕평을 이루고자 글과 그림을 활용한 방법에 주목하는 이 전시는 4부로 구성했다. 제1부 ‘탕평의 길로 나아가다’에 글과 그림으로 탕평의 의미와 의지를 전하는 서적과 그림을 전시한다. 특히 영조가 자신의 국정 운영 방침을 널리 알리고자 서적을 펴내는 일은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소통 방식이다. 더 나아가 영조는 한글로 풀어쓴 언해본을 제작해 일반 백성에게까지 임금의 뜻이 전해지도록 노력했다.

 

 

 

제2부 ‘인재를 고루 등용해 탕평을 이루다’는 영ㆍ정조가 글과 그림으로 지지 세력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임금의 마음을 신하에게 친밀하게 전하는 시를 쓴 어필, 은밀하면서 명료하게 업무를 지시한 비밀 편지를 전시한다. 또한 신하의 스승인 군사(君師)를 자임할 정도로 학문 수준이 높았던 정조가 주자를 존숭한 일면을 김홍도(金弘道, 1745-1806 이후)가 그린 <주부자 시의도>로 보여준다.

 

 

 

 

 

제3부 ‘왕도를 바로 세워 탕평을 이루다’에서는 영ㆍ정조가 ‘효’와 ‘예’를 내세워 정당한 왕위 계승자임을 강조하는 상황을 다룬다. 영조는 원로대신 모임인 기로소(耆老所) 입사 기념 그림에서 자신과 사도세자의 자리를 나란히 배치해 왕위 계승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정조는 좋은 글귀의 시호(諡號)와 존호(尊號)로 사도세자의 덕을 칭송했다. 그는 사도세자의 복권을 위해 20년 동안 노력해 반대세력을 설득하며 임금에 버금가는 존호를 올릴 수 있었다.

 

 

 

 

 

제4부 ‘질서와 화합의 탕평’은 정통성 문제로 분열되었던 정치권 통합을 이룬 정조가 1795년 화성에서 개최한 기념비적 행사를 글과 그림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화성원행도> 8폭 병풍에는 임금을 중심으로 신하들이 질서를 이루고 백성은 편안한 이상적 모습이 구현되어 있다. 영상으로 상세히 소개해 정조의 제작 의도를 전한다.

 

 

주목해야 할 전시품

먼저 <삽살개>는 책으로만 소개된 작품으로 일반 공개는 이번이 처음이다. 영조가 아끼는 화원 화가 김두량(金斗樑, 1696-1763)이 삽살개를 그리고 영조가 탕평을 따르지 않는 신하를 낮에 길가를 돌아다니는 삽살개에 비유하는 글을 더해 탕평을 따르라는 뜻을 전하고 있다.(도4) 다음은 영조의 탕평책을 뒷받침해 준 박문수(朴文秀, 1691-1756)의 38살와 60살 초상화를 나란히 배치해 세월의 변화에 따른 얼굴 표현의 차이를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도5·6)

 

관람객과 소통하는 다양한 전시 접근법

관람객이 전시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여러 접근 방식을 고안했다. 전시 준비 중 사전 전시 체험단을 나이 별로 모집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어린이 체험단의 의견을 반영해 10살 이상 어린이용 오디오안내책를 별도로 제공하고, “나만의 화성 행차 의궤도” 영상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전시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음성 서비스를 준비했다. 2021년 MBC 인기 사극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영조를 연기한 배우 이덕화의 음성으로 영조의 글을 녹음했다. 이덕화 배우가 열연을 펼치며 영조의 글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해당 전시품 앞에 이덕화 배우의 음성이 반복해 상영되며, 오디오 안내책에서는 이덕화 배우의 더 많은 음성을 들을 수 있다. 이는 이덕화 배우의 재능기부로 이루어졌다.

 

 

또한 특별전을 더욱 풍성하게 즐기기 위해 특별전 연계 강연회(12.22/1.18.), 학술 심포지엄(2.23.), 전시 기획자와 함께 하는 갤러리 이야기모임(1월 개최 예정)를 준비했다. 자세한 내용은 국립중앙박물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영조와 정조의 의도와 고민이 담긴 이번 특별전의 전시품들은 18세기 궁중서화의 대표작이다. 이번 전시에서 서화의 예술적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동시에 글과 그림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 전시 개막 기념, 12월 8일부터 12월 17일까지 무료 관람.

 

 

〈박문수 분무공신 전신상朴文秀 奮武功臣 全身像〉, 진재해(秦再奚, ?-1735) 추정, 1728년, 비단에 색, 165.3×100.0cm, 개인 소장(천안박물관 기탁), 보물 -왼쪽 /  〈박문수 분무공신 반신상(朴文秀 奮武功臣 半身像)〉, 작가 모름, 1750년, 비단에 색, 40.2×28.2cm, 개인 소장, 보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