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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 은정까지도 찢어졌을까 두려워요

매창, <취하신 님께>
[겨레문화와 시마을 169]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醉客執羅衫(취객집라삼) 취하신 손님이 명주 저고리 옷자락을 잡으니

     羅衫隨手裂(나삼수수열) 손길을 따라 명주 저고리 소리를 내며 찢어졌군요.

     不惜一羅衫(불석일라삼) 명주 저고리 하나쯤이야 아깝지 않지만,

     但恐恩情絶(단공은정절) 임이 주신 은정까지도 찢어졌을까 그게 두려워요.

 

 

이는 황진이ㆍ허난설헌과 함께 조선 3대 여류시인의 하나로 불리는 매창(李梅窓, 1573-1610)이 지은 <취하신 님께[贈醉客]>라는 제목의 한시다. 취한 손님은 매창의 비단 적삼을 잡아당기고 매창이 살짝 몸을 틀자 고운 적삼이 쭉 찢어져 버렸다. 적삼이 찢겼으니, 매창이 이만저만 속상한 게 아니었을 거다. 그러나 “비단 적삼 한 벌이야 아깝지 않으나, 은정도 따라 끊어질까 두렵다.”란 시를 읊을 뿐이다. 참으로 슬기로운 표현을 담아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고 있음이다.

 

매창은 전북 부안의 명기(名妓)로 한시 70여 수와 시조 1수를 남겼으며 시와 가무에도 능했을 뿐 아니라 정절의 여인으로 부안 지방에서 400여 년 동안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매창은 천민 출신으로 뛰어난 시인이었던 유희경과의 가슴 시린 사랑은 물론 유희경의 벗 허균과의 우정으로도 유명하다.

 

허균은 그의 글에 "계생은 부안 기생이다. 시와 율을 잘하고 또 노래와 거문고도 잘했다. 성품이 깔끔하여 음란하지 않아 내 그 재주를 아껴서 가까이 사귀었다. 같이 웃고 스스럼없이 놀아도 어지럽지 않아서 오래 사귈 수 있었다. 이제 그가 죽었다고 하니 눈물로 시 두어 수 적어 슬픔을 표하노라.“라고 노래했을 정도다.

 

 

전라북도 부안군 부안읍 서외리에 가면 매창을 추모하여 조성한 ‘매창공원’이 있다. 이곳에는 매창의 무덤이 있으며, 매창을 모든 것을 담겠다며 2층 기와집으로 지은 ‘매창테마관’이 있고, 취하신 님께, 천충암에 올라서, 이화우, 거문고를 타면서, 가을 등의 매창 시비가 있다. 그뿐만 아니고 매창과 순수한 우정을 나누었던 허균이 쓴 ‘매창의 죽음을 슬퍼하며’ 비가 있고, 이병기, 정비석 등 지금 시대의 문학인들이 다녀가면서 회포를 푼 비들이 세워져 있다. 부안에 가거들랑 매창공원에 들러 매창 시의 아름다움에 취해보는 것도 좋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