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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고 줄이 끊어졌어도 탄식하지 않으리

퇴계 이황, <매화 핀 창가에 봄소식 보게 되니>
[겨레문화와 시마을 175]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黃卷中間對聖賢 옛 책을 펴서 읽어 성현을 마주하고

     虛明一室坐超然 밝고 빈방 안에 초연히 앉아

     梅窓又見春消息 매화 핀 창가에 봄소식 보게 되니

     莫向瑤琴嘆絶絃 거문고 줄 끊어졌다 탄식하지 않으리

 

 

 

 

어제 1월 26일 제주방송에서는 “추위 이겨낸 '봄의 전령' 매화 만발.. 평년보다 46일 빨라”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5일 꽃이 피기 시작한 매화가 이날 활짝 피었다는 소식이다. 그런가 하면 전국적으로 강추위가 찾아온 22일에도 경남 창원 한 아파트 단지에 매화가 피었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매화는 눈 속에 핀다고 하여 설중매(雪中梅), 설중화(雪中花)라 하고, 한겨울에 핀다고 하여 동매(冬梅)라고도 불린다. 맨 먼저 봄소식을 전하는 매화는 긴 겨울을 보내고 꽃이 피듯 시련기를 이겨낸 끝에 좋은 소식이 있음을 암시한다. 찬 서리를 이겨내는 강인한 성정이 고난과 역경을 극복해 가는 선비의 의연한 자세와 닮았다고 하여 군자의 꽃으로 추앙받는다. 그와 함께 꽃말은 고결한 마음, 기품, 결백, 인내라고 한다.

 

조선 전기 성균관대사성, 대제학을 지낸 조선시대 으뜸 성리학자 퇴계 이황(李滉: 1501~1570)은 매화를 좋아한 문인으로는 알려졌다. 그 퇴계는 한시를 2천 수가 넘게 지었는데, 그 가운데에서 매화와 관련된 91수를 퇴계 당신이 스스로 뽑아 당신 글씨로 써서 만든 《매화시첩(梅花詩帖)》이 있다고 한다. 그 《매화시첩》에 있는 시 가운데 “매화 핀 창가에 봄소식 보게 되니 거문고 줄 끊어졌다 탄식하지 않으리”라고 노래한 것이 있다. 선비가 늘 옆에 끼고 사랑했던 거문고, 그 거문고 줄이 끊어졌지만, 매화가 피어 봄소식을 듣게 되니 노래하지 못해도 탄식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도 그렇게 매운 한파 속에 우울했던 한겨울을 훌훌 털어버리고 매화와 함께 봄을 맞으러 가자.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