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은 조선 후기 팔상도를 대표하는 「순천 송광사 영산회상도 및 팔상도」를 국가지정문화유산 국보로 지정 예고하고, 김홍도의 예술세계를 보여주는 「김홍도 필 서원아집도 병풍」과 승려장인 정우의 작품인 「남원 대복사 동종」에 대해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 예고하였다.
□ 국보 지정 예고
2003년 보물로 지정되었다가 이십여 년 만에 이번에 국보로 지정 예고된 「순천 송광사 영산회상도 및 팔상도」는 송광사 영산전에 봉안하기 위해 일괄로 제작한 불화로, 영산회상도 1폭과 팔상도 8폭으로 구성되어 있다. 팔상도는 석가모니의 생애에서 역사적인 사건을 8개의 주제로 표현한 불화로, 팔상의 개념은 불교문화권에서 공유되었지만, 이를 구성하는 각 주제와 도상, 표현 방식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 초기에는 《월인석보(月印釋譜)》의 변상도를 빌린 팔상도가 제작되다가 후기에 접어들면서 『석씨원류응화사적』에서 제시된 도상으로 새로운 형식의 팔상도가 유행하였으며, 후기 팔상도를 대표하는 작품이 바로 순천 송광사 팔상도다.
* 변상도(變相圖): 불교경전 내용이나 교리를 알기 쉽게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그림
현재 송광사성보박물관에 보관 중인 「순천 송광사 영산회상도 및 팔상도」는 화기를 통해 1725년(조선 영조 1)이라는 제작 연대와 의겸(義謙) 등 제작 화승을 명확히 알 수 있다. 한 전각에 영산회상도와 팔상도를 일괄로 일시에 조성해 봉안한 가장 이른 시기의 작품으로 확인되며, 팔상도만이 아니라 영산회상도까지 『석씨원류응화사적』의 도상을 활용해 하나의 개념 속에 제작된 일괄 불화로서 완전함을 갖추고 있다. 또한 조선 후기 영산회상도의 다양성과 팔상도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화기: 그림의 제작과 관련하여 발원자, 작가 등의 내용을 담은 기록
또한 수화승 의겸의 지휘 아래 영산회상도를 중심으로 팔상도 각 폭이 통일된 필선과 색채를 유지하면서, 수많은 화제로 구성된 팔상의 인물들은 섬세한 필치로 묘사하고, 전각과 소나무 등을 이용해 공간성만이 아니라 사건에 따른 시공간의 전환을 자연스럽게 처리하는 등 구성과 표현에 있어 예술적 값어치도 뛰어나다.
□ 보물 지정 예고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김홍도 필 서원아집도 병풍」은 1778년(조선 정조 2) 김홍도가 그린 작품으로, 북송(北宋) 영종(英宗)의 부마 왕선(王詵)이 수도 개봉(開封)에 있던 자신의 집 서원(西園)에서 1087년경에 소식(蘇軾)과 이공린(李公麟), 미불(米芾) 등 여러 문인과 함께 다양한 문예활동을 즐겼던 ‘서원아집(西園雅集)’을 주제로 한 것이다.
* 부마: 임금의 사위 또는 공주의 남편
* 서원아집: 역사상의 특정 인물과 관련된 일화들을 주제로 하여 그린 그림인 고사인물도의 주제 가운데 하나로, 문인들이 차, 서화, 시 등을 나누는 모임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17세기 조선에 유입된 명대 구영(仇英)의 작품에서 도상을 차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배경의 버드나무를 비롯한 암벽, 소나무 등을 과감한 필치로 그려내어 공간에 생동감을 불어넣었을 뿐만 아니라 길상적 의미를 지닌 사슴과 학을 그려 넣어 조선의 서원아집도로 재탄생시켰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모두 6폭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수묵담채로 표현되어 있는데 5폭에서 6폭 상단에 14행으로 김홍도의 스승인 강세황의 제발이 적혀 있다. 여기에는 1778년 9월에 이 작품이 완성되고 3달 뒤인 1778년 12월 강세황이 김홍도를 ‘신필(神筆)’이라고 칭송한 내용이 담겨 있어 김홍도의 예술세계를 파악하는 귀중한 문헌 자료를 제공한다.
* 제발: 그림의 제작 배경, 감상평 등을 기록한 것
조선 후기에 성행한 아회(雅會) 문화를 대표하고, 김홍도의 34살 화풍을 살필 수 있는 기년작이라는 점에서 회화사적으로 중요한 값어치를 지니며 이후 유행한 서원아집도 병풍의 새로운 모델을 제기한 작품으로서도 주목된다. 특히 중국에서 유래한 화풍을 조선화하여 재창조해 발전시킨 조선시대 회화사의 독자성, 창조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기준작품이라는 점에서 예술적 값어치뿐 아니라 역사적 값어치도 크다.
* 기년작(紀年作) : 제작연대를 알 수 있는 기록이 있는 작품
「남원 대복사 동종」은 몸체에 새겨져 있는 주종기를 통해 승려장인 정우(淨祐)가 신원(信元) 등 7명과 함께 1635년(조선 인조 13) 제작하였음을 명확히 알 수 있는 동종이다. 처음 영원사에 봉안하기 위해 제작되었다가 영원사가 폐사되면서 이후 현재의 봉안 절인 남원 대복사로 옮겨진 것으로 여겨진다.
* 주종기: 종의 제작 배경, 제작자, 재료 등의 내용을 담은 기록
동종의 제작을 주도한 정우와 신원은 17세기 전반에 재건 불사가 진행되는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친 승려 주종장(鑄鍾匠)이다. 이들의 초기 작품인 남원 대복사 동종은 종의 어깨 부분을 장식하는 입상연판문대(立狀蓮瓣文帶), 구름을 타고 내려오는 보살입상 등 고려시대 동종 양식을 계승하는 한편 종뉴는 쌍룡의 외래 양식을 절충하였다. 동시에 입상연판문대에 마치 연화하생(蓮花下生) 장면처럼 연출한 인물 표현, 불법의 전파와 국가의 융성을 기원하는 원패를 도입한 점 등은 조선 후기라는 시대성과 작자의 개성을 담아낸 부분이라 할 수 있어 학술적 값어치가 크다.
* 입상연판문대: 종의 꼭대기 천판과 어깨 부분 경계에 둘러지는 장식
* 원패: 불교의식구 중 하나로 기원하는 내용을 적어 만든 패 가운데 하나
정우와 신원의 작품 양식과 활동 과정을 살필 수 있고, 더불어 주종기를 통해 제작 연대, 봉안 지역과 봉안 절, 시주자와 시주 물품, 제작 장인 등 중요하고 다양한 내력이 분명하게 확인되어 역사적ㆍ학술적 값어치가 크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국보로 지정 예고되는 「순천 송광사 영산회상도 및 팔상도」와 보물로 지정 예고되는 「김홍도 필 서원아집도 병풍」등 2건에 대해 30일 동안의 예고 기간 중 각계의 의견을 수렴ㆍ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유산(국보ㆍ보물)으로 지정할 예정이다.